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나의 고전 읽기 9
김슬옹 지음, 신준식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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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관련 재판 과정이 점입가경이다. 그 책의 절도 혐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자신의 억울함만 풀면 피고는 책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단다. 앞선 민사 재판에서 책의 소유권을 인정받은 원고 역시 책만 돌려받으면 기증하겠다고 서약서를 쓴 바 있다. 책은 피고가 꼭꼭 숨겨 두고 내놓지 않고 있다. 실물 없는 상황에서 나온 양측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결이라 갈 길이 멀게만 보인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문제가 된 상주본 말고도 한 부가 더 존재한다. 일제 강점기 때 안동에서 발견된 것인데, 전형필 선생의 노력으로 현재 간송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국보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 되어 있을 만큼 소중한 우리 문화재이다. 개인적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일대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문화재를 지켜온 선생에게 귀하지 않은 유물이 있었을까만 6·25전쟁 피난 때도 이 한 권만을 오동상자에 넣어 갈 만큼 아꼈다. 전문가들 역시 해례본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국보 중의 국보로 여기고 있다.

 

 

  크게 보아 훈민정음은 해례본과 언해본이 있다. 1446년 간행된 해례본은 쉽게 말해 한자로 된 풀이서인데, 훈민정음의 창제 동기와 의미, 사용법 등이 소개되어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을 증명하는 소중한 자료가 되어준다. 우리가 학교 때 열심히 외웠던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의 훈민정음 서문은 월인석보에 수록된 한글 해설서인데 세조 때 간행된 언해본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소유주가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돈으로 가늠할 수 없는 그 책이 하루 빨리 공개되고, 더 이상 훼손됨이 없이 문화유산으로서 제 가치를 다하기를 바랄 뿐이다. 상고심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피고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시민으로서 초조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김슬옹 교수님의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사봤으면 좋겠다.

  김슬옹님은 한글을 널리 퍼뜨리는데 온갖 열정을 다하시는 학자이다.

  1980년대부터 치열한 행보를 하던 학자의 성과가 날로 눈부시다.

  존경스럽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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