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일상 감각 연구소 - 먹고 자고 일하는 인간의 감각에 관한 크고 작은 모든 지식
찰스 스펜스 지음, 우아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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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4 찰스 스펜스.

감각 자극에 예민한 편이다. 특히 소음에는 민감해서 시외버스를 타고 다닐 때 옆 사람이 짝짝 소리 내며 껌을 씹으면 멀미가 심해지고 구역질이 난 적도 있다. 요즘 스터디 카페에는 천장에 스피커를 달고 백색소음을 틀어주는 곳이 있다. 이덕에 집중이 잘 된다고 좋아하는 사용자도 많던데, 나는 이 화이트 노이즈 볼륨이 너무 크면 클럽이나 번화가에 온 것처럼 느껴져 오히려 괴롭다. 게다가 반복되는 치지직 소리나 환풍기 웅웅 소음을 들으면 나의 뇌는 감각환각을 일으킨다. 공부 스트레스가 심해졌을 때는 스터디 카페에서 아이들이 막 스터디룸 안에서 떠드는 줄 알고 화가 나서 샥 뒤를 돌아봤는데 소름…아무도 떠드는 사람이 없었다. 위층에서 공사를 하거나 조금 소란한 사용자가 있을 때 백색소음 볼륨을 평소보다 높이는 것 같은데, 그럴 때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나 심할 때는 휴대전화 판매업소에서 크게 틀어 놓는 음악 같은 게 귓속에 맴돈다. 내 정신 건강이 염려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올리버 색스나 최낙언 책에 보면 시지각 손상이 온 사람들이 맹점에서도 뇌가 그리는 환각을 보거나, 사지절단 환자가 유령통증을 느끼는 거랑 비슷한 현상인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보고 듣는 건 실체가 아니라 환상 환각일 때도 생각보다 많다…

이럴 때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사용이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 그보다 나은 해결책은…3M에서 나온, 차음성이 높아 33db까지 차단해 준다는 형광연두색 귀마개가 나를 구원해 주었다. 층간 소음이 심할 때, 독서실 백색소음이 싫을 때, 수능시험장에서 주변 애들이 답 맞히며 소란 떠는 게 싫을 때, 곁의 사람이 맥주 먹고 코골이가 심한 밤에…진짜 귀마개가 짱이다…

책을 보고, 인터넷을 하고, 대부분 정보를 시각에 의존해 얻고 있지만, 감정과 기분을 좌우하는 데는 청각, 촉각(촉감, 온도 모두 포함), 미각, 후각, 많은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찰스 스펜스의 이전 책 ‘왜 맛있을까’는 맛에 관해 미각, 후각에 국한하지 않고 이런 다중감각의 관점에서 가스트로피직스-미식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소개하고, 여러 재미있는 실험을 예시로 들었다. 음식을 먹으며 벨벳을 쓰다듬는다든가, 특정 음악을 틀어주면 맛이 더 시게 느껴진다든가, 감자칩 먹으면서 헤드폰에 파사삭 소리를 크게 들려주면 더 바삭하게 느낀다든가… 자기 이름이 찰스라 이름 비슷한 칠리 콘 카르네를 좋아한다든가 하는 시답잖은 이야기까지… 물론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건 그냥 근거 없다든가 뇌피셜이라든가 농담이라든가 이렇게 밝혀주긴 했지만 ㅋㅋㅋ

이번 책은 같은 저자가 더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감각에 관해 다룬다고 해서 재미있겠다, 하고 펼쳤다. 그런데 이전 책만큼은 잘 읽히지 않았다. 번역가가 다르기도 하고, 이 책의 핵심 키워드가 ‘센스해킹’인데 이걸 적합한 용어로 바꾸기 망설여졌는지 그대로 센스해킹, 하고 써 버리니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다. 감각 조작, 이러면 조작이 너무 부정적 의미라고 생각했나? 아님 그냥 센스만이라도 감각으로 번역해서 감각 해킹, 해도 좀 더 잘 읽혔을 것 같다. 센스 해킹은 결국 삶의 질, 만족도 향상을 목표로 하는데 이 부분도 웰빙, 이렇게 써버리니까 영 읽기에 별로였다. 내용도 이미 이루어진 연구보다는 저자가 이런 연구도 있었으면, 누가 나 대신 이런 실험도 해주었으면, 하는 내용과 가설 나열과 입증되지 않은 추정이 더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조명의 색이 식욕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 책에도 다룬 것 같은데, 나는 수면 관련해서 큰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첫아이는 어릴 때 밤만 되면 잠들기 싫어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며 불을 계속 켜놓으라고 울곤 했는데, 나중에 ‘느림보 수면 교육’이라는 책을 읽고 잠에 영향 주는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케아에서 파는 저렴한 스탠드를 방과 거실에 갖추고, 전구만 조금 좋은 걸 구했다. 디밍 전구라고 해서,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면 불빛 밝기가 3단계로 점차 낮아지는 것을 침실에 두고, 거실에는 크기가 엄청 크고 밝지만 노란빛이 나는 전구를 단 스탠드를 가로등처럼 세워놓고, 주방에는 껐다 켰다 하면 조명색이 주광색과 전구색을 오가는 전구를 달았다. 저녁이 되면 하얀 엘이디 조명 대신 그렇게 노란 엘이디로 조명을 바꾸는데, 그게 석양빛이랑 비슷해서 그런지 점차 조도를 낮추다 꺼서 그런지 그렇게나 늦게 자던 어린이들이 별다른 불만 없이 일찍 자기 시작했다. ㅋㅋㅋ

이렇게 간단하고 적은 비용으로 조명, 향기, 색채, 촉감 등을 이용해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건강하고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도록 감각을 연구하는 건 좋은 일 같다. 반면 감각 조작 연구에 가장 관심을 갖고 돈을 대는 건 주로 마케팅, 판매 촉진을 위한 산업 쪽이라는 게 씁쓸하기도 했다. 매장에 트는 음악의 템포가 고객 회전율에 영향 미친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연구이고, 특정 향기, 빵 냄새나 커피 냄새 풍기면 집이 잘 팔린다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소리나 냄새의 차단, 벽도 온통 하얀 벽지로만 발라버리고 최대한 감각 자극 덜한 쪽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반대로 지나치게 감각을 차단하는 것이 감각 환각을 일으키거나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걸 책에서도 보고 몸소 체험…하기도 했으니 조금 더 편안하고 기분 좋은 감각 자극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

+밑줄 긋기-일상생활에 참고할 만한 센스 해킹 관련 내용은 맨 뒤에 친절하게도 요약 제시해 놓았다. ㅋㅋㅋ다 보고 나니 이게 다인 것 같기도…
★ 간단한 센스해킹 방법 ★
• 좋은 냄새가 나는 수건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 식탁보를 깔면 음식 맛이 10퍼센트 더 좋아지고 50퍼센트 더 먹게 된다.
• 샤워를 좋아한다면 냉수 샤워를 해보자. 병가 일수를 29퍼센트 줄일 수 있다(이 수치를 이해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경우 병가를 35퍼센트 줄일 수 있다).
• 주름을 (일시적으로) 제거하는 페이스 크림의 주요 기능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향이다.
• 자연의 소리는 평온한 느낌을 주며(이건 그리 놀랍지 않다), 새소리가 더 많이 들릴수록 더 평온하게 느껴진다.
• 옆집이 시끄럽다면? 그들과 같은 걸 들으면 더 잘 자게 될 것이다.
• 잠을 잘 못 자는데 귀마개가 하나뿐이다? 오른쪽 귀에 꽂아야 한다.
• 목욕을 좋아한다면, 목욕 후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수온이 섭씨 40~42.5도라는 점을 알아두자.
• 가족용 자동차는 ‘스포츠’ 모드에서 빨간색 조명을 켜고 엔진 소음을 키운다. 성능 자체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많다.
• 실내 식물은 사무실 공기 오염을 25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고, 깨끗한 공기는 업무 생산성을 8~11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다.
• 여성은 신진대사율이 낮아 사무실에서 추위를 타는 경우가 많다. 온도를 1도 높일 때 남성의 성과는 0.6퍼센트 감소하고 여성의 성과는 1~2퍼센트 증가하므로, 온도를 높이는 게 좋다.
•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회의를 했다면, 다른 냄새를 맡아 정신 상태를 다잡아보자.
• 개방형 사무실에서는 여러 방해로 인해 하루 평균 86분을 손해 본다. 집에서 일할 수 없는 경우, 배경음악을 들으면 생산성을 10~20퍼센트 높일 수 있다.
• 뻔하지만, 가게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빵 굽는 냄새를 풍기면 고객들이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쇼핑객은 빠른 음악이 나올 때보다 느린 음악이 나올 때 돈을 38~50퍼센트 더 많이 쓴다.
• 더 열심히 운동하고 싶다면? 음악 속도를 10퍼센트 빠르게 해보자. 즐거움도 더 커진다.
• 테니스에서 경쟁 우위를 원하는가? 포효가 실제로 도움이 된다.
• 관중의 소음은 주심이 옐로카드를 내밀 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더 크게 소리쳐라.
• 운동할 때 웃으면 달리기 경제성을 2퍼센트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
• 운동 중 7~8분마다 한 번씩 탄수화물을 몇 초간 맛보기만 해도(예컨대 스포츠 음료를 입안에 머금었다가 뱉기) 운동 능력이 2~3퍼센트 증가한다.
• 스포츠 팀의 장비 색상을 선택한다면? 검은색이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 영화관 데이트? 스릴러를 보면 데이트의 결말이 좋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냄새로 사람의 나이를 알 수는 있지만, 젠더는 알 수 없다.

-자연의 초록초록이 스트레스 낮추는데 좋다는데…화면으로 보는 건 효과가 있는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이 부분 읽다가 아이패드 홈화면을 죄다 초록초록 여름의 공원 사진으로 바꿔 버렸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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