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물인지 진흙탕인지 모를 얼룩이 묻은 청춘의 문장들을 다시 꺼낸다. (두꺼운 종이질은 넘기기가 힘들다. 독자보다 책 파는 게 우선인가? 마음산책하려다가 마음상함이 먼저 오려한다. )
스물이 그립다. 간직해둔 거문고들 줄 끊어지는 소리는 나이들수록 자주 들린다. 김연수도 그러한가 보다.
125 -126쪽 )
이덕무가 글을 뽑고 박제가가 서문을 붙인 학산당인보기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거문고 갑 속에 간직하여 두었더니
이따금 줄 끊어지는 소리 들려오누나
내 마음 속에 간직해둔 거문고들도 이따금 줄 끊어지는 소리를 울린다. 그 소리가 들릴 때면 나는 또 얼마나 놀라는지! 나는 참 많이도 흘러 내려왔구나. 항상 삶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구나. 스무 살, 그 무렵에 나는 '이제 그만 바라보자 / 저렇게 멀리서 반짝이는 섬들을'이라는 내용의 시를 썼지만, 이제는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빛이, 마치 새로 짠 스웨터처럼 , 얼마나 따뜻한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것 같아 가만가만 고개만 끄덕인다. 이따금 마음에서 울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가만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