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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책을 손에 잡을 때 그 동기가 중요하다. 서재를 통해 이 책 리뷰를 몇 편 접하고나서 마치 이 책을 읽으면 지금 내가 느끼는 답답함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절박했지만 멍청한 생각에 이 책을 샀다. 참 오랜만에 책을 샀다.

술술 읽히는 책 몇 권을 읽으면서 난 이렇게 쉽고 재미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왜 오랜동안 일년에 책 한 두권 밖에 못 읽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도 읽어도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를 해독하는 느낌이 드는 책만 읽다가 산문집을 읽으니 단순재미가 쏠쏠했다. 판독을 못하는 암호 해독 보다야 연속극을 보며 울고 웃는게 훨씬 쉬운건 당연한것.

울고 싶은데 누가 뺨도 안 때려주고 날 울리는 방법도 까먹었을때 숨 쉬기가 곤란해진다. 마음의 고름은 왜 눈물로 짜내야하는 걸까. 고철덩어리가 다 된 낡은 물레방아를 힘겹게 돌리다보니 에위니아가 뿌려댄 만큼이야 아닐지라도 꽤 많은 고름을 짜낼 수 있었다. 꼭 이 순간이 아니면 안된다고 날뛰는 충동, 시간을 다 갉아먹는 마음의 불안, 안개속에 흔들려 두려운 영혼, 두뇌를 장악한 먹구름, 이런 저런 찌꺼기들의 종합을 다 짜냈으니 한동안은 버틸만 하겠지.

날 울려줘서 고마운 책이었다.

문학 소녀의 감수성은 역겹다. 고름을 짜내고 나니 더 이상 책은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 못했다. 딱 거기까지만 의미 있었나보다. 민주화가 되찾아 준것에 대해 시골집 별장에서 배꽃 사이의 비를 바라보며 자신의 고통에 대한 관찰과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을 느껴도 되냐고 물어보는 작가. 이 작가는 세상이 살만해졌다고 보나보다. 아니 본인이 살만해진 것이겠지. 사촌이 땅을 산것처럼 배가 아팠다. 책들이 상상을 초월하며 팔려나가고 있었고, 생활의 걱정을 하지 않을만한 여유가 있어졌다는 작가. 세상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헤픈 감상을 풀어 놓으면서 또 다른 한편 내 안에 내 감상으로 인해 흐느적거리는 작가를 보면서 불쾌했다. 나는 내 마음의 고통이 그리고 고통의 해소가 내 안에서 시작해서 내 안에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명치 끝이 한동안 시원하게 느껴졌으나 그 느낌이 영원치 않듯이. 시골에 집을 사두고 와따가따 하며 쉬는 동안 바라보는 비, 은하수, 배 꽃이 주는 생명력은 몇 십년간 삶의 터전을 지키며 허리가 굽은 농사꾼의 말한마디만도 못해 한참 얕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여유가 된다면 이렇게 살고 싶다는 식의 삶을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데도 와 너무 아름답다, 멋지다를 넘어서질 못했다. 의미있다는 것이 빠진 느낌. 때론 직업을 이유로 외국의 어느 낯선 곳을 헤매며 지나간 과거를 읊조리며 현재의 사랑을 곱씹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작가.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구나 느껴졌다. 질투가 나서였겠지만 얕음에 대한 경멸... 결국 감상을 넘어서지 못하는구나 허탈해서였을테다.

왜 꼭 이 작가에게 깊이를 강요해야하나 하는 마음도 들긴했다. 아마도 마음의 고름을 짤때 그 치유의 여운과 효과가 오래가길 바랐던 나의 기대 때문이겠지. 그나저나 이 작가가 걱정이 된다. 이제 치기를 한참 부릴 모양인데 쓸거리가 이렇게 떨어진 상상력 없는 작가에게서 나올 가족 이야기에 걱정부터 앞선다. 모두 털어버렸을 때는 강물 깊이 묻어두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을텐데... 먹고 사는게 뭔지.... 바닥에서 긁어 긁어 퍼올린 물... 먹기전 수질에 의심이 가는건 나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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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망딘 2006-07-2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바닥을 치지 못하는것이냐 공지영..하면서도 책을 사게 만드는구나.
문학계의 이승철이라고나 할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