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었다. 그러면 책도 안 들여다보고 목도 어깨도 덜 아플 테니까. 목표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폴바셋으로 하고, 1.7킬로미터(이게 가깝니…)라고 하니까 왕복하면 거리도 딱 적당, 가서 카페라떼 한 잔, 그런데 어제보다 9.9도 낮습니다…라고 해서 그냥 포기했다. 언제부터 카페에서 커피 사 먹었다고… 저지방고칼슘 우유를 전자렌지에 뜨겁게 데워서 스타벅스 이탈리안 로스트? 뭐 그런 캡슐을 내려서 한모금 했더니…세상 맛없는 카페라떼였다…사양하고 싶은 맛엔 사양벌꿀을…웃기지도 않는 아재 드립을 치며 맛없다 맛없다 하고 커피를 마셨다.

시험 끝나면 세상 영화 다 조질 것처럼 굴더니 지난 주 극장 가서 헤어질 결심 한 번 더 보고는 그냥 책만 조졌다. 걷는 대신 영화를 보자! 아이패드 저장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버닝을 보기로 했다. 보려고 결심한 지 4년 만에 보았다. 영화는 좋았다. 유아인 글은 안 좋아하는데 연기는 좋아한다. 대놓고 자본주의, 여기는 부, 여기는 빈, 사랑 하나 남은 사람한테 그거 하나마저 앗아가는 게 너무 슬펐다. 원래 줬다 뺏는 게 제일 잔인하다. 차라리 너를 몰랐더라면. 흑흑.

영화를 보고나니까 하루키가 썼다는 원작 헛간을 태우다, 도 다시 읽고 싶어서 읽었다. 놀랍게도 내가 이걸 읽었다고? 할 정도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짧은 소설 가지고 두 시간 반짜리 영화로 재해석 한 쪽이 조금 더 좋았다. 자본주의 돼지의 심장에 강렬한 베이스 대신 죽창을 퍽퍽퍽, 타보지도 못한 슈퍼카엔 스러져간 비닐하우스들에 대한 복수의 불꽃을 활활활, 하는 건 조금 더 어렸을 때라면 열광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 그렇다고 더 나은 매조지도 모르겠음…그냥 참 잘했어요…

하루키는 십대인지 이십대인지 쯤에 상실의 시대 읽고 삼사년 전에 반딧불이 읽고 왜 팬이 많은 거지 갸우뚱…했었다. 나랑은 안 맞나 봐…하고. 오늘 영화 보고 다시 한 편 보니 뭔가 잘 쓰는 거 같긴 한데, 역시나 아저씨 자아는 꼴보기 싫어서, 헛간 찾아 달리기나 했지 퍽퍽퍽, 활활활, 이건 원작에 없어서 예전에 이웃이 말하던 빵가게 재습격을 같이 꺼내놨다가, 김이 빠져 나중에 읽기로 하고 조금 가까운 곳에 꽂아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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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1-30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닝이 하루키 작품이 원작이었군요!! 저도 버닝 봤는데요!! 유아인은 전 예전에 연기 좋아했는데 갈수록,,, 뒷 얘기는 안 해도 하시죵??^^;;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5   좋아요 0 | URL
저 이상하게 남들이 미워하는 캐릭터에 더 연민을 갖는 질병(?)이 있습니다…동병상련인지… ㅋㅋㅋㅋㅋ

Yeagene 2022-11-30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아인은 골육종인가로 군대는 안가고 태연하게 활동해서;;;;
좀 웃기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6   좋아요 1 | URL
빨리 통일 되어서 군대가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유아인은 에스엔에스 안 하고 연기만 했으면 좋았겠는데… 글 써 놓은 거 보면 저는 무슨 소리 하는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ㅋㅋㅋㅋ(내 독해력이 문제인가!)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평점 :
품절


-20221129 애나 렘키.

2년 전쯤 뇌과학 책들에 빠져 이것저것 읽었다. 도파민형 인간이라는 책도 흥미롭게 보았는데, 그 책은 그야말로 흥미 위주로 쓰여 있긴 했다. 또다시 도파민이 등장하는 제목의 이 책을 보고 궁금했다. 엘리자베스 워첼의 프로작네이션이랑 제목도 왠지 비슷하고… 예상과 비슷하게 이전에 읽은 책들을 적당히 섞어 놓은 듯, 이 책은 사람의 중독 성향에 초점을 두고 도파민을 다루고 있었다.

십여 년 전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골고루 먹을 때는 갑자기 약이 떨어져 심한 부작용을 겪거나 약이 잘 맞지 않아 단기기억 상실이 일어나거나 악몽을 꾸는 경험을 하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약물 의존을 걱정하기는 했지만 투약 기간은 반 년 정도였고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약을 탁 끊었지만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정신과 쪽은 오히려 약물 처방과 복약 지도에 조금 더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약물 문제는 다른 과 진료를 보면서 일어났다. 성대 질환이 재발을 반복하다 결국 수술을 받게 되고, 의사는 너무 빨리 말하는 게 문제라며 천천히 말하길 권하고 근육 이완제를 처방해 주었다. 두경부외과에서는 근육 이완제인 것이 정신과에서는 항불안제였다. 나는 원체 불안도가 높고 신경이 예민한 편이라 근육 이완용으로는 아주 적은 양, 반알씩 처방받았지만, 문제는 그 약을 이따시만한 통에 소분하지 않고 몇 달 치를 한 번에 담아 주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면 그냥 멘토스 꺼내 먹듯 지맘대로 먹다가 안 먹다가 했다. 잠이 안 오고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면 그냥 한 알 통째로도 먹고 왠지 안심이 안 되면 두 알씩도 먹고… 그러다가 막 수능 감독관이 지각도 하고 그러는 겁니다…
뭐 이 문제는 그 뒤로 약뿐 아니라 과음 문제로 이어지고,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나서 곁의 사람에게 그런 약물 관련 수많은 남용 문제를 털어놓으면서 약 먹지 않기 약속, 이러고 많이 해결되었다. 처방받은 약이 다 떨어지고서는 저절로 약 없어서 못 먹기도…직접 정신과에 가서 약을 탈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그냥 잘 버티고 넘어가며 몇 년이 지났다.
화이자 맞고 나서, 심박이 이상한 느낌과 호흡곤란을 느껴 내과 진료를 받았는데,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큰 문제는 없었고 천식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천식약 외에도 공황장애약 자낙스를 냥냥하게 처방해 주었다. 이게 또 없으면 그냥 버티는데 집에 약이 있잖아… 나는 자주 불안하고 예민하고 그러다가 한 번 울음이 터지면 줄줄 우느라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잠도 들지 못하고… 그게 공부하면서는 더 심해져서 모의고사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잠도 못 들 정도로 울거나 시험 앞두고 진짜로 공황에 빠졌거나 다시 친해질 거라 믿었던 이웃이 언팔한 걸 알고 또 충격에 빠졌을 때… 한 알씩 빼먹고 말았다.
뭐 이 정도는 예전에 비하면 오용 남용 아니고 필요한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일회적으로 쓰긴 했지만… 어쨌거나 진단과 처방 없이 임의 복약했으니…
…아 쓰고 보니 나 약대 가면 안 될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이 약물이 아니라도 공부 잠시 멈춘 뒤로 겨우 열흘 동안 책 열한 권 미친 듯이 봐서 다시 어깨랑 목을 작살내는 것도 중독일 것이고, 책 보기 싫으면 또 그동안 못했던 인터넷 서핑을 죽어라 해가지고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데 매일매일 차츰차츰 스크린타임이 늘어나더니 어제는 기어코 10시간… 찍는 걸 보고 아니 이거 수학할 때 문제 가장 극단적으로 붙잡은 날의 공부 시간이잖아… 이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지…하고 시험 전까지 걸어두었다 시험 끝나고 해제했던 다운타임과 앱 제한 시간을 다시 설정하였다… 자 사파리는 하루 두 시간 반… 북플은 한 시간…네이버 블로그는 삼십분.. 이거 다 합해도 네 시간이나 되지만 그래도 열 시간은 안 하겠지.. 사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오늘 시간 끝! 하고 알림 알려주면 그래도 스스로 경계하는 부분이 있어서 IOS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이다.

그렇게 지나친 스크린타임을 걱정하면서도 이 책을 전자책으로 보면서, 맛이 간 목과 어깨와 팔을 미친 듯이 스트레칭하면서, 그간의 생활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공부를 효율적이지 못하게 지나치게 오래 붙잡거나 했던 것도 어쩌면 도파민 중독이었을 것 같다. 쾌락이 바로 주어지지 않아도 일단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나를 몰아갔다. 다만 이전에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비교적 빠르게 따라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험에 닥치기 전까지 끝내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이 괴로웠고, 그건 진짜 고통이었다. 고통. 이 책은 쾌락과 고통이 맞닿아 있다고, 뇌에서 둘을 관장하는 부분은 유사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고통과 슬픔과 나쁜 감정도 중독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 안 나지만 사랑중독이라는 책도 비슷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여러분 사랑도 중독이 되는 것이랍니다… 러브홀릭이 허투루 만든 노래가 아니었던 거지…

어쩌면 가장 결핍이 없고 풍요로운 시기를 살게 된 내가 굳이 나에게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계속 성취 지향적으로 나를 다그치는 건 이놈의 도파민 중독 탓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미친 듯 달리고, 또 휴식을 맞아 반동처럼 책에 탐닉하다, 요 며칠 엄청난 무기력과 피로와 우울과 슬픔에 빠진 걸 보면… 그러면서 아…12월 땡 치자마자 좀 일찍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구나…궁리하는 걸 보면… 나는 쉬는 법, 나를 돌보는 법부터 제대로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법…나는 심지어 낮잠도 몇 달에 한 번 잘까 말까 하고, 공부할 때도 강제로 쉬어라, 쉬어야 한다, 하면서 억지로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버리고, 시험이 끝나고도 오히려 늦잠 자는 버릇이 시험날 일찍 일어나면서 쌱 고쳐져 버려서 막 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버리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공부 다시 시작하면 청개구리니까 또 늦잠 자겠지…아닌가…

…책에서 말하는 대로 평형을 찾고 싶다…기울어진 시소 말고 평평한 시소이면 좋겠는데 그게 재미없는지 자꾸만 시소 끝의 그렘린들이(책 속 비유) 날뛰는구나…

(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의 심각한 사례 뒤로 사실 나도…하면서 솔직한 중독 경험이랍시고 자꾸 꺼내는 고백이 -저 사실 트와일라잇 같은 로맨스 소설 중독이었어요… 하는 게 가소로웠다… 뭐 알코올 중독 섹스 중독 이 정도는 나와줘야 시소 균형이 맞지 않나…본인이야 괴로웠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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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1-30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7   좋아요 1 | URL
모가지요? 멘탈이요? ㅋㅋㅋ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상모 돌리기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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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필립 로스.

우리 아버지도 보석을 팔았습니다. 가게 이름은 에브리맨 보석상 같은 건 아니었지요.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맨 앞에 턱 박아 영보석, 이라는 간판을 빨갛게 세워놓고는 정작 가게는 지키지 않고 거의 매일 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편안할 녕, 한자 뜻이 무색하게 안녕은 커녕 그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까지 늘 불안에 떨게 하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그가 손수 만든 다이아몬드 반지가 제 바로 눈앞 책장 앞을 뒹굴고 있습니다. 기생수의 오른손이를 약간 닮은 것 같은 반지의 보석은 여전히 빛나지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 문구는 영 못 미덥습니다. 지금이라도 공구 서랍에서 망치를 꺼내다가 씨팔 것, 이딴 거 누가 만들어 달래, 하고 꽝꽝 몇 번 내려치면 그냥 박살이 날 것 같이 빛나고 있지만 연약한 것, 위로가 되지 못하는, 불편한 아름다움, 그래도 어디 팔아버리지도 못하고 끼고 다니지도 못하고 그냥 저 자리에 내려놓고, 보기 싫으면 안경 수건 같은 걸로 덮어놨다가, 어디선가 다이아몬드라는 말을 들으면 집에도 그런 거 하나 있지, 하고 꺼내 보다가, 별다른 뿌듯함도 울분도 없이 다시 치워버리기를 반복합니다.

아버지는 시계도 팔았습니다. 처음 아버지가 가져다 준 시계는 아직 가게를 하기 전이었는데, 모자와 선그라스를 쓴 익살스러운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느 틈에 사라져 버렸지만 기억에는 남았습니다. 십몇 년 전에 두 번째 임용 시험을 앞두고 시계를 빌려달라는 말에 당시 연인이던 사람이 키티가 그려진 하트 모양 시계, 은색 시곗줄이 달린 시계를 사다 주었습니다. 아직 그 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시곗줄은 진작에 너덜너덜 헤어지고 시계는 약이 달아 멈춰 버렸습니다. 시계 안 하트 모양 공간에는 가짜 다이아몬드 세 개가 흔들면 이리저리 빈 공간을 움직입니다. 쟐그락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은 움직임입니다.
그다음 시계들은 내 손으로 샀습니다.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자꾸만 두근거리는 느낌에 심박동을 세어주는 미밴드를 내내 차다 수능 시험장에는 전자시계를 들고 갈 수 없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만 얼마 짜리를 하나 샀어요. 그렇게나 가볍고 찬 것 같지도 않은 게 또 쉬지 않고 바늘을 재깍이며 돌아가는 것이 신기하고 예뻐서 책상 맡에 두고 탁상시계처럼 쓰고 있습니다.

아이유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때 손끝으로 돌리며 시곗바늘아 달려봐 조금만 더 빨리 날아봐 했던 노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노랫말을 부를 수 있는 것조차 특권이구나 나이 먹으면 할 수 없는 것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서점 마을에 머무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이제는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싶지, 네가 있던 미래에서 내 이름을 불러달라고 할 수 있는 날들은 지났잖아요. 아닌가. 코로나19가 몰려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코인노래방에서 저 노래를 불렀던 날도 생각났습니다. 돌아보면 서른 중반이 부르기도 부끄러운 곡인데. 이제 다시는 못 부르겠지. 뮤직비디오로 십일 년 전 아이유를 같이 봅시다.

아이유-너랑 나
https://youtu.be/NJR8Inf77Ac

ㅋㅋㅋㅋㅋㅋㅋ 일흔하나고 일흔다섯이고 낼모레 마흔 될 나한테 까마득한 날 같기도 한데 또 가는데는 순서 없다고 필립 로스 할아버지 노년 작품들은 그렇게 심술 한가득 질투 한가득 실어 비명을 질러대는데 그게 또 절창이어서 역시 이렇게 추워지는 날 나한테 맞는 독서…이번 거는 하나도 안 야해…하고 잘 읽었습니다. 친절하게도 노년으로 가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여러 권 남겨주신 필립 로스 할배…땅속에서 안녕하시죠? 묻힌/힐 땅이 달라 제가 뼈가 되어도 만날 일은 거의 없겠지만 혹시 천국 가계신 건 아니죠? 나아중에 지옥에서 만나요. 그때까진 남기신 소설들 재미있게 잘 읽고 제 노년은 어떤가 잘 살펴보다 가도록 하겠습니다…굿빠이.



+밑줄 긋기
-이 사악한 새끼들! 삐치기만 잘하는 씨발놈들! 할 줄 아는 게 비난밖에 없는 이 조그만 똥 덩어리들! 내가 달랐고, 일을 다르게 처리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그는 자문해보았다. 지금보다 덜 쓸쓸할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게 내가 한 짓이야! 나는 일흔하나야. 나는 이런 인간이 된 거야. 이게 내가 여기 오기까지 한 일이고, 더 할 말은 없어! (102)
: 자기를 미워하는 아들들에게 노빠꾸 썅욕을 박는 늙은이의 패기…ㅋㅋㅋㅋㅋ 나도 패기로운 늙은이가 되고 싶구나…

-목적 없는 낮과 불확실한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거지. (167)
: 덕분에 미리 알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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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8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책장엔 수능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ㅎㅎ
공부하는 인생
노빠꾸 없기롱 ^^

반유행열반인 2022-11-29 08:50   좋아요 1 | URL
바로 윗칸에 풀지 않은 전전년도 뉴런 시냅스 4의 규칙(전부 수학) 이런 게 꽂혀 있어요 ㅋㅋㅋ 공부를 다시 시작하긴 해야 할텐데…엄두가 나질 않네요…

파이버 2022-11-28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시계 전형적인 수능 시계군요ㅎㅎㅎ 시계보다 뒷편의 책장에 눈이 가요~

반유행열반인 2022-11-29 08:51   좋아요 0 | URL
수능 시계에 딱 부합하는 걸 샀는데 저런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제 취향이었나 봐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2-11-28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열반인님 책장에 반가운 책이 많네요~

반유행열반인 2022-11-29 08:51   좋아요 1 | URL
햇살님도 에브리맨 읽으셨군요 ㅎㅎ 저 책장 책들 중 딱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어요. 그저 위시리스트 같은…(도처에 위시리스트 ㅋㅋㅋㅋ)

Yeagene 2022-11-29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는 에브리맨만 읽어보았네요.
전 좋았습니다 ㅎㅎ 열반인님 책장에 흥미진진한 책들이 많군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1-29 18:57   좋아요 1 | URL
예진님 이번에 세월 별로라 하셨는데 저 네이버 블로그 이웃 되실 때 세월에 처음 댓글 다셨을 거예요. 저도 그때 재미대가리 없다고 함ㅋㅋㅋ책 취향 은근 저랑 맞으세요.

Yeagene 2022-11-29 19:26   좋아요 1 | URL
아하하 그게 세월이었네요 ㅎㅎ 저도 지금 가서 다시 읽고 왔어요 ㅎㅎ열반인님 세월 독후감 제가 느낀 거의 그대로에요 ㅎㅎ나이 차이 많이 나는 프랑스 여성의 기록이라 교차점이 없더라구요 ㅎㅎ

새파랑 2022-11-29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필립 로스 찐팬하면 열반인님이시죠 ^^ <쎄버스의 극장> 도 읽어주세요~!!

반유행열반인 2022-11-29 18:58   좋아요 1 | URL
아이참 저는 작년 이맘때 다 읽고 독후감까지 썼으니 새파랑님 읽으실 차례잖아요!!!

반유행열반인 2022-11-29 18:59   좋아요 1 | URL
놀랍게도 일년 간 리뷰 추가된 게 하나도 없어서 이번에는 진짜 새파랑님 차례입니다….

새파랑 2022-11-29 19:21   좋아요 1 | URL
아 갑자기 기억이 나네요 ㅋ 안읽은건 저였다는 😅 요새 독서슬럼프여서 자신이 없습니다. 전 내년으로 ^^
 
대다크 4
하야시다 큐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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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6 하야시다 큐.
3월에 산 걸 이제야 봤다.
피카츄가 나온다.
그런데…이렇게 재미없어도 되는 거냐….
볼 수록 같은 작가의 도로헤도로가 그리워졌다. 나(와 우리 큰꼬맹이)의 인생 만화… 그런데 23권 까지 다시 볼 엄두가 안 나…
자하 산코의 등짐 아바키안이 망가졌다…이 작가 만화에선 누구 하나 죽거나 다치면 몇 권 동안 못 살아나던데…(엔처럼)… 십 권 쯤 되면 재밌어질 거니…
주인공들이 어둠의 자식들이고 그들을 노리는 건 막 사람들에게서 빛을 뽑아서 라이트빔 쏘는 강력한 교단? 공동체? 이다. 빛과 어둠의 역전은 내 취향이지만 뼈랑 가죽이랑 내장은 이제 신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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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
나카가와 마나부 지음, 김현화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20221125 나카가와 마나부.

작가 이름이 마나부라 학교 다닐 때 만화부였을 것 같지만 (육상부 하다 도망쳐서) 야구부였다고 한다…
…안 웃기죠?

큰 꼬맹이에게 먼저 보라고 찾지 말아 주세요랑 이 책이랑 주었었는데 다시 책을 찾으러 가니까 (찾지 말아 주세요 보다는) 이게 더 재밌었어…해서 너 친구 없어? 하고 놀렸다. 엄마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나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소모임을 만들어서 주말에 애들이랑 방방 타는 데도 같이 가고 애들 학교 보내놓고 카페에서 수다 떨며 선생님 흉도 보고 애가 사고 친 이야기 수학은 무슨 무슨 강사가 좋다는 이야기, 카페에 앉아 키보드 두드리는 데도 옆자리 왁자지껄한 수다들이 저절로 귀에 들려오곤 했다. 휴, 카톡도 없고 그래서 단톡방 안 해도 돼서, 저런 자리같이 앉아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의 범위를 아는 터라 어느 정도 단절에 안도하곤 했다. 그치만 코로나19가 퍼지고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그나마 학교에 가야 친구를 만나던 아이들이 고립되는 건 안타깝긴 했다. 나는 자발적 고립이지만 아이는 등교 수업하는 걸 기뻐했다. 이제 열두 살인데 올여름에 인생 처음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서 그렇게나 기대하고 설레했다. 세 아이가 닌텐도 스위치를 들고 모여서 서로가 꾸민 동물의 숲 섬을 구경하고 아이템도 공유한다 했다. 여러 번 다른 친구들 사정으로 약속이 불발되고 실망을 반복하다가 여름방학 중에 만나자던 약속이 방학이 끝나고 나서로 밀려 버렸지만… 드디어 만남이 성사되자 해 저물도록 연락도 없이 신나게 놀고 왔다. ㅋㅋㅋ 아직 휴대전화를 사주지 않았고 본인도 갖고 싶다 한 적이 없어서 당분간도 사줄 계획이 없는데 너무 고독한 아이로 키우나 싶기도 하고…스스로를 긍정적이고 사교적인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아이를 보면 늘 나보다 네가 훨씬 낫다, 다행이다, 싶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는 수많은 매체들이 있었다. 고딩 때는 피씨 통신 에듀넷, 이십 년 전엔 프리챌과 싸이월드, 그리고 엠에센과 네이트온, 십 년 전에는 트위터, 오 년 전에는 페이스북, 거기까지는 따라가다가 카톡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시대가 오면서 그냥 멈췄다. 텍스트까지는 되는데 이미지와 동영상의 자극,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연락처를 어찌 알고 툭 던지고 내 의사와 상관없이 많은 무리들 사이에 끼워 넣는 것은 내 수용능력 밖이었다… ㅋㅋㅋ
워낙 많은 커뮤니티들이 망하고 수많은 기록이 유실되는 걸 겪어서 그런지 2018년 둘째 낳고 두 달 만에 알라딘 서재 시작하면서 똑같은 독후감을 네이버 블로그에도 백업처럼 올리고 있다. 그냥 독후감 저장소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로 머물 줄 알았는데, 세상은 생각보다 검색어 몇 개로 쉽게 이어진다. 네이버 블로그는 유입 검색어와 사이트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어서 가끔 살펴보면 재미있다. 아주 황당한 건 음란어에 가까운 검색어가 한 번 연결되면 관계도 없는 독후감으로 유입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한때는 시아버지의 육욕(…), 요즘은 여군 성적 소비(…대체 왜… 해당 게시물은 훈훈한 그림책 독후감이었다), 소월길 쉬멜(…김소월 시인이시어…그리고 봉곤아 잘 지내니…), 남자 젖꼭지(…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라는 진화생물학 책이었는데 정작 게시물 안에는 그 답이 없어서 자꾸 들어오는 사람들이 실망하는 게 눈에 선해서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 정리해 수정하였다…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

그리고 가끔은 작가님들도 (상처받을까 봐 안 그런 분들이 더 많다는데) 자신의 신작이나 이름을 치고 들어와서 뭔가 불만이면 자기 홈페이지 같은데 내 게시물을 걸어놓고 반박하기도 하고 (그럼 가서 해명 댓글을 달고 화들짝 놀란 작가랑 서로 죄송합니다 하고…) 그랬다.

아침에는 내가 감탄하고 존경하며 읽었던 책들을 쓰신 홍승은 작가님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셨다…깜짝 놀라서 이전 독후감에 나쁜 말 쓴 거 없나 확인하고 왔다…ㅋㅋㅋㅋㅋㅋㅋ 아… 착하게 살아야겠다… 아무튼 황송합니다… 친히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제 꾸질꾸질한 독후감 읽어주시는 이웃분들께도 한 번 더 두 번 더 세 번 더 감사합니다.

만화책 속 마나부가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처음 한 일은 서점에 가서 자기 계발서를 뒤지는 것이었다.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의 특징>
-자기 생각만 한다.
-남을 헐뜯는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상대를 신뢰하지 못한다.
-비생산적인 일에 집착한다.
-속을 끓이다 엉뚱한 데 힘을 쏟는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푸념한다.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했다.
-분노와 에너지가 가득 차 있다.
“내 얘기네. 딱 내 얘기잖아.”
라고 마나부가 말했다. ㅋㅋㅋ
저기서 몇 개는 다들 동그라미 치지 않나요? 누구나 그런 거 아니었어? ㅋㅋㅋ핵인싸는 난 안 그래, 하나요.

‘침울해져서는 책에서 고개를 들어 옆에서 저처럼 서서 책 읽고 있던 여성을 문득 보니 그분도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자기 계발서 코너는 왠지 다른 코너보다 울적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아요. 자아 찾기 여행에 나섰다가 미아가 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듯한……’

마나부는 자신이 게으르다 하지만 만화에서 보여준 그의 친구 만들기 노력은 분투에 가깝다. 거리에 나서고 클럽 오프모임에 나가고 교회 예배에도 참석하고 작가 레지던스에 같이 살던 입주자를 만나러 네 시간 걸려 지방에 내려가기도 한다. 그만큼 세상에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했나 보다. 이제 마흔일곱 살 되었을 마나부는 친구 0명에서 숫자가 바뀌었을까? (일단 동지는 최소 1명…)

친밀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세상에 노출되는 사람은 그만큼 시기하고 (지들은 이유가 있다지만) 부당한 이유를 들먹이며 혐오하고 아픈 말을 던지는 사람도 많이 마주하는 걸 거쳐거쳐 보고 듣는다. (에스엔에스에 오른 걸 기자들도 캡처하고 이 사람 저 사람 캡처해서 이런저런 커뮤니티에 올리고 그걸 또 퍼다가 다른 커뮤니티에 옮기고) 금세 지나갈 모래폭풍(안녕 연수옹) 같은 것이겠지만 눈코입에 모래 잔뜩 들어간 이들은 정말 괴롭지 싶다. 신발에 모래 한 번만 들어가면 진짜 한참 동안 털어도 털어도 며칠을 나오던데. 신발 버려버리고 싶을 만큼. 그래서 일단은 숨는다. 조그만 알라딘 마을 정도면 그래도 적당한 정도로 따뜻하니까 가끔(자주 아니냐) 머문다. 여기서도 친해지려다 실패하고 다가왔다가 떠나가고 아예 원수도 지고 옆집 사는 것처럼 익숙해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갔다. 지금이 딱 적당하다. 내가 감당할 만큼만 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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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1-25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열반인님 시아버지의 육욕에서
뿜을 뻔 했어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1-25 14:32   좋아요 2 | URL
자꾸 들어와서 저도 유입 검색어 눌러보니까 주로 다음 쪽에…뭔 야설이 있던 것 같은데 정작 원작(?)게시물은 어느 순간 유실이 되어 제 포스트로 자꾸 들어오더라구요… 제건 옌렌커의 작렬지 독후감이요ㅋㅋㅋㅋ거기서 시아버지가 복상사(…)하긴 하는데 ㅋㅋㅋ

scott 2022-11-25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아직 큰아이 휴대폰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 것도 넘 기특!^^

네이버 유입 검색어 충격적이네요 ㅎㅎ

검색어 이어붙이기 해보니 거의 웹툰 19金 ㅎㅎㅎ

역쉬 엔렌커 !^^

반유행열반인 2022-11-25 18:14   좋아요 1 | URL
저랑 많이 안 닮아서 체제순응? 적이고 모범생 각잡고 다녀서 조금 걱정이기도 해요. 왜 반항을 안 하니 하고…(이러다 진짜 반항기 오면 또 고민할 거면서 ㅋㅋㅋ) 옌렌커 안 읽은 게 많은데 보고싶은 마음과 이젠 그만 보고 싶은 마음 절반이요 ㅋㅋㅋ아 우리나라에서 나온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영화는 궁금해요 ㅋㅋㅋㅋ

라로 2022-11-25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재밌는데요. ^^;; 암튼 저 리스트에 있는 거 보면 ENFP-T 유형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할 것 같아요.ㅋㅋ
암튼, 다른 곳에서는 유열님이시군요!!, 우울한 열정님이기도 하신가요?? 헷갈림요. (늙은이;;;)
그런데 12살 자녀분이 저 책을 읽었다고요?? 엄마 닮아 똑똑하군요!! 저희 해든이 한국 나이로 16살인데 아직 핸드폰 안 사줬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학교에서 핸드폰 없는 사람이 해든이 뿐이래요. 웃겨서,, 그래서 안 사줘요. 저는 아마 고딩 졸업하면 사줄지? 아니면 자기 돈으로 사던가,, 근데 친구 관계 문제 없더라구요. 암튼 저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댓글 달고 가보니까 전자책이 안 나와서 출간알림 신청했고요. 오늘 출간 알림만 신청하는 것 같은 느낌;;;;

반유행열반인 2022-11-25 18:17   좋아요 1 | URL
저는 INFJ인데 라로님은 역시 E가 있으시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줄여서 반유열이에요. 우울한 열정님은 같이 읽으신 에세이 작가 홍승은님이에요!!!! 자랑하려고 올렸는데 아무도 안 부러워 해!!!! ㅋㅋㅋㅋ듣고 보니 유열 우열 비슷하네요 ㅋㅋㅋㅋㅋ막내랑 저희 첫째랑 차이가 별로 안 나네요. 라로님 제 또래 젊은 엄마셨어…. ㅋㅋㅋㅋㅋㅋ(이러면서 저도 젊은 척) 저도 아직 아이폰5랑 5S를 쓰고 있어서 제가 새 폰을 사면 이걸 물려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ㅋ(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