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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정원사
김현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8월
평점 :
이 작품을 읽고 가장먼저 영화 <동사서독>에서 언급했던 술, '취생몽사'가 떠올랐다.
언젠가 나는 황약사에게 이 술을 얻었으면 하고 바랬었다.무엇을 그리도 잊고 싶은 것이 많았는지.
영화 속, 장국영은 취생몽사를 마셨지만 술은 기억을 잊어주는 역활을 하기 보다는 기억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그를 더 괴롭게 만들었다.
기억이란 장치는 그런 것이다. 잊으려 할 수록 더 집착하게 되어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다.술로도, 독한 마음으로 쉽게 제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졌다고 믿어도 어느 순간 되돌아 보면 그 자리에 상처 아문 자리 하나쯤은 남겨두는 법이다. 기억이 있기에 남은 생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언젠가 할머니께서 말씀 하셨다. 다 잊기만 한다면 무슨 재미이겠냐고... 추억하는 게 있어야 할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그러나 요즘도 가끔씩 취생몽사를 찾아 꿈 결에 황약사를 찾는 나를 볼때마다 이런 내가 낯설기도 하지만 이런 내가 안쓰럽기도 하다.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물 속을 걸어가는 정원사를 만나는 과정이나 기억을 잊게해 주는 연꽃향이 진한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진부한 인물들관의 연결과 의도적으로 드러나는 인물들의 이름이 실망스러운 소설이었다.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하면서도 줄 곧 작가가 뿌려 놓은 안개에 눈을 수십번 비비고 보아야 할 정도로 지치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