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누군가를 제 안에 들이기 꺼려하지 않는 여자가 있다. 누군가를 쉬 자신 안에 들이지 못하는  남자가 있다. 여자는 따뜻하고 남자는 건조하다. 여자가 방방 뜬다. 남자는 시니컬하게 반응한다. 그것이 남자의 방식이었다. 여자가 무대책으로 환하게 웃을 때 남자는 아주 조금만 입을 벌려 웃었다. 여자에게 남자가 전화를 한다면 여자는 십중팔구 여기로 와, 만나, 라고 말한다. 대답 대신 남자는 착한 여자에게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랐다. 그 역시 남자의 방식이었다. 

 

  여자가 많이 아프고(!) 있는 중이다. 여린 여자는 마음 뿐인 남자에게 놀러와,라고 말해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으므로 그 말을 삼켰던 모양이다. 아픈 목구멍으로 삼키던 그 짧은 호흡의 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소설이 되었다.  

 

  비루하고 갑갑하지만 먹먹하고 착한 소설. 그래서 두 번째는 읽지 않을 소설. 힘겨워서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소설. 독자보다는 등장인물을 더 배려하는(해야만 하는) 소설. 담담해서 우울한 소설.

 

  아무리 그대가 다섯 개의 의미를 붙여가며 강권해도 다시는 손가지 않을 소설. 점입가경의 그 주석을 더 눈물겹게 기억할 소설. 그래서 책값의 반은 그대가 책임져야 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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