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같은거 잘모르겠지만 , 늘 생각하는게 있긴해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버려. 사람은 다 죽잖아. 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 거야. 가령 추억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거잖아?-43쪽
상상해봐. 난생 처음 계단에서 굴렀는데, 자기를 구해주려고 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면, 하고 말이야. 상상할 수 있지?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거야. 대개는 그대로 끝까지 굴러서 다치거나, 사람들이 쳐다보면 어쩌나 창피하고 그렇잖아. 그런데 바로 그때 일어난거야. 그것을 기적이라고 하든 운명이라고하든, 뭐라 부르든 상관없지만, 난 그걸 믿기로 했어. 그리고 너를 계속 만나야겠다고 생각한거고. 게다가 신의칙도 제대로 알고 있었잖아.-46쪽
가끔 나는 그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 어릴적, 처음으로 좋아했던 그녀가 떠오르고, 조금은 슬퍼진다. 그녀는 내가 살아가는 싱거운 시간의 흐름에 묻혀 점차 그 모습이 멀어졌다. 손을 뻗어도 이제는 닿지 않을 장소로. 언젠가 그녀의 얼굴 생김은 커녕 윤곽조차 희미한 날이 올 것이다. 내게 누군가를 죽일 힘은 없다. 그러나. 나는 지금, 분명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내게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고. 그리고 그 사람을 살아있게 하기 위해서, 그손을 절대 놓지 않으리라고. 그렇다, 설사 사자가 덮친다 해도 결국은 소중한 사람의 손을 찾아 그 손을 꼭 잡고 있기 위해서, 오직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저럭 살고 있다.-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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