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뫼르소의 태양

 

  강렬한 태양을 벗어나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은 일탈을 꿈꾼다. 고작해야 계곡이나 바다 찾아 발 한 번 담그는 정도의 일탈이겠지만 일상의 틀을 훌훌 벗어난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거다. 그도 잠시 결국은 세상이 원하는 삶, 가족이 바라는 생활, 본인 스스로가 규정한 테두리 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게 평범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 제대로 된 일탈 종결자가 있다.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문제적 인간 뫼르소. 엄마의 장례식에서도 눈물 흘리지 않고, 연애를 하되 깊이 사랑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하며, 타는 듯한 태양빛에 홀려 살인을 저지르는 사내다. 평범하고 규범적인 인간 군상과 자신이 왜 다른지조차 자각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천상 자유인. 자신이 일탈적 선상에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않는 실존적 인간형이다.

 

 

  본능과 감정에 충실한 뫼르소에겐 사랑, 도덕, 가족애, 신념 그리고 종교 같은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이다. 도덕적으로 계산할 줄도 모르고, 종교적 원죄의식엔 물들지도 않았다. 애초에 인간에 관한 연민이나 사회가 부여한 관습이나 질서 따위에 한없이 무관심할 뿐이다. 우발적 살인으로 재판정에 섰지만 자기변명마저 혐오한다. 자신을 위한 재판이건만 스스로 제 3자가 되어버리는 부조리한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한 여름이면 이 작품이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격렬하게 이마에 내리꽂히던 뫼르소만의 실존적 태양 때문이리라. 실존주의는 누가 뭐래도 개별자의 삶을 우선한다. 타인에게 상처나 방해 없는 실존이라면 나도 기꺼이 그 배에 승선하리라. 개인의 자유의지가 존중되는 사회야말로 가장 건강한 집단이라 생각하므로. 그런 의미에서 자신에게 솔직하기 위해 타자에게 유해한 손짓을 가한 뫼르소는 내 식의 부조리 연극의 주인공이 되기엔 한참 부족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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