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이 글, 리뷰에 올려야 할지 페이퍼에 올려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내 맘대로식 리뷰로 보기엔 객관적 정보가 너무 많고, 잡설 페이퍼로 보기엔 책에 관한 얘기가 많고... 내 서재니까 내 맘대로 할란다.  

 

이 리뷰는 내가 진행하는 방송의 스물여섯 번째 시간에 전파를 탄 로쟈의 '인문학 서재' 소개글이다. 시간이 좀 지났구나. 김훈은 일찍이 말했다. 책은 팔려야 그 효용을 다하는 거라고.내 깐에는 최선을 다해 소개했는데, 글쎄 내가 사는 이곳에서는 얼마나 먹혔는지 모르겠다. 인문학은 어려워서가 아니라 관심이 덜 해서 덜 읽힌다고 로쟈님이 말씀하던데, 솔직히 말해서 뭘 모르는 나 같은 이한테는 어렵다. 그래도 자꾸 접하다 보면 나아지지는 않겠나? 

  

이 책, 현재 대박행진 중인 걸로 안다.  그래도 김훈식으로 '알라디너들아, 책 좀 사가라' 

그리하여 책 쓰는 이들이 밥벌이의 비루함에서 조금은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A. S  // 오프닝

A. 오늘 들고 오신 책은 제법 두꺼워 보이는데 어떤 종류의 책인가요?

S. 네, 산책자에서 발간한 로쟈의 인문학 서재라는 책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본명보다는 로쟈라는 닉네임으로 더 알려진 이현우 작가가 쓴 서평 모음집입니다. 인터넷 서점 상의 대중 지성이 오프라인 서재로 옮겨간 대표적인 경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A. 인터넷 서평꾼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해 책을 낸 경우군요. 로쟈라는 닉네임의 작가에 대해서 소개해주실까요?

S. 네, 저도 인턴넷 서점을 애용하고, 거기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형식의 개인 공간도 갖고 있는데요, 그 인터넷 서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용한 인문학적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 분이 서울대 노어노문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이현우라는 노문학자이자 인문학자인데 로쟈라는 필명으로 활동을 합니다. 그가 써내려간 전천후 인문학 독서의 후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단시간에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예술, 철학에 대한 진지한 에세이와 철학자 지젝 읽기, 그리고 번역비평에 관한 주요 글들을 망라해 놓았습니다.




A. 책이 나온지 몇 개월 되지 않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S. 네, 책머리에 나오는 작가의식에서 살짝 그것을 엿볼 수 있는데요, <나는 하녀고 광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나는 다만 읽고 쓰고 떠들겠다. 뭔가 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세상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없는 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견딜 만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당신에게 끼니가 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대단찮은 것이어도 ‘겸손한 식사’ 정도는 될 수 있다면 말이다.>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인문학적 갈증에 목말라 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청량한 우물 같은 역할을 한 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된 계기 같습니다.




A. 인문학 하면 철학과 더불어 학문적이고 딱딱한 느낌이 들어 일반 독자들이 접하기엔 쉬운 영역이 아닌데 어떤 부분에서 독자들과 소통이 되었을까요? 

S. 인터넷 서점 상에서는 사실 ‘로쟈’라는 이름은 전설이자 유령입니다. ‘로쟈에게 물어보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터넷 상에서는 인문학 방면의 ‘가장 영향력 있는’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그의 유명한 서재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에 가면 인문학 책읽기에 관한 독자로서 궁금한 모든 것이 해결될 정도로 방대한 자료들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춤꾼 니진스키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알게 된 경우입니다. 그의 전공은 노어노문학이지만 전공하지 않은 분야들까지도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그 정보들은 대중지성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정색하고 인문학이란 이런 것이라고 고리타분한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라 제 멋대로 읽고, 삐딱하게 생각하는 인문주의자를 표방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광범위하고 삐딱한 인문학자의 시선에 사람들이 신선함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하루에 천 명 이상이 꾸준히 접속하여 인문학 관련 신간 소식을 접하고, 지적인 갈증을 해소하고 있는데요, 블로그를 슬쩍 훔쳐보면 특별한 사람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옵니다.

A.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나요?

S. 네 거의 모든 인문학적 책들에 대한 서평이 모여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만화와 리빙, 자기개발서 분야를 제외한 모든 지식 분야를 넘나들고 있는데, 예의 제가 말한 니진스키의 영혼의 절규, 를 비롯한 여러 서평들을 접할 수 있는데요, 특히 슬로베니아 출신 사상가 슬라보에 지젝에 관한 관심이 많은 작가로 보입니다. 이단적이고 독특한 지젝의 철학에 매료되어 그에 대한 오해를 푸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 독자들의 지젝 이해를 위한 징검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 대한 독자들의 애정은 그가 번역 비평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간 번역서가 나올 때마다 독자들은 로쟈가 평하는 번역 비판에 귀를 쫑긋 세웁니다. 때론 울부짖고, 때론 무모하고, 더러 용감해 보이기도 하는 번역 오류에 대한 그의 비판의 눈은 독자들을 일깨우기에 충분합니다. 번역 비평에 과감하게 실명을 거론하며 번역 교정을 선보이는데요, 그의 고군분투 활약을 통해 번역의 소중함과 책 만드는 일의 윤리성에 대한 공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A. 인문학만으로 독자들을 책읽기의 장으로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텐데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S. 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재미와 문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책읽기는 즐거운 도망이며 즐거운 저항이니, 악착같이 즐겁게 책을 읽으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의 문체는 친절합니다. 밑줄과 부연설명과 다양한 눈요기 자료를 덧붙여줍니다. 광기에 가까운 활달함이 가득한 로쟈의 글쓰기는 딱딱함보다는 자유로움이 철학적 사유보다는 시적 환유를 앞세웁니다. 쉽고 경쾌한 문체로 어렵고 심오한 내용을 말하기 때문에 독자들로서는 충분한 배려를 받는 느낌이 듭니다. 지독한 성실성도 한몫합니다. 강의와 집필, 독서와 번역 그 바쁜 와중에도 꼬박꼬박 서재에 새 글을 올리고 문답을 답니다. 이 불타는 사명감은 바로 대중지성에 대한 그의 열망을 말해줍니다. 사라져가는 인문 지성의 숲을 무성하게 일구고자 하는 힘이 느껴집니다.




A. 다재다능한 로쟈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S. 네, 우선 저부터 경계 없이 지적 유영을 즐기는 저자가  부럽기 짝이 없는데요, 매일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독자들에게 신선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부러움에서 그칠 뿐입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김훈의 소설 문체에 대해 분석한 것이 흥미를 끄는데요, 그에 의하면 김훈의 아름다운 문체와 그걸 뒷받침하는 허무주의적 세계관은 소설 문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 질투어린 시선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소설가의 문체는 적당히 아름다워야 한다, 다르게 말하면 적당히 지저분해야 한다는 저자의 견해가 왜 그리 신선하게 보이는지요? 산문적 일상을 묘사하는 소설가는 자신만의 얼굴, 필체, 문체를 갖는 게 지당하게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지나친 아름다운 문체여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의견이 참 와 닿았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여자는 아내로서 적합하지 않다, 결혼 생활 마찬가지로 산문적이기 때문이라는 그의 통찰에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도구이자 형식인 문체가 내용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거잖아요.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읽고 쓰고, 떠들고, 생각하고, 주저하고, 이 모든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A, S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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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0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0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1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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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1 1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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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1 1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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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0 2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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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1 0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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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1-2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야금야금 읽고 있습니다. 빨리 읽을 수 없는 책이잖아요. ^^
근데, 로쟈님이 '독서평설'에는 글을 되따 쉽게 쓰시는데, 이 책에선 좀 '세미나'티가 나요. ㅎㅎ
많이 팔리기엔 그런 한계가 좀 있을 듯...
김훈을 저렇게 말했군여. 저도 저렇게 생각했는데, 뭐라고 말을 못했지요. ^^
그저, 기자같은 말투라고 적고 말았는데...

다크아이즈 2010-01-21 00:27   좋아요 0 | URL
독서평설은 학생 상대니까 쉽게 써줘야 애들이 당황하지 않잖아요. 저도 밥벌이 하느라 애들 논술지도할 때 독서평설 가끔 부교재로 활용했는데, 로쟈님 것은 그래도 어렵달까봐 감히 시도도 안 했다는... 어쩌면 제가 이해 못해서 피했는지도... ㅋㅋ

그건 그렇고, 김훈, 고종석, 김규항 셋의 문체를 비교한 로쟈님의 에세이는 이미 명문이 되어 세상을 유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로쟈님 그런 식으로 써주면 저 같은 평범 독자들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데... 읽고 읽어도 그 부분은 너무 와 닿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