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디블 가족 - 2029년~2047년의 기록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빅 브러더‘를 재밌게 읽은 터라 이 작가의 책은 정성스런 리뷰를 쓰고 싶지만 이 작품은 나의 경제 지식이 너무 부족하여 수준 낮은 글밖에 못쓰는 것이 아쉽다. 이 책의 부제는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이다. 2029년~2047년간의 일어날 미국의 미래와 몰락을 세밀하게 그리는 불편한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이 일본의 경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처럼 머지않아 강대국들의 경제는 전부 쇠락할지도 모른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가 경고하는 인류의 가상현실은 지금까지의 디스토피아 소설보다도 더 예리하고 날카롭다.


맨디블 집안의 두 자매의 가정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미국은 엄청난 금융 위기를 맞이한 후 의식주에 난고를 겪게 된다. 다른 나라들도 물가 상승으로 폭동이 난무하지만 그래도 맨디블 가족은 중산층에 속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에서 금융 쿠데타를 일으키고 미국이 금융 전쟁을 선포한 뒤로부터 국가에 어마어마한 위기가 온 것이다. 이러하여 잘 살던 맨디블 가의 동생네는 결국 언니네 집으로 들어와 얹혀살게 된다. 그러나 망해가는 세상을 보면서도 실감을 못하는 건지 동생 가족의 잘 살던 생활습관은 물자 부족인 언니 집에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다. 이제는 풍요 속의 빈곤이 아니라, 빈곤 속의 풍요를 걱정해야 한다. 세상 말세가 닥쳐와도 개념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개념 없을지도 모르겠다.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폭락하니 농산물 가격도 폭등하고, 유럽 달러도 붕괴되고, 증권들도 거래를 중단하며, 세계는 달러가 아닌 또 다른 법적 통화를 만들어낸다. 결국 정부는 각 개인이 보유한 금을 회수하기로 하고 국외로 금전 거래를 금지하는 등 대책을 세운다. 이제 모든 거래는 오프라인으로 하라는 칙령에 따라 수표에 이름 쓰는 연습부터 다시 하는데, 현재 학교에서는 글 쓰는 법도 가르치지 않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은 인터넷과 무인 시스템으로 일사불란하게 처리되왔기 때문인데, 와 이것이 다가올 운명이라면 진짜 세상 말세다. 땅값과 임대료도 올라서 상가들은 줄줄이 묻을 닫고 우유 하나 사러 수 킬로미터를 차 끌고 가야 하는 말도 안 되지만 말 되는 이야기.


화폐가치가 점점 떨어짐에 따라 직장인들은 줄줄이 해고되고, 물가는 미친 듯이 오르는데 대출과 담보도 안되니 집을 팔고, 실업급여나 연금도 끊어지고 여기저기서 약탈이 시작된다. 금융위기는 그렇게 차례차례 인간 다운 삶을 무너뜨린다. 인플레이션만으로도 무서운데 정부가 통제불능한 초인플레이션까지 가서 미국의 비만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2029년까지의 이야기이다. 이후 2040년대가 되면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니라 달나라에 사는 기분이 들 정도로 세상은 바뀌고, 어떤 면에서는 농업시대 이전의 모습보다도 못한 삶을 그리기도 한다.


문학치고 재미는 없는 편이다. 경제신문이나 시사 토론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느낌 같았다. 저자가 저널리스트라서 더 그렇다. 일단 내 관심분야도 아닌 작품을 꾸역꾸역 읽다 보니 앞으로의 세계경제가 궁금해지긴 하더라. 이런 작품은 현실을 반영하여 가정하기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다 싶은 내용으로 가득해서 이참에 배워두자 싶었고, 경제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알게 해주었다. 사실 정치나 경제는 알아야 하는데도 복잡한 게 싫어서 일부러 모른 척해왔으나, 안일하게 살다가 낭패를 본 책 속의 사람들을 보며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세상이 오면 제일 먼저 궁금한 게 갑부 연예인들이다. 과연 그들이 쥐고 있는 재산들을 사회에 기부하면서까지 나라가 망하는 것을 막을까? 이 책에서는 연예인들은 단 한 번도 언급을 하지 않는다. 맨디블 가족 말고도 정부기관이나 대기업들도 어떤 식으로 무너지는지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거기까지 바라는 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이 이런 전문적인 작품을 만들었으니 이것만으로도 박수 쳐줄 일이지.


책 속에서는 인간이 누리는 복지들이 전부 사라져버린다. 독서, 미술, 음악, 게임, 스포츠, 쇼핑 같은 모든 것들이 다 사치가 되고 오직 생존에만 신경 써도 부족할 정도인데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들도 미래에는 전부 없어지는 걸까. 이 책대로라면 지금 제일 불쌍한 직업이 작가와 경제학자이고, 반대로 제일 귀한 직업은 밭 가진 농부가 될 것이다. 안 그래도 많은 일자리들이 무인화, 로봇화되면서 사라져가고 있는데 10년 뒤면 대학의 전공과목들이 죄다 사라진다고도 하니 미래는 인플레이션으로 망하든 문명 자동화로 망하든 뭐가 됐건 간에 유토피아는 아닐 듯하다. 지금이라도 베어그릴스를 따라서 생존법이나 익혀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9-06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2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9-06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봄에 사서 읽기 시작은 했는데
어느 순간 접어 버렸네요...

<빅 브라더>도 사기는 했는데 미처
못 읽고 있구요. 라이오넬 슈라이버
하고는 인연이 좀 닿지 않는 걸까요...

물감 2018-09-06 17:08   좋아요 0 | URL
재미는 없기때문에 접을만 합니다... 굳이 파이팅 넘치게 읽지 마시고 느긋하게 읽으세요...ㅎㅎ

페크pek0501 2018-09-07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롭군요. 작가, 라는 직업도 로봇이 대신 한다는 걸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설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아니겠지, 나 죽고 난 다음이겠지,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무인 자동차도 나오는 마당에 뭐는 안 나오겠나 싶기도 합니다.
만약 무인 버스가 대중화된다면 운전 기사도 실직을 할 테죠. 다른 분야의 사람들도 실직을 할 테죠. 그 세상은 과연 지금보다 나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과학의 발전은 멈출 줄을 모르겠지요. 이 사실이 두렵게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물감 2018-09-07 15:12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제란 게 어느방향으로 흘러갈지 전혀 예측불허지만 충분히 예방 가능한 것들도 있는데 국가는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