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스 - 2010년 퓰리처상 수상작
폴 하딩 지음, 정영목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 퓰리처상 수상작에 빛나는 '팅커스'를 읽었다. 바쁜 일상속에서 때론 빠르고 기발하고 추리나 미스테리가 있는 소설도 즐겨 읽지만 다 읽고 나서 책을 덮을때 머리와 가슴에 동시에 불이 들어오는 소설은 많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퓰리쳐상 수상작들은 어느 정도는 그 기준에 만족하게 된다. 1999년 퓰리처 수상작인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 을 읽었을때에도 같은 느낌이었다. 첫장부터 쉬이 넘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반까지 겨우겨우 읽다보면 마지막까지 아껴읽게 된다. 활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빙긋이 웃으며 읽게 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아 이런게 바로 소설이야. 그래 이 정도 언어와 표현력이 있어야 소설가지 하면서 읽게된다고나 할까.
 
팅커스도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처럼 시점이 뒤죽박죽이다. 지금 죽어가는 '조지'의 관점에서 그의 아버지 '하워드'의 관점으로 또한 실제 존재하는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합리적 시계공> 케너 대븐포트 목사. 1783년이라는 책을 곳곳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이 정영목씨의 공이 크다고 본다. 원래부터 그의 번역을 좋아했지만 그는 저자가 쓰려는 언어 하나하나를 우리식으로 되살려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신인작가들의 시덥지 않은 데뷔작보다 훨씬 멋지고 아름다운 언어를 보여주었다. 하워드가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부분이나 조지가 스스로 환상에 빠지는 부분, 그리고 소년 조지가 헤매고 다닐때나 어린시절의 자연의 풍경을 묘사한 부분들은 정말 압권이다. 조지가 어머니를 객관적으로 혹은 주관적으로 바라볼때 하워드의 관점까지 보인다. 그 무뚝뚝하지만 선량하면서 동시에 자식과 남편에게 엄청나게 엄격한 조지의 어머니의 모습은 일반적인 어머니들의 모습의 일부분을 떠올리며 작가의 내면속의 어머니가 어느 정도 반영되지 않았나 싶게 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수레를 끌고 다니며 잡동사니를 팔고 다니는 하워드의 인생과 주변의 농가들의 모습이 민중들의 풀뿌리(옮긴이는 이렇게 쓰고 있다.) 정신이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하워드는 실제로 영업은 꽝이라고 할만큼 주변머리가 없으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그냥 보아넘기지 않고 구해주거나 도와주거나 둘 중 한가지이다. 그저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그가 했던 일들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사람들 자신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실험에 의하면 대중속에서 그런 일상의 영웅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심한 간질발작은 그를 존중해줄만한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 조지는 그런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 자신 시계공으로서의 인생을 떠올린다. 아버지에 비하면 돈도 잘 벌고 훨씬 성공한 인생이다. 이제 가족들은 모두 조지의 임종을 기다리며 백몇시간전부터 모두 모여있다. 아흔시간, 여든시간, 그의 의식은 왔다갔다하며 점점 식사를 하지 못하고 물마저 삼킬 수 없게 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삶과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소설이 위대한 소설이다. 우리 자신의 참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언어의 힘. 이것이 소설의 힘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결코 잊어버리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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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1-01-1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