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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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에는 현재 절판된 책도 있고, 국내에 다른 제목으로 번역된 책도 있으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책도 있다. 그래도 대부분은 유명한 저자와 그들의 대표작이다. 


나는 지리학과 동물학에 관한 책을 읽었고, 졸라의 <나나>와 <제르미날>,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세 가지 이야기>,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카뮈의 <이방인>과 <페스트>, 슈바르츠 바르의 <마지막 의인>, 얌보 우올로겜의 <폭력에 대한 의무>, 벤 젤룬의 <모래의 아이>, 크노의 <내 친구 피에로>, 엑스브라야의 <모랑베르 패거리>, 바슐르리의 <벙어리 여인들의 섬>, 뱅스노의 <혼돈>, 상드라르의 <모라바진> 같은 소설들도 읽었다. 또한 번역본으로 <톰 아저씨의 오두막>, <잘나의 탄생>, <내 예쁜 손가락이 내게 말해 줬어요>, <순결한 성자들>도 읽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책은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이었다. - P73

"어쨌든 결정은 당신이 내려야 해요. 당신은 젊고, 이제 인생이 당신 앞에 펼쳐져 있으니까." 그러고서 그는 내게 이탈로 스베보의 <제노의 의식>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읽지 않은 거나 다를 바 없어요." 그의 말은 수수께끼 같았다. - P80

어느 날 그는 수없이 많은 기름때 낀 손이 뒤적여 닳고 해진 작은 책 한 권을 가져다주었다. 그 책의 제목은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이었고, 저자는 프란츠 파농이었다. 하킴은 그 책을 내게 건네주며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읽어봐. 많은 걸 배우게 될거야."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내 앞에 있는 커피 탁자에 책을 내려놓았다. "다 읽고 나면, 다른 사람 아무한테나 줘도 돼." 나도 더 알려고 하지 않고 책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 P140

우리는 기숙사에 딸린 응접실로 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는 가방에서 <선과 악을 넘어서>를 꺼냈다. "왜 니체가 계약에 대해 말했는지 설명해줘. 네 말에 따르면 니체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우지 않았고, 모든 사회가 계약 위에 근거한다고 말한 건 흄이잖아." - P152

그는 니체를 무척 좋아했지만, 그래도 파농을 항상 앞에 두었다. 그는 질베르투 프레이리가 쓴 <주인과 노예>의 몇 부분도 읽었다. - P153

나는 내키는 대로 소설책과 역사책과 때로는 시집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말라파르트, 카뮈, 앙드레 지드, 볼테르, 단테, 피란델로, 쥘리아 크리스테바, 이반 일리치를 읽었다. 내게는 모두 똑같았다. 같은 단어에 같은 형용사들이었다. 가슴을 찌르는 것은 없었다. 고통스럽게 하지도 않았다. 나는 프란츠 파농이 그리웠다. 그가 종교라는 문제에 대해 뭐라고 했을지, 어떻게 말을 이끌어갔을지 상상해보려 애썼고, 이런 노작들을 앞에 두고 그가 지었을 비웃는 듯한 미소를 그려보려 했다. - P188

온갖 것이 다 있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철지난 <히스토리아>, 전쟁 전의 교과서, 추리소설, ‘가면 총서‘, ‘녹색 총서‘, ‘분홍색 총서‘, ‘적색과 황금색 총서‘, ‘흑색 시리즈‘ 등등. 나는 바람을 맞으며 연석 위에 걸터앉아 <풀잎 하프>라는 책을 펴들고 몇 장을 읽어나갔다. - P211

아무 책이나 집어들고 뒤적거리던 중에 나는 한 철학서의 표지에서 선생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 책의 제목은 <히프노스와 타나토스>였던가, 여하튼 그 비슷한 것이었다. 제목 아래에는 에드워드 클라인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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