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맛 매드 픽션 클럽
파울루스 호흐가터러 지음, 김인순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2006년도의 오스트리아 작가의 책인 파울루스 흐흐가터러의 '인생의 단맛' 을 여름에 읽었다. 여름이라니.. 이 책은 여름에 읽으면 더 더워질 공산이 크다. 가을이나 겨울에 읽으면 참 좋을 책인데 단순히 추리소설이라 생각해서 여름에 나오는 바람에 큰 찬사를 못 받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읽어가면서는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낯설어서 누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자꾸 책장을 이리저리 넘겨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끝까지 참고 읽다보면,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인생의 단맛'이라는 제목의 의미와 하나로 모아지는 결말의 기막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책들이 제일 아쉽고 짜증이 난다. 다소 난해하더리도 결말의 여운이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이 책도 결말 부분에서 아 그랬구나 그런 것이었어...라는 하나의 깨달음이 느껴져서 그래서 별점을 4개를 준다. 전쟁이라는 공포와 트라우마가 이토록 큰 것이라는 사실을 결말부분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현대를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처럼 마음이 병든 사람이 너무도 많다. 다섯살짜리 딸과 그 언니들까지 신체적으로 학대를 하고 자동차에 치였다는 거짓말을 하게 하는 나쁜 아빠와 자신의 딸인데도 악마라고 생각하는 한 여성과 매일 담배를 피우며 환각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늘어진 엄마 밑에서 방임되며 커가는 십대 청소년들이 스타워즈에 빠져 있고 형이 동생을 위협(성적인 말로도 위해를 가한다 아주 질이 나쁜 형이다)하며 동물을 죽이도록 시키는 짓들이 이 정신과의사의 상담과 시점을 달리하는 구성을 통해서 하나하나 밝혀진다.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싶을 정도로 역겹다.

정신과의사가 소설의 도입에서 벌어지는 한 할아버지의 목없는 죽음에 그 죽음을 목격한 손녀 카타리나라는 작은 소녀의 침묵을 치료하며 단서를 찾기 위해 상담을 하는 내용들과 앞서 썼던 마을의 병든 자들을 상담하면서 이 마을의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형사와 정신과의사와 법의학자들의 사생활들이 교차되면서 다소 지루한 구성을 띠긴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유혈이 낭자한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라거나 트릭만 가득한 그런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심리소설과 사회소설을 띤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용하고 다소 지루하지만 인생이란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대사나 문장들이 아주 멋스럽고 독특하다.

끝부분에서 카타리나가 최초로 입을 열고 범인을 알게 하는 중요한 단서를 주는데 이미 범인이 밝혀진 뒤에 듣게 되는 그 '단어'는 왠지 소름이 끼친다. 바로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하는 대사였기에.. 이런 임팩트 있는 결말에 굉장히 여운이 있는 책이었다. 중간의 난해함과 지루함을 미리 알고 읽었더라면 마음가짐을 달리 하고 가을이나 겨울에 읽었더라면 훨씬 만족스러운 독서일 뻔 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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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자집 2011-09-0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