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밥 365일 - 82cook.com 요리 톱스타 보라돌이맘의
박미경 지음 / 포북(for book)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요리가 대세인 시대를 사는 것 같다. 텔레비전을 켜면 예능과 드라마 못지않게 요리 천국이다. 고든 램지, 제이미 올리버, 빅마마 같은 전문가들이 나와 눈부신 요리 세계를 보여준 지도 오래 되었다. 즐기면서 잘하는 분야가 있다는 건 부럽다. 요리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조리대 앞에 서는 게 두렵다. 자신이 없으니 밥상 차리는 일은 언제나 가슴 짓누르는 숙제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텅 빈 냉장고를 보며 한숨지을 때가 많다.

 

 

  그래도 외지에 갔던 아이들이 돌아오는 격주말이면 신경을 쓴다. 그렇게 해서라도 부족한 모성을 보상 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중복되지 않게 식단을 짜가며 요란을 떤다. 아침엔 초밥, 점심엔 냉면, 저녁엔 피자, 다음날 아침엔 고깃국, 점심은 스파게티, 저녁은 삼겹살. 내가 봐도 평소의 내가 아니다. 한 끼 준비하고 나면 온몸이 땀범벅이 되고, 돌아서 한 끼 차리고 나면 지쳐 드러누울 지경이다. 화장실을 자주 가긴 했지만 아들이 잘 먹어주니 내심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 운동을 갔다 온 부자가 속내 이야기를 한다. 집 밥이 그리웠는데, 아들이 먹은 건 집 밥이 아니라 요리였다나. 이것저것 신경 쓰는 엄마한테 미안해서 솔직하게 말 못했는데 아들이 바란 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소박한 밥상이란다. 식구끼리 먹는 밥은 돌밥도 찰밥으로 보이고, 푸성귀도 산삼 되어 넘어간다나. 구수한 된장찌개에 시원한 열무김치, 그 정도가 진정한 ‘집 밥’이란다.

 

 

  ‘한 밥에 오르고 한 밥에 내린다’는 어른들 말씀에 기대, 잘 먹여야 한다는 과장된 모성을 발휘한 게 도리어 소화 불량을 불렀던 것이다. 바깥 더운밥보다 내 집 식은 밥이 낫다는 단순한 원리를 왜 몰랐을까. 집 자체가 최고의 밥이고 엄마 자체가 최선의 반찬이라는 생각을 왜 깨치지 못했을까. 보상 심리가 차려낸 오지랖 밥상 앞에서 괜히 쑥스러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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