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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 : 사랑 편 -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하지만 늘 외롭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ㅣ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춘기가 되가는 딸을 보고 있으니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오릅니다. 속으로 반항도 많았던 시절, 성경귀절 하나, 시 한구절에도 가슴을 치며 그 절절함을 느꼈건만 지금은 어떤 글을 읽어도 그저 무덤덤할 때가 많아졌다는 사실이 서글픕니다. 이제 사춘기를 본격적으로 맞이할 딸을 위해서 이 시집모음집을 먼저 읽어봅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신현림 시인이 모음한 시들인데 한국시와 외국시가 섞여 있어서 예전에 라이나 마리아 릴케와 유치환의 시를 함께 읽었던 시절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면서 혼자만의 성숙한 시 감상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사람들에게 알려진 애송시도 물론 많지만 신현림 시인이 찾아낸 희귀하면서도 아름다운 시 구절에 잠시 넋을 빼앗깁니다. 예전같으면 스크랩을 하거나 모았을 것이지만 이렇게 시집 한권에 묶여서 나오니 너무 좋습니다. 이 책은 사랑을 막 시작한 이십대의 딸이나 부부가 된 딸에게 너무나 좋을 시집입니다. 물론 십대에게도 좋겠지만요. 오래된 노부부가 손을 잡고 가는 장면이 가장 아름답다는 그레타 가르보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약간의 권태기인 부부관계에 친구같으면 어때, 남매같으면 어때 하는 생각이 들게 해서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손을 잡아주고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남편뿐이라는 것을 어떨땐 원수가 따로없다 싸우더라도 말입니다. 그런 내용의 여러 시들이 나의 실생활의 모습과 접목이 되면서 때로는 너무나 공감이 되고 때로는 호탕하게 웃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가 이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제공할 줄 몰랐습니다.
거의 90편의 시와 거의 다른 시인들이 나와 주어서 그리 두껍지 않음에도 알차고 꽉찬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부부나 연애감정만 노래한 것이 이란 부모에 대한 정과 사랑 일상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노래한 시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처음 읽음에도 마치 알고 있었던 글귀처럼 착 귀에 다가오는 시들이 많습니다.'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스크랩을 꼭 해두고 싶었던 이 시도 있어서 너무나 반가웠구요 '입맞춤 천 번 만 번 해도 싫증나지 않으리' 라는 바이런의 낭만적인 시도 이래서 낭만파 시인이라고 하는구나 그 시대와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에게 물 한잔 - 박철
우리가 기쁜 일이 한두 가지이겠냐마는
그중의 제일은
맑은 물 한잔 마시는 일
맑은 물 한잔 따라 주는 일
그리고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