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구판절판


신기하게도 기억은 그 당시에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보게 해준다. 무대 구석에서 작은 제스처를 하는 엑스트라에게 비추어지는 핀 라이트처럼, 기억은 우리에게 그 순간을 다시 살게 해줄 뿐 아니라 그 순간에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때로 우리가 우리의 기억이라고 믿었던 것과 모순될 수도 있다.-129p쪽

내가 마지막 말을 마쳤을때 그의 눈빛이 출렁, 했다. 출렁, 하는 그의 눈빛을 보자 내 가슴도 따라 출렁했다. 먼 계곡 양 가장자리에 서 있는 두사람을 이어주는 어떤 밧줄 같은 것이 우리 사이에 놓여지는것 같았다. 그것을 잡은 이쪽에서 파르르 떨면 저쪽에서 잡은 손도 파르르 떠는 것 같은기분..-203p쪽

모니카 수녀님 께서 지난주에 편지를 하셔서 돌이 빵이되고, 물고기가 사람이 되는건 마술이고 사람이 변하는게 기적이라고 말씀 하셨어요-209p쪽

예전 같으면 나는 어두운 뒷 골목에서 불 켜진 창문을 바라보는 방랑자처럼 그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저 창 안으로만 들어가면 행복은 식탁 위에 놓여진 은빛 수저처럼 얌전히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나 혼자만 벌판으로 쫓겨나 끝이 보이지 않는 밤길을 맨발로 걷는 것 같은 서러움으로 밤마다 뒤척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즈음 나는 어떤 사람도 행복의 나라나 불행의 나라 국경선 안쪽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모두들 얼마간 행복하고 모두들 얼마간 불행했다. 아니, 이 말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사람들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면 얼마간 불행 한 사람과 전적으로 불행한 사람 이렇게 나눌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218p쪽

조용히 기다려라 . 그리고 희망 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희망은 그릇된 것에 대한 희망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사랑도 그릇된 사랑에 대한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T.S. 엘리어트 (네개의 사중주)

누구에게나 슬픔은 있다. 이것은 자신이 남에게 줄수 없는 재산이다. 모든것을 남에게 줄 수는 있지만 자신만은 남에게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소유한 비극은 있다. 그 비극은 영원히 자신이 소유해야 할 상흔이다.
눈물의강, 슬픔의강, 통곡의강,
슬픔은 재산과는 달리 모든사람들에게 공통 분배되어 있다
박삼중 스님

저는 기적을 믿지 않습니다.
다만 기적에 의지해 살아갈 뿐입니다.
칼 라너

---쪽

사형제도는 그 벌을 당하는 자들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이다. 정신적으로 수개월 내지 수년 동안 육체적으로 생명이 다하지 않은 제 몸뚱이가 둘로 잘리는 절망적이고도 잔인한 시간 동안 그 형벌을 당하는 사형수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른 품위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진실이라는 품위라도 회복할 숭 있도록 이 형벌을 제 이름으로 불러서 그것이 본질적으로 어떤지 인정하자.
사형의 본질은 복수 라는 것을
알베르 카뮈 (단두대에 대한 성찰)-214p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구판절판


다른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그 사람들이 우리 농담에 즐거워하면, 우리는 나에게 남을 즐겁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자신을 갖게 된다.그사람들이 우리를 칭찬하면, 나에게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우리가 방에 들어갔을 때 눈길을 피하거나 직업을 밝혔을 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21p쪽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 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남의 관심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자신을 보면, 이런 터무니 없는 일이 어디 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동료 한 사람이 인사를 건성으로 하기만 해도,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기만 해도 우리 기분은 시커멓게 멍들어 버린다. 누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 주고 과일 바구니라도 보내주면 갑자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환희에 젖는다.-22p쪽

나의 실패를 다른 사람들이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며 가혹하게 해석한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일에서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의 물질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세상이 실패를 바라보는 냉정한 태도, 실패한 사람을 '패배자'로 지목하는 집요한 경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심각해진다. '패배자'라는 말은 졌다는 의미와 더불어 졌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권리도 상실했다는 의미까지담고 있는냉혹한 말이다.-202p쪽

만화가들의 밑바닥에 깔린 무의식적 목표는 유머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그런 식으로 조롱할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인지도 모른다.-234p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들의 들판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장바구니담기


가끔씩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멍해 있으면, 나를 배반하지 않는 것은 글쓰기 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그건 전적으로 내게 달린 일, 나의 감각을 인화해내고, 나의 경험을 완성해주어서, 내게 삶을 삶으로 명확하게 살도록 해주었으니까. 잘못되었을 경우 내 탓이라고 하면 되니까. 책임의 실체가 있고 능력의 부재가 뚜렷한 거니까. 최소한 운명이나 배신은 아닌거니까....
그러니 이제는 알게 된것이다. 쓰는 일보다 사는 일이 더 중요한게 아니라, 그두개가 적어도 내인생에 있어서는, 실은 처음부터,갈라놓은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모든 인생길이 나침반처럼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새삼 내가 작가라는 일이 감사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그러는데
진심 감사하다.-263p쪽

그렇다는 이야깁니다.심각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다들 그렇다고 말하는 대로 사는 게 실은 편해요. 깊이 생각해보면 결국 가장 불행한 방법이긴 하겠지만 불편하지는 않지요. 언제나 무엇이 옳은 길인가 생각하고 살면 불편해져요 . 어떤 의미에선 피투성이가 되니까.-211p쪽

그러자 문득 아버지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뿌연 생크림을 다 걷어내면 나오고야 마는 검은 커피처럼 일순 가슴을 뜨겁게 하며 떠올랐다.

둥글고 선한 눈에 고인눈물이 오후에 비낀 햇살에 부딪혀 두개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낭독의 발견
홍경수 기획.구성 / 샘터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이책은 우선 선물용으로 최고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에게든 안읽는 사람에게든

각자의 깊이만큼 읽을수 있도록하고 감동은 크게 준다.

예전에 송선미씨가 진행할 때 몇 번보고 정말 괜찮은 프로 구나 생각했었는데

책으로 엮어 나와서 너무 반가 웠다.

한꺼번에 읽어도 좋고. 가끔 생각날 때 마다 꺼내 읽어도 좋다.

박목월 시인의 아들 박동규씨부터 자우림의 김윤아, 피천득 선생님은 댁까지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과 뒷이야기도 담겨 있다.

내용도 좋지만 낭독이 주는 감동도 만만하지 않다.

단 두줄로 끝나는 정현종 시인의 섬 이란 시도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투정인 듯 자랑인 듯 천상병 시인의 행복이란 시도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소리를 내어 읽어 보면 읽어 볼수록 그 맛이 다르다

눈으로 읽는 것은 바로 머리에 들어오지만 소리를 내면 입에서 나간 뒤 한박자쉬고

머리로 들어온다. 바로 거기에서 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천천히 한자한자 제대로 씹으면서 의미를 다시 마음에 머리에 새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네시로 카즈키의 소설이 워낙 재미있긴 하지만 방송국에서 쏴대는 전파 마냥 1회성 인 것 같아서 소장용으로

사는건 망설였는데, 일러스트 가방을 준다고 해서 이 책을 샀다 ^^;;

역시나 술술 읽혀서 받아 든지 딱 2시간 만에 다 읽었다. 또 역시나 눈에 보이는 듯한 실물묘사나 미묘한 심리묘사 덕분에 정신 없이 몰입했다.

좋은책을 고르는 보편적인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분에선 별 3개...

하나 뺀건 가벼울 것 알면서도 산 나의 오만 또 하나 뺀건 대디만 플라이하고 작가는 플라이 못한 실망감 이랄까

읽는동안 즐겁기는 하면서도 [Go]랑은 다른 느낌하며, 가벼우면서도 계속 남았던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랑 비교가 됐다. 하긴...다양성은 존중되어야지 ^^

 

그런데 이게 이준기 주연으로 영화화 된다는데..이준기가 대디는 아닐테고... 박순신 역인가..?? 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