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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아리가또, 땡큐 - 포복절도, 유쾌상쾌 일본에서 만난 나의 행운의 친구들!
유석규 지음 / 큰나무 / 2011년 9월
평점 :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은행에 취업이 되어서 물론 재미도 있었고 동료애도 있었지만 월의 중순부터 월말까지 이어지는 점심식사도 거의 제대로 못하게 되는 일과 마감후의 일들 그리고 상사의 부당한 대우등에 시달리며 그 와중에 결혼과 출산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그냥 십오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퇴직도 하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사는 것이 조금 수월해지자 그동안 운동을 하지 않고 살았던 결과들이 하나하나 나타나 내 몸을 괴롭히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유일한 위안들은 아이들을 웃게 하는 나의 노력과 그러한 나의 모습과 웃는 아이들의 모습, 맛있게 된 요리를(어쩌다?) 잘먹고 힘내려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와 월급받을 때, 하하하 가족들이 화목하게 웃을때, 예배드리러 갈 때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간 사이의 혼자만의 시간과 휴식 독서 컴퓨터 뭐 그런 시간들이다. 또 하나 책을 통해서 하는 간접경험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충실한 책이었다.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하게 되자 자신이 다녔던 일본의 학교에서 번역일을 맡아 하게 되고 선생님 비슷한 급으로 대우받기도 하고 그 모든 과정을 통해서 알게 된 여러나라의 친구들의 이야기. 가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두시간동안 쉬지 않고 뚝딱 읽어버린 책이다. 우석규란 사람 자체가 겪은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실화이기 때문에 글솜씨가 있든 없든 재치가 넘치고 흥미진진했었다. 살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을 다 겪어보고 부대끼며 살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저자의 경험들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게 되고 부럽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 대신 평탄한 삶을 희생하며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의 자리에서 꼼작도 않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저 영화나 드라마의 일들처럼 느껴질 뿐이다.
케냐의 마라토너인 마야카, 스리랑카의 고타베야, 억울한 도둑의 누명을 썼지만 결국 해당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누명을 벗고 오히려 마트에 취업이 된 스리랑카의 아가씨 사만티카, 그 때 마트에서 누명을 벗는데 도움을 주고 물심양면으로 유학생들을 도왔던 토요시마 선생님, 보고싶은 친구 대만인 리짱, 차갑고 잔소리 많은 선생님이었지만 누구보다 외롭고 여린 오오키 선생님의 자살미수사건, 이란인 어깨들의 두목이었지만 저자에게는 부드러웠던 이란인 지미, 일본인에게 맞고 살았던 외국인 에미상, A군에게 동성의 스토커를 당했던 경험, 요르단의 왕자와 먼 친척인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자빌의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라도 경험하기 힘든 내용들이라 신기했고 때로는 킥킥 웃으며 재미있게 읽었다. 이만하면 간접경험은 충분히 잘 한 셈이다. 덕분에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