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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ㅣ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장강명 작가의 소설은 처음인데, 이야 진짜 재미있게 글 잘 쓰시네. 너무 매료돼서 이번 리뷰는 이 작품의 문체처럼 작성하기로 했어. 작가가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글이 상당히 깔끔하거든? 근데 또 전달력까지 끝내줘. 이거면 뭐 일단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지 않겠어? 이 책은 말 그대로 한국 삶에 정떨어져서 호주 시드니로 떠난 한 여성의 내용인데, 시작부터 끝까지 혼자 블라블라 수다 떠는 작품이야. 일단 처음 몇 장만 읽어보면 느낄 거야. 이 작가에게서 데드풀 냄새가 난다는걸. 물론 그 정도의 말빨은 아니지만 꽤 찰진 언어를 구사하는데다, 독자에게 말 거는 듯한 느낌도 데드풀하고 비슷해서 B급 장르를 사랑하는 나에게는 아주 그냥 땡큐였지. 뭐 잡설은 이만하고 작품 내용을 읊조려 볼게.
먼저 주인공을 ‘나‘로 바꿔 소개할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난한 집안에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 힘들게 살아왔어. 우리 집은 겨울 되면 집안에서 동상 걸릴 정도로 추워 뒤질 거 같아. 가족이 다 같이 돈 모아 이사 좀 가면 좋겠는데 집안에서 제대로 돈 버는 사람은 나뿐이야. 특출난 스펙도 없이 카드회사에 들어가 3년 버티다가 결국 인내심이 폭발했어. 동갑내기 남친은 어딘가 비전이 안 보여. 뭐 그건 그럴 수 있는데, 아 글쎄 남친 부모님은 뭔데 우리 집을 깔보는데? 이런 것들이 겹쳐겹쳐 나는 이 지긋지긋한 한국을 뜨기로 정했어. 이대로 가면 초사이어인 각성도 가능할 것 같아. 차라리 직장을 바꿔보지 왜 그렇게 극단적이냐고 묻지 말아줘. 직장만 문제가 아니잖아. 나이는 먹어가고 스펙은 없고, 어느 회사에서 나를 데려다 쓰겠냐고. 그리고 어느 세월에 우리 집이 보일러 걱정 없는 아파트로 이사 가겠어. 그래서 난 호주로 미련 없이 날아갔지. 여기는 미국 영어랑 달라서 전혀 못 알아먹겠더라. 그거 빼면 뭐 여긴 신세계야. 나보다 날씬한 애도 없어서 아이돌 출신이라고 해도 믿을 분위기야. 물가도 생각보다 싸서 놀랐어. 호주 사람 말고도 외국인들이 다양해서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나. 이 정도면 ‘논스톱‘같은 시트콤도 찍겠더라고. 여튼 이곳에서 4년쯤 지내보니 제법 영어도 늘었고 돈 버는 법도 알 것 같아. 이제 나도 호주 사람이 다 된 건지 한국 친구들의 하소연을 듣노라면 여전히 한국은 몇 년 전이나 후나 변함도 없고 비전도 없다는 확신만 들어. 오랜만에 연락 온 헤어진 남친 목소리에 잠깐 흔들렸지만 역시 한국은 자신 없어. 난 그냥 호주 시민권 따낼라고.
간단하게 요약하려 했는데 너무 주인공에게 빙의 되었나 봐. 말이 너무 길어졌어. 이 책은 아마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차마 실행하지는 못할 것들을 시원하게 보여주는 거 같아. 근데 이 책 읽고서 너도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한국 뜰까 봐 걱정된다? 작가가 아주 그냥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심어주는 사기꾼 기질이 있어. 신세한탄 그만하고 함 질러보란 듯이. 만약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한국의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음 글쎄, 인터넷이 빠르단 거 밖엔 생각나는 마땅한 답변이 없네. 난 그래도 한국을 혐오하진 않는데도 딱히 자랑할 게 없어 보여. 단점을 묻는다면 3박 4일 밤 새가며 설명할 자신은 있는데. 여튼 간만에 재미있는 독서였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관심이 가네. 재미있는 작품 좀 추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