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물인지 진흙탕인지 모를 얼룩이 묻은 청춘의 문장들을 다시 꺼낸다. (두꺼운 종이질은 넘기기가 힘들다. 독자보다 책 파는 게 우선인가? 마음산책하려다가 마음상함이 먼저 오려한다. ) 

스물이 그립다.  간직해둔 거문고들 줄 끊어지는 소리는 나이들수록 자주 들린다. 김연수도 그러한가 보다.

   

 

 

 

  125 -126쪽 ) 

  이덕무가 글을 뽑고 박제가가 서문을 붙인 학산당인보기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거문고 갑 속에 간직하여 두었더니 

  이따금 줄 끊어지는 소리 들려오누나 

  내 마음 속에 간직해둔 거문고들도 이따금 줄 끊어지는 소리를 울린다. 그 소리가 들릴 때면 나는 또 얼마나 놀라는지! 나는 참 많이도 흘러 내려왔구나. 항상 삶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구나. 스무 살, 그 무렵에 나는 '이제 그만 바라보자 / 저렇게 멀리서 반짝이는 섬들을'이라는 내용의 시를 썼지만, 이제는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빛이, 마치 새로 짠 스웨터처럼 , 얼마나 따뜻한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것 같아 가만가만 고개만 끄덕인다. 이따금 마음에서 울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가만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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穀雨(곡우) 2010-01-2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무살, 전 무얼 해도 좋을 거란 막연한 설렘으로 가뭇없이 흘려 버렸던 기억만...
정말이지 사람은 추억을 빼먹고 사는 건가 봅니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현이 나이를 먹어 느슨해져도 그 속에서 부유한 추억이 새록새록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청춘(?)을 돌파하고 있는 무지랭이의 전언이자 잡설입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팜므느와르님의 글과 채취에서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가식없이 흐르는 감정표현, 붙들어 매는 글사위. 숨은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라면...^^

다크아이즈 2010-01-2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여삐 보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인뎌~ 알라딘이 좋은 점은 고수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제대로 자극 받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죠. 곡우님께 많은 것 배우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