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어웨이 - 할인행사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톰 행크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당신 곁의 공

 

 

  피지 모누리키 섬에 가야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기억해내기 좋은 오후다. 완전한 고립을 즐길 맞춤한 시간이다. 아파트 너머 강 물결은 잔잔하고 담장 밖 거리의 차 소리조차 새어들지 않는다. 그 섬에 가서 희고 둥근 공인 윌슨과 하룻밤을 지새우리라. 피범벅이 된 손바닥을 그 몸에 찍어 사람 얼굴을 그려 넣으리라. 그래도 던져버릴 수 없는 고립감이 찾아오면 맘껏 튕겨 울적함을 달래보리라.

 

 

  피지의 모누리키 섬이 배경인 영화「캐스트 어웨이」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개봉한지 십 년이 넘은 영화는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무인도에 갇힌 남자는 같이 떨어진 소포꾸러미 중 윌슨 상표가 붙은 배구공을 윌슨이라 이름 짓고 친구 삼는다. 삶에 대한 열망과 운명에 대한 원망이 혼재된 4 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남자는 제 자리로 돌아온다.

 

 

  원시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해서 우리 삶이 온전할 것인가. 영화 제목처럼 산다는 건 저마다 망망대해에 버려져 표류하는 것과 같다. 살아갈 희망이 사라진대도, 어긋난 사랑이 부서진대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게 삶이다.

 

 

  이제 남자는 새로운 삶의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황량한 사거리에 한 장의 지도를 든 남자. 저쪽으로 가면 텍사스고 이쪽으로 돌면 캘리포니아지요. 낯선 아가씨의 익숙한 친절을 뒤로 하고 담담히 지도를 접는 남자. 하늘색 티셔츠 안으로 꿈꾸듯 바람이 일고, M자로 벗겨진 남자의 이마 위로 생에 대한 호기심이 얼비친다. 오른쪽으로 입 꼬리를 자주 올리는 남자가 독백을 한다. ‘살 만한 게 인생이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솟을 테고, 그 세파에 무엇이 실려 올지 어떻게 알아?’

 

 

  결말을 알 수 없는 그 여정에도 빠져서는 안 될 게 있다. 윌슨이란 이름의 배구공 하나. 소통과 위안을 주는 그 어떤 소품도 남자의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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