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절판


사실, 검은피의 경우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두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프랑수아가 준 것과 볼렌이 준것. 그리고 어쩌면 마리가 돌려줄지도 모를일이다.
아니면 빌려주거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귀이유의 작품을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책은 그렇게 세상을 돌아다닌다.-24쪽

빌린 책은 신성한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우리가 살던 집에 불이 났던
어느 여른날 밤 이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는 거의 마지막으로 건물에서 대피한
사람이었다. 팔 아래 책 한권을 끼고, 잠옷차림으로 말이다.
이웃 여자들이- 어쨌거나 엄마한테 없었던-모피 옷을 챙기고 값 나가는 물건과
보석들을 모으는 사이, 엄마는 가슴을 졸이며 누군가로부터 빌린 책을 찾고
있었던것이다.-26-27쪽

전기라는 장르는 내가 몹시 싫어하는 작들을 다룰 때만 참고 읽을 만하다.
난느 늘 거기서 나의 혐오감을 정당화시켜줄 뭔가를 찾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평생 좋아하는 작가들만 읽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좋아하지 않은 작가의 전기를 뭐하러 읽겟는가.-53쪽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다. 나는 새 책보다는 샀던 책을 더 많이 신다.
나의 정신 나간 행동에 서점 주인들은 전혀 책임이 없다. 그들도 나와 엇비슷하다.
동시에 또 차례로, 투덜거리고, 쾌활하고, 까다롭고, 친절하고, 무디고, 광신적이고,
폭넓고, 한가하고, 바쁘다. 따뜻하든 차갑든, 나는 그들의 기질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적응해 나가면 된다. 그들 역시 그렇겠지.
우리 관계를 이어주는것은 책이니까.-58쪽

지하 창고, 곰팡이, 버섯, 이끼, 고사리 냄새를 풍기는 향기로운 서재들이 있다.
가을 향기가 나는 책들도 있고, 여름 향기가 나는 책들도 있다.
덤불 숲이나 큰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작은 초목 냄새가 나는 책들도 있다.
좋긴 하지만 왠지 불안한 향기들.
너무 습하거나 너무 메마른 향기들.-67쪽

독서광은 아니더라도 책을 즐겨 읽던 사람이 책 읽기를 마다하면 그건 분명
어떤 병의 징후다. " 책 읽을 마음조차 안생겨." 이 말은 신경쇠약, 피곤,슬픔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는 것을 뜻한다.-138쪽

나는 슬프면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눈물을 흘린다. 주인공이 죽으면
내심장 역시 박동을 멈춘다.-157쪽

나는 누가 어깨 너머로 내 책을 읽는 것 역시 참지 못한다.
마치 목욕을 즐기고 있는데 누가 불쑥 들어오는 느낌이다.
무례한 시선에 기분이 상한 나는 아예 독서를 포기 하고 만다.-162쪽

하지만 나는 경험적으로 내가 선택한 책보다는 선물 받거나 추천받은 책에 손이
먼저 간다는 사실을 알고있다.-172쪽

아름다움이란 사람이나 물건이 자신의 못난 부분 마저 좋아하도록 만들 줄 알때,
그것을 자신의 개성과 뗄수 없는것으로 만들어 놓을때 빛을 발하는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191쪽

두꺼운 책들은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놓게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할때마다 그것들은
"나 달아나지 않을거야, 나 여기있어, 널 기다리고 있어, 계속 있을거야, 걱정하지마"
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기에게 푹 빠진 겁 많은 여자를 안심시킨다.-205쪽

각자에게는 매일 다른, 자신의 리듬이 있다. 그러니
아무도 참견하지 말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기를.-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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