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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 아웃케이스 없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카타기리 하이리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하루에도 수십 번 넘어진다. 말실수로 후회하고, 오해로 상처 받고, 앞서 짚어 난감하고, 이루지 못해 번민한다. 일상은 넘어짐의 연속이다. 넘어진다는 건 지극히 인간적이다. 잘못이 아니다. 자주 넘어져도 좋으나 잘 넘어져야 한다. 사람의 별에서 구석자리 하나 세내 살면서 잘 넘어진다는 건 위안 받을 너른 가슴을 만나는 걸 말한다.
유도나 레슬링 경기를 보면 넘어뜨리는 것 못지않게 넘어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 운동 경기와는 달리, 심리적으로 넘어질 때는 잘 받아주는 주변이 있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라는 말도 넘어질 때 잘 받아주는 걸 의미한다.
일본영화 `카모메식당`을 봤다. 외롭고 상처 입은 캐릭터들은 헬싱키에 차린 카모메식당에 와서 제 슬픔을 부려놓는다. `세상 어디에 있어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롭지요` 핀란드 숲 넓은 배경을 안고 사는 그들은 마냥 평화롭고 여유 있게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저마다의 사연으로 식당 창문 앞을 서성이는 걸 보고 일본인 식당주인이 읊조리듯 하는 말이다.
이국의 길모퉁이 작은 식당엔 외톨이 청년, 버림받은 여자, 아픔을 간직한 자, 외곬 중년남 등 이웃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넘어지기 쉬운 영혼들이 모여든다.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카모메식당은 정갈하고 상큼한 매력으로 손님들을 매혹한다. 그곳엔 마법 같은 루왁 커피와 주먹밥 그리고 시나몬롤빵이 있다. 하지만 절대강자는 역시 넘어지기 쉬운 영혼들을 보듬는 주인의 따뜻한 시선이다.
잘 넘어지려면 잘 받아줘야 한다. 카모메식당이야말로 힐링의 원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