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 - 답답한 현실을 바꿀 분명한 해답
미하엘 슈미트-살로몬 지음, 김현정 옮김 / 고즈윈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매스게임

 

의미 있는 사진전 하나가 개최된다. 서울 안국동 한 갤러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빛과 그림자’라는 타이틀로 이달 말까지 전시한다는 소식이다. 일간지 정치부 사진 기자 출신의 최재영 사진가의 엄선된 작품을 모았다. 역대 일곱 명의 대통령과 당시 대선에 도전한 후보 등 사십여 점의 모습을 담고 있단다.

 

 

전시회를 알리는 소식 중 유독 눈길이 가는 한 컷의 사진이 있다. 전국체전 개막식 스탠드 매스게임에서 연출된 전두환 부부의 얼굴상이다. 카드섹션이라 불리는 그 작업은 그 시절 흔히 행해진 권력자를 향한 강제된 퍼포먼스였다. 몇 컷의 장면을 얻기 위해 주로 천 명 이상의 고등학생이 동원되었다.

 

 

그 시절 학창 시절을 보낸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서로 다른 학교에서 모인 남녀 학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내용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매스게임 연습에 매달려야만 했다. 대형에 맞춰 훌라후프를 던졌다, 감았다를 수도 없이 하는 사이 여름이 깊어갔다. 이성을 가까이 접할 수 있고, 수업을 빼먹는다는 기쁨만으로 힘든지도 모르고 뙤약볕을 즐기던 시절이었다.

 

 

애국이란 이름으로 개인을 억압하던 사회, 집단의 힘을 과시하던 사회, 권력자 개인을 추앙하게 만들던 사회, 그런 억눌림이 일상화되었어도 절실하게 자각하지 못했던 사회. 이런 일이 불과 삼십 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것이 이 사진전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그에 못지않게 그 사진들을 보면서 자신만이 겪은 아련한 땀 냄새를 되불러내는 일, 이것도 사진전이 베푸는 중요한 감흥이 되어 준다.

 

 

철 지난 매스게임 한 컷 사진을 통해 시대가 주는 보편적 정서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개별자로서의 특별한 심상이 떠오르는 일. 사진이 주는 최대의 매력이다. 고린내 나던 운동화를 말리며 매스게임 연습을 하던 그 때의 검은 눈동자들, 풀풀 날리는 먼지처럼 운동장을 떠도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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