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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역사 - 개정판
하인리히 E. 야콥 지음, 박은영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타인의 취향을 업무나 사람됨의 평가 잣대로 삼아선 곤란하다. 그것이 먹을거리일 경우는 특히 그렇다. 말은 이렇게 해도 타인의 먹거리 취향에 대한 저마다의 편견이 있긴 하다.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을 보면 맺고 끊는 게 불분명할 것 같고, 급하게 먹는 이들은 성격도 불같아 뵈고, 국물을 남기는 치들을 보면 지나치게 건강을 챙기는 사람 같아 보인다.
내게도 그런 편견이 있긴 하다. 무조건 커피를 멀리하고 녹차나 매실 등 웰빙 음료만 찾는 사람들을 보면 건강 염려한(念慮漢)이 아닐까 하고, 음료수 하나 고르는데도 오랜 고심을 하는 걸 보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닐까 하는. 하지만 그건 타인의 취향일 뿐 시비 걸 마음은 추호도 없다. 커피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크게 마시지도 않고, 녹차를 좋아하지 않지만 자주 마시기도 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마실 거리는 다만 마실 거리일 뿐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심부름 때문에 진보 정치계 한 쪽이 떠들썩하다. 회의 중 비서진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 것도 못마땅한데, 매장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를 사오게 해 마신다는 게 문제란다. 뭐 이런 코미디가 있나 싶다. 생각하는 게 다른 계파들끼리 정파 싸움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노동자와 민중을 생각하는 당의 커피는 꼭 셀프 믹스커피여야만 하나? 노동자는 스타벅스 매장 같은 데서 아메리카노나 캐러멜마키야토를 마시면 안 되나?
주입되고 세뇌된 뿌리는 편견이라는 잎사귀를 낳는다. 노동자와 민중의 먹거리 취향에도 계급이 있어야 하나? 굶어죽는 시대도 아닌데 자신들의 잣대로 타인의 취향을 재단하는 이 저급 코미디만도 못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진보든 보수든 커피는 커피일 뿐이다. 취향대로 마시면 된다. 이름 좀 구린 아메리카노면 어떻고 좀 비싼 매장 커피면 어떠리.
사회는 진화하는데 사고가 퇴보하면 그 그룹은 갑갑한 소굴로만 남을 뿐이다.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 한 잔 제대로 생각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