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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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소설은 처음인데, 이야 진짜 재미있게 글 잘 쓰시네. 너무 매료돼서 이번 리뷰는 이 작품의 문체처럼 작성하기로 했어. 작가가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글이 상당히 깔끔하거든? 근데 또 전달력까지 끝내줘. 이거면 뭐 일단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지 않겠어? 이 책은 말 그대로 한국 삶에 정떨어져서 호주 시드니로 떠난 한 여성의 내용인데,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 블라블라 수다 떠는 작품이야. 일단 처음 몇 장만 읽어보면 느낄 거야. 이 작가에게서 데드풀 냄새가 난다는걸. 물론 그 정도의 말빨은 아니지만 꽤 찰진 언어를 구사하는데다, 독자에게 말 거는 듯한 느낌도 데드풀하고 비슷해서 B급 장르를 사랑하는 나에게는 아주 그냥 땡큐였지. 뭐 잡설은 이만하고 작품 내용을 읊조려 볼게.


먼저 주인공을 ‘나‘로 바꿔 소개할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난한 집안에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힘들게 살아왔어. 우리 집은 겨울 되면 집안에서 동상 걸릴 정도로 추워 뒤질 거 같아. 가족이 다 같이 돈 모아 이사 좀 가면 좋겠는데 집안에서 제대로 돈 버는 사람은 나뿐이야. 특출난 스펙도 없이 카드회사에 들어가 3년 버티다가 결국 인내심이 폭발했어. 동갑내기 남친은 어딘가 비전이 안 보여. 뭐 그건 그럴 수 있는데, 아 글쎄 남친 부모님은 뭔데 우리 집을 깔보는데? 이런 것들이 겹쳐겹쳐 나는 이 지긋지긋한 한국을 뜨기로 정했어. 이대로 가면 초사이어인 각성도 가능할 것 같아. 차라리 직장을 바꿔보지 왜 그렇게 극단적이냐고 묻지 말아줘. 직장만 문제가 아니잖아. 나이는 먹어가고 스펙은 없고, 어느 회사에서 나를 데려다 쓰겠냐고. 그리고 어느 세월에 우리 집이 보일러 걱정 없는 아파트로 이사 가겠어. 그래서 난 호주로 미련 없이 날아갔지. 여기는 미국 영어랑 달라서 전혀 못 알아먹겠더라. 그거 빼면 뭐 여긴 신세계야. 나보다 날씬한 애도 없어서 아이돌 출신이라고 해도 믿을 분위기야. 물가도 생각보다 싸서 놀랐어. 호주 사람 말고도 외국인들이 다양해서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나. 이 정도면 ‘논스톱‘같은 시트콤도 찍겠더라고. 여튼 이곳에서 4년쯤 지내보니 제법 영어도 늘었고 돈 버는 법도 알 것 같아. 이제 나도 호주 사람이 다 된 건지 한국 친구들의 하소연을 듣노라면 여전히 한국은 몇 년 전이나 후나 변함도 없고 비전도 없다는 확신만 들어. 오랜만에 연락 온 헤어진 남친 목소리에 잠깐 흔들렸지만 역시 한국은 자신 없어. 난 그냥 호주 시민권 따낼라고.


간단하게 요약하려 했는데 너무 주인공에게 빙의 되었나 봐. 말이 너무 길어졌어. 이 책은 아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차마 실행하지는 못할 것들을 시원하게 보여주는 거 같아. 근데 이 책 읽고서 너도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한국 뜰까 봐 걱정된다? 작가가 아주 그냥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심어주는 사기꾼 기질이 있어. 신세한탄 그만하고 함 질러보란 듯이. 만약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한국의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음 글쎄, 인터넷이 빠르단 거 밖엔 생각나는 마땅한 답변이 없네. 난 그래도 한국을 혐오하진 않는데도 딱히 자랑할 게 없어 보여. 단점을 묻는다면 3박 4일 밤 새가며 설명할 자신은 있는데. 여튼 간만에 재미있는 독서였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관심이 가네. 재미있는 작품 좀 추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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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9-14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강명 소설은 감칠맛 나죠! 특히 동남아 아시아인들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이 날카로웠죠 우린 미국이나 유럽 강대국에 대한 사대주의가 있으면서 은근히 무시하는 태도...<표백>은 좀 우울하고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만약 어설픈 통일이 된다면 이란 가정하에 스토리를 진전시키고 있고 <댓글부대>는 드루킹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입니다...장강명의 소설은 다 읽어보려고 하는데 문학동네수상작도 있던데 빌렸다가 못 읽고 다시 빌려리니 대출제한 걸려 못 읽고 있네요 ㅎ

물감 2018-09-14 09:15   좋아요 1 | URL
역시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작가군요! 그런데 주로 쓰는 소재가 국가 문제나 이슈에 대한 걸 다루나봐요? 기자라서 이걸 픽션으로 엮는게 가능한건가...대단하네요ㅋㅋ

카알벨루치 2018-09-14 09:20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기자출신이라. 근데 이런 문학적상상력이 있다는게 참 대단한 듯 싶어요 그래서 더 구미가 당기는지도 모르죠 <당선 합격 계급>을 쓴 것도 보면 남다른 시선이 있는거죠 물감님 오늘도 행복하소서^^

물감 2018-09-14 09:22   좋아요 1 | URL
좋은 정보 감사해요! 카알벨루치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봄밤 2018-09-15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재밌어요ㅎㅎㅎ 한국이 싫어서를 읽다가 큰 흥미를 못느끼고 내려놓았는데 리뷰는 참 잘 읽혀요ㅋㅋ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물감 2018-09-15 08:59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그냥 신세한탄만 하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 금방 읽히니까 재도전 꼭 해보세요ㅎㅎㅎ

coolcat329 2018-09-20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댓글부대를 휘몰아치듯 읽은 기억이 나네요. 작가가 직접 옆에서 보고 쓴거처럼 너무 사실적이라 충격을 받았는데 정말 사실이었더군요...글 잘 읽었습니다.

물감 2018-09-20 09: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쿨캣님의 충격을 저도 느껴보고싶네요. 조만간 댓글부대 읽어보겠습니다! 😀
 
두번째 봄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4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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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자전 소설로 불려서 특별한 기대감도 들었으나 기대와는 달리 흔한 구성이었으며, 단지 작가의 당시 심정들을 기록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어떤 서평에서는 책 뒤의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고 봐야 더욱 이해와 공감이 된다던데 과연 맞는 말이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은 이 시리즈 4권 읽은 게 전부긴한데 내가 느낀 애거사 스타일의 특징은 작품에 적응되기까지 다소 오래 걸린다는 것과, 발동이 걸리면 미친 듯이 달린다는 것이다. 그니까 전반전과 후반전의 온도차가 너무 심함. 처음부터 속도 낼 수 있으면서 왜 꼭 중후반에야 RPM을 올리는 건지 원. 이번 책도 갈수록 문체의 변화가 확 느껴지는데 후반부에는 챕터마다 분량이 굉장히 짧아서 주인공의 상태변화와 혼란스러운 감정을 보다 더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도 이런 기법으로 효과를 넣었던 기억이 난다. 여튼 애거사를 애정 하는 독자들은 이 책도 읽어봐주면 좋을 듯. 


주인공 셀리아는 어려서부터 비상함과 엉뚱함을 같이 지닌 소녀였다. 남들보다 쉽게 고통받고 슬픔을 두 배로 느끼는 소녀의 유일한 안식처는 엄마였다. 내성적이고 수줍음도 많고 표현을 잘 못하는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의 속 사정을 엄마는 전부다 알고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엄마도 딸처럼 겉으로 표현 못하고 참기만 할 줄 알았고, 엄마도 딸처럼 수줍어했고 숫기없어 고생했기에 가능했다. 아무튼 힘들 때마다 엄마만 의존했던 나머지 엄마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딸이 된다. 이후 좋은 남자가 생겨도 엄마와 있는 시간이 더 좋아하는 딸을 보며 엄마도 슬슬 낭만에 젖어 사는 딸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엄마의 걱정은 철부지 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서 딸이 떠날까 봐 딸의 남자들을 갖가지 이유들로 어울리지 못하게 막았고, 딸이 상처받거나 고통받지 못하도록 늘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다. 딸도 고생 좀 해가면서 독립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는데, 절대 손에 물 묻히지 않게 하려는 엄마는 요즘 표현으로 헬리콥터 맘이었다.


그렇게 애지중지 금지옥엽 키운 딸이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보니, 남편에게 상처 입을 때마다 자신이 너무 사랑만 받고 자랐음을 깨닫고도 엄마만 찾는다. 이렇게 주인공이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새가 된 것은 이미 정해진 결과였다. 남자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남자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고 할머니가 그렇게 주의를 주었건만, 무조건 내 편인 엄마 말만 듣다가 현명함은 갖지 못하고 상처와 감정들을 혼자 삭히며 감내하는 신세가 되었다. 마침내 남편은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을 요구해온다. 남편의 모든 비위와 장단을 다 맞춰주었던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만, 수증기로 변해가는 물을 막을 수 없듯이 마음 떠난 남편을 막을 수는 없었다. 구멍 난 댐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저 지켜보는 것 외에 방도가 없었던 셀리아. 그리고 애거사 크리스티.


이 작품이 자전적 소설이고 작가의 지난날들을 기록한 거라면, 작가도 젊은 시절까지는 그리 현명한 사람은 아니었던 갑다. 자신이 가는 길은 다 꽃길이고 비단길인 줄 알았나 보다. 이 책을 기록하며 스스로 온실 속 화초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던 것일까.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남편의 불륜과 이혼을 겪으면서 받은 상처가 아무는 억겁의 시간들 가운데 내린 결론이 결국 뭐였을까. 짐작 가는 건 있지만 말하기 조심스러워 적지는 못하겠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지만 원래의 애거사 크리스티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사람임을 느꼈다. 두 번째 봄은 부디 평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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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장애재활클리닉
한차현 지음 / 박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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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너무 무거운 작품을 읽어서 가벼운 독서가 필요했다. 그래서 기분전환을 위해 한차현 작가 책을 골랐으나 결과는 대 실패. 작가 특유의 밝은 분위기와 병맛같은 유머러스함을 원했는데 이 책은 물에 젖은 옷처럼 축축하고 무거웠다. 괜히 샀어. 도서관에서 빌려볼걸. 그놈의 팬심 때문에.


주인공 차연은 ‘애도와 위안의 사람들(애위사)‘에서 근무한다. 여기가 뭐 하는 데냐면 극심한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업체이다. 무당의 아들인 직원을 동반하여 의뢰인들을 찾아가 영매 활동으로 슬픔을 치료하고 고통을 나누는 다소 특이한 사람들 중의 하나가 주인공이다.

어느 의뢰인의 요청으로 찾아간 장례식장에서 손예진 닮은 여자를 만나 친해지는데 그녀는 차연과 반대로 죽음을 원하는 자들을 돕는 모임 단체(FACE)의 일원이었다. 이후 FACE에 죽음을 의뢰하는 한 여자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과거 주인공과 알던 사이였고, 죽게 놔둘수 없는 주인공은 FACE를 막으러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이상하게 집중이 잘 안된다. 글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줄거리가 명확지 않고 어딘가 모호해. 다른 의미로 어떻게 흘러갈지 감이 안 잡힘. 이런 건 내가 알던 한차현 스타일이 아닌데. 남들은 다 잘 읽었나 본데 나에겐 쪽박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온다 리쿠‘의 스타일과 여러 번 겹친다. 우울하고 몽롱하고 흐릿하고 희미한, 이런 수식어들이 다 어울리는 온다 리쿠의 글과 너무 닮아있어서 머리 좀 식히려고 했다가 도리어 더 짜증이 났다.

한차현 소설의 주인공들은 ‘찌질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번에는 찌질함이 정도를 넘어서 공감도 안되고 재미도 없고 실제로 존재한다면 하이킥 날려서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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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블 가족 - 2029년~2047년의 기록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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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러더‘를 재밌게 읽은 터라 이 작가의 책은 정성스런 리뷰를 쓰고 싶지만 이 작품은 나의 경제 지식이 너무 부족하여 수준 낮은 글밖에 못쓰는 것이 아쉽다. 이 책의 부제는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이다. 2029년~2047년간의 일어날 미국의 미래와 몰락을 세밀하게 그리는 불편한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이 일본의 경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처럼 머지않아 강대국들의 경제는 전부 쇠락할지도 모른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가 경고하는 인류의 가상현실은 지금까지의 디스토피아 소설보다도 더 예리하고 날카롭다.


맨디블 집안의 두 자매의 가정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미국은 엄청난 금융 위기를 맞이한 후 의식주에 난고를 겪게 된다. 다른 나라들도 물가 상승으로 폭동이 난무하지만 그래도 맨디블 가족은 중산층에 속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에서 금융 쿠데타를 일으키고 미국이 금융 전쟁을 선포한 뒤로부터 국가에 어마어마한 위기가 온 것이다. 이러하여 잘 살던 맨디블 가의 동생네는 결국 언니네 집으로 들어와 얹혀살게 된다. 그러나 망해가는 세상을 보면서도 실감을 못하는 건지 동생 가족의 잘 살던 생활습관은 물자 부족인 언니 집에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다. 이제는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니라, 빈곤 속의 풍요를 걱정해야 한다. 세상 말세가 닥쳐와도 개념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개념 없을지도 모르겠다.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폭락하니 농산물 가격도 폭등하고, 유럽 달러도 붕괴되고, 증권들도 거래를 중단하며, 세계는 달러가 아닌 또 다른 법적 통화를 만들어낸다. 결국 정부는 각 개인이 보유한 금을 회수하기로 하고 국외로 금전 거래를 금지하는 등 대책을 세운다. 이제 모든 거래는 오프라인으로 하라는 칙령에 따라 수표에 이름 쓰는 연습부터 다시 하는데, 현재 학교에서는 글 쓰는 법도 가르치지 않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은 인터넷과 무인 시스템으로 일사불란하게 처리되왔기 때문인데, 와 이것이 다가올 운명이라면 진짜 세상 말세다. 땅값과 임대료도 올라서 상가들은 줄줄이 묻을 닫고 우유 하나 사러 수 킬로미터를 차 끌고 가야 하는 말도 안 되지만 말 되는 이야기.


화폐가치가 점점 떨어짐에 따라 직장인들은 줄줄이 해고되고,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는데 대출과 담보도 안되니 집을 팔고, 실업급여나 연금도 끊어지고 여기저기서 약탈이 시작된다. 금융위기는 그렇게 차례차례 인간 다운 삶을 무너뜨린다. 인플레이션만으로도 무서운데 정부가 통제불능한 초인플레이션까지 가서 미국의 비만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2029년까지의 이야기이다. 이후 2040년대가 되면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라 달나라에 사는 기분이 들 정도로 세상은 바뀌고, 어떤 면에서는 농업시대 이전의 모습보다도 못한 삶을 그리기도 한다.


문학치고 재미는 없는 편이다. 경제신문이나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느낌 같았다. 저자가 저널리스트라서 더 그렇다. 일단 내 관심분야도 아닌 작품을 꾸역꾸역 읽다 보니 앞으로의 세계경제가 궁금해지긴 하더라. 이런 작품은 현실을 반영하여 가정하기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다 싶은 내용으로 가득해서 이참에 배워두자 싶었고, 경제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알게 해주었다. 사실 정치나 경제는 알아야 하는데도 복잡한 게 싫어서 일부러 모른 척해왔으나, 안일하게 살다가 낭패를 본 책 속의 사람들을 보며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세상이 오면 제일 먼저 궁금한 게 갑부 연예인들이다. 과연 그들이 쥐고 있는 재산들을 사회에 기부하면서까지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막을까? 이 책에서는 연예인들은 단 한 번도 언급을 하지 않는다. 맨디블 가족 말고도 정부기관이나 대기업들도 어떤 식으로 무너지는지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거기까지 바라는 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이 이런 전문적인 작품을 만들었으니 이것만으로도 박수 쳐줄 일이지.


책 속에서는 인간이 누리는 복지들이 전부 사라져버린다. 독서, 미술, 음악, 게임, 스포츠, 쇼핑 같은 모든 것들이 다 사치가 되고 오직 생존에만 신경 써도 부족할 정도인데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들도 미래에는 전부 없어지는 걸까. 이 책대로라면 지금 제일 불쌍한 직업이 작가와 경제학자이고, 반대로 제일 귀한 직업은 밭 가진 농부가 될 것이다. 안 그래도 많은 일자리들이 무인화, 로봇화되면서 사라져가고 있는데 10년 뒤면 대학의 전공과목들이 죄다 사라진다고도 하니 미래는 인플레이션으로 망하든 문명 자동화로 망하든 뭐가 됐건 간에 유토피아는 아닐 듯하다. 지금이라도 베어그릴스를 따라서 생존법이나 익혀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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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2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9-06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봄에 사서 읽기 시작은 했는데
어느 순간 접어 버렸네요...

<빅 브라더>도 사기는 했는데 미처
못 읽고 있구요. 라이오넬 슈라이버
하고는 인연이 좀 닿지 않는 걸까요...

물감 2018-09-06 17:08   좋아요 0 | URL
재미는 없기때문에 접을만 합니다... 굳이 파이팅 넘치게 읽지 마시고 느긋하게 읽으세요...ㅎㅎ

페크pek0501 2018-09-07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군요. 작가, 라는 직업도 로봇이 대신 한다는 걸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설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아니겠지, 나 죽고 난 다음이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무인 자동차도 나오는 마당에 뭐는 안 나오겠나 싶기도 합니다.
만약 무인 버스가 대중화된다면 운전 기사도 실직을 할 테죠.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실직을 할 테죠. 그 세상은 과연 지금보다 나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과학의 발전은 멈출 줄을 모르겠지요. 이 사실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물감 2018-09-07 15:12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제란 게 어느방향으로 흘러갈지 전혀 예측불허지만 충분히 예방 가능한 것들도 있는데 국가는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살아야겠어요...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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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아끼던 개가 차에 치였고, 동네 아저씨가 총살로 생을 마감시켜주었다. 멘탈이 나간 주인공은 그 아저씨의 어린 아들을 고의 같은 실수로 때려죽인다. 정신 차려보니 벌어진 사태에 어찌할 바 모르다가 숲속 구덩이에 시체를 밀어 넣고 나 몰라라 해본다지만 살인자가 된 이 어린 친구는 죄책감으로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작가의 필력은 여전히 흠잡을 데가 없지만 이번 플롯은 너무 단순해서 사실 의외였다. ‘오르부아르‘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들과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이 나의 전두엽을 들었다 놨다 했었는데 이 책은 전혀 흥분되지 않았단 말이다. 오히려 주인공이 그냥 잡히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그래서였을까, 소년의 모든 불안들이 그렇게 확 와닿지는 않더라.

전에 읽었던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주인공이 범죄자 입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과천선하더라도 응원하긴 뭐 하고, 충분히 고통받고 괴로워하는데 욕하기도 애매한 어중간한 기분으로 읽게 된다. 아무튼 자수할까 말까를 계속 고뇌하느라 12살 소년의 심정은 120년을 산 것처럼 늙고 초췌해져버린다.

중반부터는 도시에 큰 태풍이 불어닥쳐 온 집안과 동네가 난장판이 되는 장면이 나온다. 실종된 아이를 찾는 내용과, 주인공이 두려워하는 내용만으론 분량이 부족해서 이런 자연재해라도 집어넣은 걸까 하고 불만이 생길 즘에 재난으로 사상자와 피해자가 속출하여 아이를 수색하는 일이 중단된다. 이런 영화 같은 상황 연출에 무릎을 치면서 다시는 의심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이후 고향을 떠나 타지에 가서도 주인공의 공황감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어릴 적 좋아하던 여학생과 딱 한번 저지른 불장난이 원치 않는 임신이 되어버렸고, 죽은 아이를 묻었던 숲이 재개발 들어간다고 해서 시체가 발견될까 걱정되는 와중에 어머니까지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그의 정신은 극한에 다다른다.

이쯤부터는 나도 주인공이 슬슬 불쌍하게 느껴지긴 했다. 이런 것도 다 인과응보라 하긴 좀 그러니까, 작가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각각의 시련들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닌가. 역시 이 작가는 기막힌 설계자였다. ‘오르부아르‘ 후속편도 있다는데 국내에도 어서 어서 출간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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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8-31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막힌 설계를 한 고전 문학을 읽다 보면 그때의 작가들이 다 천재가 아니었을까 추측하게 됩니다.
컴퓨터 자판 없이 펜으로 글을 쓰고 - 대단한 육체적 노동이겠죠.
인터넷 검색도 없이 그것도 길게 장편소설을 쓰다니...
두꺼운 <죄와 벌>을 읽고도 도스토예프스키는 천재야, 라고 생각했죠.

물감 2018-08-31 15:43   좋아요 1 | URL
전에 어떤 리뷰에 쓴 내용인데요, 세계의 거장들은 이미 옛시기에 다 쏟아져나온거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천재는 이미 과거에 품절되버린게 아닐까 해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천재적 재능을 가진 작가를 발견하면 너무 놀랍니다. 요즘도 있긴 하구나 하고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