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맥도날드
한은형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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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4 한은형.

정동 거리. 소설의 배경이 되는 맥도날드가 있던 그곳을 나는 평가원 가는 길로 기억한다. 삼청동 시절부터 정동빌딩에 있던 시기까지 평가원은 초임 박봉이던 나에게 적지 않은 부수입을 주었다. 수업 촬영 공개하고, 문항 개발하고, 교육과정 개정 참여하라면 하고, 인터뷰하고, 질문지 작성하고, 자문서 쓰고, 온갖 주제 연구에 참여, 협력하라고 연락이 오면 했다. 내 교과 담당 연구원들은 처음에는 대학 때 학부 수업 가르치던 선생님들, 조금 윗학번 선배들, 그러다가 같이 학교 다니던 선배들이나 동기까지, 점차 바뀌었다. 박사학위한 사람들이 대학에 교수 자리 날 때까지 연구하면서 대기타는 기관 느낌…
회의가 있는 날이면 조퇴하고 시청역이나 서대문역까지 갔다. 시청역에서 출발하면 덕수궁 돌담을 지나 미술관을 지나 온갖 브런치 카페들, 정동극장, 이화여고와 예원학교 지나 외관이 번뜩이는 건물로 들어갔다. 대사관도 입주해있고 이런저런 기관들이 있어서 엘리베이터가 여러 개 있었다. 회의가 끝나면 아래층 파스타집이나 주변 여러 음식점에서 내 돈 주고는 못 사 먹을 비싼 식사를 했다. 그거 가지고 뉴스에서 엄청 뭐라고 했지만… 그러고는 멀리 진천으로 이전한 뒤로 온라인 협력 몇 번 이후로 평가원은 안녕…했지만…
평가원 연구원들이 교과 연구하는 게 멋져 보여서, 그리고 첫 연구 협력 때 만난 대학 때 은사 겸 선배 겸 연구원님이 대학원에 꼭 진학하라고 하셔서 대학원에 갔다. 교수가 될 생각은 못 해보았고, 평가원 취업하면 좋겠다… 멋있음… 이랬는데 막상 대학원 가서 보니 내 전공 학문, 진짜 뭐 하자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음… 관심도 애정도 수업 들을수록 점점 말라버려서 석사조차 안 하고 그냥 수료만 하고 땡…

하여간에 그렇게 정동 드나들던 시절 일부와 겹친다. 텔레비전에 맥도날드 할머니가 나온 무렵이. 방송은 보지 못했지만, 인터넷 기사 여기저기에서 방송 화면 캡처 일부와 함께 할머니에 관해 다루었고 나도 기사를 보았으니 아마도 그 이름만은 기억을 하겠지.
실존 인물로 픽션을 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이 소설이 나온 걸 보고 궁금해서 사두었다. 레이디 맥베스, 하고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제목도 거기에 운이 맞게 레이디 맥도날드가 되었다. 모티프는 따왔더라도 픽션이니까 방송의 시기나 할머니의 생몰은 조금 조정이 되었다.

소설 거의 후반부 될 때까지도 읽기가 힘들었다. 일단 피디나 주변 관찰자들의 눈으로 뭔가 다른, 독특한, 신비한, 놀라운, 이렇게 경이롭게 그녀의 존재를 수식했지만 그게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의 사람들은 대개 이렇다,라는 편견과 선 긋기에 기반해서 그녀는 거기에 맞지 않는다, 하는 식이라. 인물의 개별성과 개성은 중요한 것이지만 그러기 위해서 다른 모든 누구들은 오히려 뭉뚱그려 너절하고 지저분한 하위의 것으로 취급하는 느낌이, 의도는 아니라도 그런 인식이 소설 내내 흐르고 있었다. 고귀한 늙은이와 냄새나고 염치없고 구질구질한 늙은이 양분…누군들 그렇게 되고 싶었겠냐고요…뭐 나도 별 수 없지…로 귀결되긴 하지만…

직장 다니던 시절을 가장 좋았던, 빛나던 때로 그리고, 그때 익힌 경험들로 그녀가 익히 알고, 즐길 줄 아는 호텔 식사와 호텔 사우나에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장면들도 싫었다. 작가는 할머니에게 글로나마 가장 좋은 걸 대접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 글이니까 가능하고. (그런데 다 읽고 나중에 표지에 보니 실제로 취재진이 할머니를 모시고 호텔 레스토랑에 갔었다고 한다…) 그치만 그 장면 읽는 독자 기분은 생각 안 한 것 같다… 사십 년 가까이 살도록 고급 호텔 근처도 못 가본 사람이 대다수 아닌가요… 한 끼 먹으면 오십만 원 넘는 그런 식당… 한 달 치 장보기 비용인데요… 궁금했다. 작가는 그런 곳에 가보지 않고 상상해서 썼을까? 가봤겠지… 프렌치 먹는다고 해서 뭐 그런 음식이 있어? 했잖아… 저 어제저녁에 이탈리안 먹었어요… 냉동 피자로다가…

초반부는 김윤자가 워낙 홀로 지내다 보니 주로 그의 내면 독백 위주로 전개되고 거기에서 바깥세상에 대한 이런저런 소회를 푸는데, 젊은이들에 대한 생각, 가족관, 결혼관, 불평등 같은 것들, 그런데 그게 그 인물이 말하고 있다기 보다 할머니 껍질 빌려서 남이 말하는 것 같이 따로 노는 느낌이라 별로였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겪은 할머니라도 나름의 통찰이나 날카로운 시선 있을 수 있겠지만 그냥, 그런 훈계와 설파 위해 장치처럼 사용하는 느낌… 이것 역시 의도와 다른 것이겠지만 뭐 잘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십 년 전만 해도 노인들이 패스트푸드점이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 내내 있는 게 신기한 일이었는지 몰라도,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우리 동네는 맥도날드가 없으니까… 몇 년 전에도 서울대입구역이랑 봉천역에 KFC에 가보면, 낮이고 저녁이고 어르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커피가 저렴하고, 식사 시간 제외하면 젊은이들이 그리 많지 않고, 자리 널럴하고, 그래서 혼자 또는 여럿이 죽치고 앉아서 큰소리로 이야기 나누는 어르신이 요즘도 많이 있다. 주문한 음식을 건네는 일 하시는 분조차 어르신일 때도 있다. 그러니까 요즘 같으면 거기 할머니가 맨날 있다고 방송국 게시판에 제보하고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게 밤중이라도 뭐…

책을 다 보고 검색해 보니 실존 인물이던 맥도날드 할머니는 2013년 시설에서 돌아가신 모양이었다. 책 속에선 약 7년간으로 고달픈 기간을 줄여주었지만 실제로는 20년 가까이 거리 생활을 했다고도 하고… 빈곤과 불평등 문제, 복지 제도의 구멍, 1인 가구의 가장 피하고 싶은 미래, 여성으로 살다 늙다 죽는 일 등 보는 사람마다 하고 싶은 말, 바라보는 시선 다 다르겠지만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특별하게 전해진 남긴 말도 없다. 나름의 해석과 수식과 묘사를 덧붙이는 일이 픽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기에는 제약이 많다. 나쁜 평가는 애써 자제하게 되고 유가족이 있다면 동의와 명예훼손 같은 것도 신경 쓰게 될 것이고 그런 게 없다고 또 자기 마음대로 그려내면 양아치 같고 나름대로 최대한 조사하고 조심하고 애를 쓰겠지만 하물며 가상의 인물도 그렇게 해도 결국에는 누군가 다치고 그러는데. 이미 미디어로 사람들에게 덧씌워진 고정관념 선행 이미지도 극복하거나 혹은 절충해야 하고. 어려운 일이다.

소설 말미는 작가의 상상 비중이 더 높고, 그러니까 외국인의 도움을 받거나 시설 앞에서 쓰러지거나 하지 않고 깔끔해 보이고 고통이 길지 않은 죽음을 선사하고, 그전에 인물의 깨달음이나 인정, 회한 같은 게 차라리 내가 선호하는 진행 방향이라 (그러니까 나는 인물의 불행을 좋아하는 못된 새끼) 나쁘지 않았다. 그치만 그렇게 끝나니까 또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이 생각나고… 마츠코… 준코… 참 슬픈 인생… 나처럼 별로야 하는 놈들 있을까 봐 미리 불행 포르노 던지면서 신피디가 버럭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거야 말로 되게 이중적으로 느껴졌다… 흥밋거리로 만들지 않으면서 세상에 알리고 관심을 끌겠다…라는 게 동시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에 읽을 때는 아이 별로야…하다가도 다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져서 밤새 잠을 설쳤다. 그리고 자주 김윤자를, 레이디를 생각했다.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 하다가 커피를 생각하고, 스타벅스를 생각하고, 맥도날드와 버거킹과 KFC와 도심의 노숙인들과 학교 다닐 때 학생회관을 배회하던 아저씨와 공부하다 미쳐버려 삭발하고 아무 데서나 옷을 벗던 어느 학생 등등을 생각하다 겨우 잠이 들었다.


+밑줄긋기
-그들은 다른 가능성들을 상상하지 못한다. 집이 어디라고 말하는 게 곤란할지도 모른다는 것, 남편이 처음부터 없을 수도 있다는 것,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 자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안부를 묻고 지내는 사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방식, 그러니까 흔히 평범하다고 일컬어지는 삶의 방식 말고는 잘 상상하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면서 말이다.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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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2-05 1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은 쓰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유족의 동의는 받았겠죠?

반유행열반인 2022-12-05 13:15   좋아요 2 | URL
여동생 한 분 계신 거 같던데 그러니 절차는 거쳤겠지요 ㅎㅎ 그러면 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scott 2022-12-05 13: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분 다큐에서 봤는데
가족의 문제가 있어서
나름 복잡하게 얽힌 사연들이 많더군요
열반인님 새내기 초임 시절
삼청동 정동 맛집 탐방
행복했던 시절 ^^

반유행열반인 2022-12-05 14:35   좋아요 2 | URL
저는 워낙 먹는 거 안 좋아하니까 회의 후 먹는 자리도 불편했어요. 밥 안 먹고 그냥 간다 그러면 막 먹고 가라고 연구원 선생님들이 붙드시고 ㅋㅋㅋ 그때는 너무너무 가난해서 별로 안 행복했어요. 지금이 제일 좋아요. (그러면서 아침부터 수학 풀기 싫어서 찔찔 짬 ㅋㅋㅋ)
 
[eBook] 일상 감각 연구소 - 먹고 자고 일하는 인간의 감각에 관한 크고 작은 모든 지식
찰스 스펜스 지음, 우아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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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4 찰스 스펜스.

감각 자극에 예민한 편이다. 특히 소음에는 민감해서 시외버스를 타고 다닐 때 옆 사람이 짝짝 소리 내며 껌을 씹으면 멀미가 심해지고 구역질이 난 적도 있다. 요즘 스터디 카페에는 천장에 스피커를 달고 백색소음을 틀어주는 곳이 있다. 이덕에 집중이 잘 된다고 좋아하는 사용자도 많던데, 나는 이 화이트 노이즈 볼륨이 너무 크면 클럽이나 번화가에 온 것처럼 느껴져 오히려 괴롭다. 게다가 반복되는 치지직 소리나 환풍기 웅웅 소음을 들으면 나의 뇌는 감각환각을 일으킨다. 공부 스트레스가 심해졌을 때는 스터디 카페에서 아이들이 막 스터디룸 안에서 떠드는 줄 알고 화가 나서 샥 뒤를 돌아봤는데 소름…아무도 떠드는 사람이 없었다. 위층에서 공사를 하거나 조금 소란한 사용자가 있을 때 백색소음 볼륨을 평소보다 높이는 것 같은데, 그럴 때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나 심할 때는 휴대전화 판매업소에서 크게 틀어 놓는 음악 같은 게 귓속에 맴돈다. 내 정신 건강이 염려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올리버 색스나 최낙언 책에 보면 시지각 손상이 온 사람들이 맹점에서도 뇌가 그리는 환각을 보거나, 사지절단 환자가 유령통증을 느끼는 거랑 비슷한 현상인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보고 듣는 건 실체가 아니라 환상 환각일 때도 생각보다 많다…

이럴 때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사용이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그보다 나은 해결책은…3M에서 나온, 차음성이 높아 33db까지 차단해 준다는 형광연두색 귀마개가 나를 구원해 주었다. 층간 소음이 심할 때, 독서실 백색소음이 싫을 때, 수능시험장에서 주변 애들이 답 맞히며 소란 떠는 게 싫을 때, 곁의 사람이 맥주 먹고 코골이가 심한 밤에…진짜 귀마개가 짱이다…

책을 보고, 인터넷을 하고, 대부분 정보를 시각에 의존해 얻고 있지만, 감정과 기분을 좌우하는 데는 청각, 촉각(촉감, 온도 모두 포함), 미각, 후각, 많은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찰스 스펜스의 이전 책 ‘왜 맛있을까’는 맛에 관해 미각, 후각에 국한하지 않고 이런 다중감각의 관점에서 가스트로피직스-미식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소개하고, 여러 재미있는 실험을 예시로 들었다. 음식을 먹으며 벨벳을 쓰다듬는다든가, 특정 음악을 틀어주면 맛이 더 시게 느껴진다든가, 감자칩 먹으면서 헤드폰에 파사삭 소리를 크게 들려주면 더 바삭하게 느낀다든가… 자기 이름이 찰스라 이름 비슷한 칠리 콘 카르네를 좋아한다든가 하는 시답잖은 이야기까지… 물론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건 그냥 근거 없다든가 뇌피셜이라든가 농담이라든가 이렇게 밝혀주긴 했지만 ㅋㅋㅋ

이번 책은 같은 저자가 더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감각에 관해 다룬다고 해서 재미있겠다, 하고 펼쳤다. 그런데 이전 책만큼은 잘 읽히지 않았다. 번역가가 다르기도 하고, 이 책의 핵심 키워드가 ‘센스해킹’인데 이걸 적합한 용어로 바꾸기 망설여졌는지 그대로 센스해킹, 하고 써 버리니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감각 조작, 이러면 조작이 너무 부정적 의미라고 생각했나? 아님 그냥 센스만이라도 감각으로 번역해서 감각 해킹, 해도 좀 더 잘 읽혔을 것 같다. 센스 해킹은 결국 삶의 질, 만족도 향상을 목표로 하는데 이 부분도 웰빙, 이렇게 써버리니까 영 읽기에 별로였다. 내용도 이미 이루어진 연구보다는 저자가 이런 연구도 있었으면, 누가 나 대신 이런 실험도 해주었으면, 하는 내용과 가설 나열과 입증되지 않은 추정이 더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조명의 색이 식욕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책에도 다룬 것 같은데, 나는 수면 관련해서 큰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첫아이는 어릴 때 밤만 되면 잠들기 싫어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며 불을 계속 켜놓으라고 울곤 했는데, 나중에 ‘느림보 수면 교육’이라는 책을 읽고 잠에 영향 주는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케아에서 파는 저렴한 스탠드를 방과 거실에 갖추고, 전구만 조금 좋은 걸 구했다. 디밍 전구라고 해서,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면 불빛 밝기가 3단계로 점차 낮아지는 것을 침실에 두고, 거실에는 크기가 엄청 크고 밝지만 노란빛이 나는 전구를 단 스탠드를 가로등처럼 세워놓고, 주방에는 껐다 켰다 하면 조명색이 주광색과 전구색을 오가는 전구를 달았다. 저녁이 되면 하얀 엘이디 조명 대신 그렇게 노란 엘이디로 조명을 바꾸는데, 그게 석양빛이랑 비슷해서 그런지 점차 조도를 낮추다 꺼서 그런지 그렇게나 늦게 자던 어린이들이 별다른 불만 없이 일찍 자기 시작했다. ㅋㅋㅋ

이렇게 간단하고 적은 비용으로 조명, 향기, 색채, 촉감 등을 이용해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도록 감각을 연구하는 건 좋은 일 같다. 반면 감각 조작 연구에 가장 관심을 갖고 돈을 대는 건 주로 마케팅, 판매 촉진을 위한 산업 쪽이라는 게 씁쓸하기도 했다. 매장에 트는 음악의 템포가 고객 회전율에 영향 미친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연구이고, 특정 향기, 빵 냄새나 커피 냄새 풍기면 집이 잘 팔린다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소리나 냄새의 차단, 벽도 온통 하얀 벽지로만 발라버리고 최대한 감각 자극 덜한 쪽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반대로 지나치게 감각을 차단하는 것이 감각 환각을 일으키거나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걸 책에서도 보고 몸소 체험…하기도 했으니 조금 더 편안하고 기분 좋은 감각 자극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

+밑줄 긋기-일상생활에 참고할 만한 센스 해킹 관련 내용은 맨 뒤에 친절하게도 요약 제시해 놓았다. ㅋㅋㅋ다 보고 나니 이게 다인 것 같기도…
★ 간단한 센스해킹 방법 ★
• 좋은 냄새가 나는 수건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 식탁보를 깔면 음식 맛이 10퍼센트 더 좋아지고 50퍼센트 더 먹게 된다.
• 샤워를 좋아한다면 냉수 샤워를 해보자. 병가 일수를 29퍼센트 줄일 수 있다(이 수치를 이해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경우 병가를 35퍼센트 줄일 수 있다).
• 주름을 (일시적으로) 제거하는 페이스 크림의 주요 기능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향이다.
• 자연의 소리는 평온한 느낌을 주며(이건 그리 놀랍지 않다), 새소리가 더 많이 들릴수록 더 평온하게 느껴진다.
• 옆집이 시끄럽다면? 그들과 같은 걸 들으면 더 잘 자게 될 것이다.
• 잠을 잘 못 자는데 귀마개가 하나뿐이다? 오른쪽 귀에 꽂아야 한다.
• 목욕을 좋아한다면, 목욕 후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수온이 섭씨 40~42.5도라는 점을 알아두자.
• 가족용 자동차는 ‘스포츠’ 모드에서 빨간색 조명을 켜고 엔진 소음을 키운다. 성능 자체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 실내 식물은 사무실 공기 오염을 25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고, 깨끗한 공기는 업무 생산성을 8~11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다.
• 여성은 신진대사율이 낮아 사무실에서 추위를 타는 경우가 많다. 온도를 1도 높일 때 남성의 성과는 0.6퍼센트 감소하고 여성의 성과는 1~2퍼센트 증가하므로, 온도를 높이는 게 좋다.
•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회의를 했다면, 다른 냄새를 맡아 정신 상태를 다잡아보자.
•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여러 방해로 인해 하루 평균 86분을 손해 본다. 집에서 일할 수 없는 경우, 배경음악을 들으면 생산성을 10~20퍼센트 높일 수 있다.
• 뻔하지만, 가게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빵 굽는 냄새를 풍기면 고객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쇼핑객은 빠른 음악이 나올 때보다 느린 음악이 나올 때 돈을 38~50퍼센트 더 많이 쓴다.
• 더 열심히 운동하고 싶다면? 음악 속도를 10퍼센트 빠르게 해보자. 즐거움도 더 커진다.
• 테니스에서 경쟁 우위를 원하는가? 포효가 실제로 도움이 된다.
• 관중의 소음은 주심이 옐로카드를 내밀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더 크게 소리쳐라.
• 운동할 때 웃으면 달리기 경제성을 2퍼센트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
• 운동 중 7~8분마다 한 번씩 탄수화물을 몇 초간 맛보기만 해도(예컨대 스포츠 음료를 입안에 머금었다가 뱉기) 운동 능력이 2~3퍼센트 증가한다.
• 스포츠 팀의 장비 색상을 선택한다면? 검은색이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 영화관 데이트? 스릴러를 보면 데이트의 결말이 좋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냄새로 사람의 나이를 알 수는 있지만, 젠더는 알 수 없다.

-자연의 초록초록이 스트레스 낮추는데 좋다는데…화면으로 보는 건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이 부분 읽다가 아이패드 홈화면을 죄다 초록초록 여름의 공원 사진으로 바꿔 버렸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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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섹스북 - 우리 모두 잘 모르는 여자들의 성과 사랑
한채윤 지음 / 이매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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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한채윤.

원래는 일주일 후 성적표 나오는 날까지 쉬려고 했는데, 어차피 인터넷 들여다보고 책 보고 허송세월하는 건 똑같잖아…하고 백만 년 만에 수학 기초 개념 강의를 두 개 들었다. 시험 전엔 너무 늦게 강좌 수강 시작한 바람에 막 어려운 개념이랑 기출문제풀이 강의를 먼저 들었는데 다시 초심으로, 나 수학 처음 배움 ㅋㅋ하는 마음으로 기본 강의를 1배속(그전에는 막 배속해서…)으로 여유 있게 보았다. 문제는 많이 안 풀었는데 내일부터는 문제 푸는 연습도 다시…

그래서 오랜만에 책도 별로 안 본 하루였다. 2주 동안 이 책 저 책 벌려놓고 봤더니 거의 다 본 책 뭐 있나 봤더니…여자들의 섹스북 거의 다 보고 끄트머리만…책 보다보다 지치면 이거 보면 이제 그만 보자…하고 마무리(?) 되는 느낌으로 조금조금 보았다.
성과 사랑 카테고리 책은 꾸준히 보았어서 이제 그만 하산…해도 될 거 같지만 우연히 이 책 발견하고 흠, 새로운 뭔가가 있을지도…늘 정진해야 한다…하고 구입했다. 개정판 전에는 레즈비언을 위한 섹스책이었다는데 새로 책을 내면서 동성애 이성애 구분 없이 사랑 나누는 여성 모두에게로 독자를 확장했다고 한다. 과연, 성적 지향 상관없이 여성과 사랑을 나눌 이는 물론, 혼자 스스로를 사랑할 여성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었다. ‘질의응답’이나 ‘마이시크릿 닥터’같은 책은 여성의 성을 다루면서 건강 쪽에 더 초점을 뒀다면 이 책은 건강이나 교제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루지만 조금 더 실용서 쪽이다. 대부분 아는 내용(?)에 실천 중(?)이지만 뭔가 도움 될 내용 있던 것 같다…했는데 그새 다 잊어버림… 저는 역시 하산해도 될 것 같고, 자신과 파트너의 행복을 위해 더 노력하실 분들은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여성 신체에 초점 맞춰서 남성 관련은 안 나옵니다…스스로 상상력이 부족하다 싶다면 지평을 확장해 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오늘의 일상은 수학 재시작…인데 어쩌다 펼치고 마무리한 책은 섹스북이라…싱크가 안 맞는다. 아… 만약 하느님이 수능 국어랑 수학 둘 다 만점 주는 대신 성적 능력은 박탈 vs 공부는 해도 해도 못하고 성적 능력은 신컨으로 맞춰주심 셋 다는 안 된다고 하심… 당신의 선택은? 요즘 수능 국어 수학 둘 다 만점이면 원하는 데는 웬만하면 가서 팔자 고칠 수 있으니 뭔가 갈등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저라면… 하느님께 국어 빼고 수학이랑 성적 능력 이렇게 둘이 묶음은 안 되냐고 물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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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2-02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성적표 나올 때까진 쉬시지...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04 15:05   좋아요 1 | URL
쉬엄쉬엄 하려고요 ㅋㅋㅋ 성적표 두렵다…

라로 2022-12-0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국어를 잘 학시니 그렇게 여쭈는 것은 당연한데 (반열샘에게) 저는 수학과 국어로 부탁드릴까봐요. 성적능력 하산하라 하실듯. ㅋㅎㅎㅎㅎㅎㅎ3=3=3=3333333333333

반유행열반인 2022-12-04 15:06   좋아요 0 | URL
아니 그니까 하산할 능력조차 앗아가고 선택하라 하시면 과연 수학 국어를 선택하실 건가요???!!!

라로 2022-12-05 15:28   좋아요 1 | URL
하하하 이 댓글엔 댓글을 달아야 할 것 같아요,,, 하산 할 능력조차,, 음, 저는 지금의 제 나이로 얘기하는 것이니까 뭐 할만큼 했으니 앗아가도,, 뭐 답이 되었을까요?? 근데 저는 국어를 잘 해서는 아지만 수학과 영어나 스페인어 하고 싶은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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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재독. 이창현, 유희.

읽은 해에 나를 제일 많이 웃긴 책이라길래 오늘 다시 봤다. 아까 본 하루키 단편 소설도 그렇고, 읽은 지 몇 년 된 책은 안 읽은 거나 다름 없구나…싶었다. 사자네 집에 모임 멤버들이 우루루 몰려갔던 기억은 나는데 나머지 장면들은 다 새로웠다. 그런데 그때 만큼 웃지 않았다.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진짜 한 번도 안 웃었다…
독서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오히려 과장해서 책을 읽는 사람이든 안 읽는 사람이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라고…그때는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아니 책 읽는 게 뭐 특별하다고… 이거야 말로 오리엔탈리즘의 재탕… 그리고 그땐 작가님들 책 많이 읽나 보다 했는데…지금 보니까 님들 책 안 많이 안 읽죠… 독서가도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왜 뾰족해졌어 안 웃겨서 뿔났어?)

무슨 독서 에세이 광고를 보다가, 북튜버란 사람 소개와 포스트 같은 걸 둘러보다가… 자기 소개에 다독하는 타입, 이라고 되어 있어서 얼마나 읽나요..보다가 월 9-11권인 걸 보고 친구와 다독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기준치는 너무 높게 설정된 걸까… 이쁘긴 이쁜데… 이러고 회한에 잠겼었다. 많이 읽지 않고 행복한 한해를 보내기로 했는데, 그냥 많이 읽지만 않은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번에는 도서관이 근처에 없으면 사람 살 곳 아니라고 이사를 가! 이런 장면이 웃겨서 퍼놨었는데 오늘은 다른 장면들에 꽂혔다.

+밑줄(아니고 찰칵?)
-도서관이나 알라딘중고서점 같은 데서 이러지 맙시다. (흠흠)
-과도한 독서는 곧 자기파괴… 자기개발 정도의 자기 위안이 평범하게 사는데 낫지 않을까…(그러면서 오늘도 열심히 자기파괴 중인 동지들, 간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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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1-30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에 열반인님 서재에서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보면 별로인 부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 다시 보면 팔아버리고 싶은 책들이 생겨서ㅎㅎ 일찍 팔았으면 좋은 값을 받았을텐데 괜히 아쉬워서 껴안고 있다가 책값이 똥값 되어야 팔아요ㅜㅜ...

반유행열반인 2022-12-01 16:19   좋아요 1 | URL
막 팔아버리고 실망까진 아닌데 처음 본 것처럼 웃음 터지는 건 없더라고요. 어떤 책들은 여러번 봐도 매번 감탄이고 새롭기도 한데(만화책일지라도요 ㅎㅎ) 이 책은 역시 처음 한방이 다 한달까 ㅋㅋ저도 책 파는 거 주저하는 편이었는데 집이 점점 좁아지니 막 싸게라도 내놓게 되네요 ㅋㅋㅋ

Yeagene 2022-12-01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재밌게 봤던 책인데...다시 보면 재미없을까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01 16:19   좋아요 1 | URL
다시 보고 여전히 빵 터지시면 알려주세요 제가 웃음이 부족한 걸로 알겠습니다 ㅋㅋ
 

걷고 싶었다. 그러면 책도 안 들여다보고 목도 어깨도 덜 아플 테니까. 목표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폴바셋으로 하고, 1.7킬로미터(이게 가깝니…)라고 하니까 왕복하면 거리도 딱 적당, 가서 카페라떼 한 잔, 그런데 어제보다 9.9도 낮습니다…라고 해서 그냥 포기했다. 언제부터 카페에서 커피 사 먹었다고… 저지방고칼슘 우유를 전자렌지에 뜨겁게 데워서 스타벅스 이탈리안 로스트? 뭐 그런 캡슐을 내려서 한모금 했더니…세상 맛없는 카페라떼였다…사양하고 싶은 맛엔 사양벌꿀을…웃기지도 않는 아재 드립을 치며 맛없다 맛없다 하고 커피를 마셨다.

시험 끝나면 세상 영화 다 조질 것처럼 굴더니 지난 주 극장 가서 헤어질 결심 한 번 더 보고는 그냥 책만 조졌다. 걷는 대신 영화를 보자! 아이패드 저장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버닝을 보기로 했다. 보려고 결심한 지 4년 만에 보았다. 영화는 좋았다. 유아인 글은 안 좋아하는데 연기는 좋아한다. 대놓고 자본주의, 여기는 부, 여기는 빈, 사랑 하나 남은 사람한테 그거 하나마저 앗아가는 게 너무 슬펐다. 원래 줬다 뺏는 게 제일 잔인하다. 차라리 너를 몰랐더라면. 흑흑.

영화를 보고나니까 하루키가 썼다는 원작 헛간을 태우다, 도 다시 읽고 싶어서 읽었다. 놀랍게도 내가 이걸 읽었다고? 할 정도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짧은 소설 가지고 두 시간 반짜리 영화로 재해석 한 쪽이 조금 더 좋았다. 자본주의 돼지의 심장에 강렬한 베이스 대신 죽창을 퍽퍽퍽, 타보지도 못한 슈퍼카엔 스러져간 비닐하우스들에 대한 복수의 불꽃을 활활활, 하는 건 조금 더 어렸을 때라면 열광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 그렇다고 더 나은 매조지도 모르겠음…그냥 참 잘했어요…

하루키는 십대인지 이십대인지 쯤에 상실의 시대 읽고 삼사년 전에 반딧불이 읽고 왜 팬이 많은 거지 갸우뚱…했었다. 나랑은 안 맞나 봐…하고. 오늘 영화 보고 다시 한 편 보니 뭔가 잘 쓰는 거 같긴 한데, 역시나 아저씨 자아는 꼴보기 싫어서, 헛간 찾아 달리기나 했지 퍽퍽퍽, 활활활, 이건 원작에 없어서 예전에 이웃이 말하던 빵가게 재습격을 같이 꺼내놨다가, 김이 빠져 나중에 읽기로 하고 조금 가까운 곳에 꽂아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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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1-30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닝이 하루키 작품이 원작이었군요!! 저도 버닝 봤는데요!! 유아인은 전 예전에 연기 좋아했는데 갈수록,,, 뒷 얘기는 안 해도 하시죵??^^;;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5   좋아요 0 | URL
저 이상하게 남들이 미워하는 캐릭터에 더 연민을 갖는 질병(?)이 있습니다…동병상련인지… ㅋㅋㅋㅋㅋ

Yeagene 2022-11-30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아인은 골육종인가로 군대는 안가고 태연하게 활동해서;;;;
좀 웃기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6   좋아요 1 | URL
빨리 통일 되어서 군대가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유아인은 에스엔에스 안 하고 연기만 했으면 좋았겠는데… 글 써 놓은 거 보면 저는 무슨 소리 하는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ㅋㅋㅋㅋ(내 독해력이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