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
라파엘 보넬리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 입맛에 딱 맞게 쉽게 나온 심리학이라기 보다 오히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심리학인 것 같다. 보통은 내 얘기 같고 내가 고쳐야 할 점이나 나에게 도움 될 만한 책을 찾아 읽는 편인데, 이 책을 읽을 땐 나보다 다른 사람이 많이 생각이 났다. 나에게 해악을 가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지 모르고, 자신이 정당하고 옳다고 생각한 사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읽고 자신을 고쳐야 할텐데, 그런 사람은 또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것-
   자신의 죄나 허물을 '억압'하면서 타인과의 관계를 힘들게 하는 사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면서 그런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책이라고 하기엔... '억압'과 '죄'에 대한 할애 비중이 다소 높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상담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예시들을 통해서 사람들 맘에 깨달음이 있을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공감하는 부분은... 많이 먹어놓고 스트레스 핑계를 대는 것 정도? ;-) ㅋ 그리고 나는 배(욕구)의 여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ㅜㅜ

 

 

"누구나 모든 사람에게는 이야기할 수 없고 친구들에게만 이야기할 수 있는 기억들이 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그가 마음에 담고 있는 어떤 이야기는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그것도 아마 은밀하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 가지,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말하기 두려운 일이 있다. 그래서 올바른 사람들은 누구나 다 그런 몇몇 일들을 자신의 정신 속에 깊숙이 묻어둔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하에서 쓴 후기」 중

`자신이 잘못한 행위를 잘했다고 일컫는 한 자신을 바꿀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
복거일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 일단 나는 작가가 어떤 인물인지는 배제하고 글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이다. 작자가 극중 이립이 되었고, 그의 이야기와 생각을 옮겨 적은 글이다.  
   제목에서의 '한가로운' 걱정들은 정말 한가로운 걱정이라기 보다 우리가 항상 하며 살아가야 할 걱정인데, 우리가 바빠서 외면하는 것들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죽을 일 밖에 남지 않은, 모든 것을 무효화 하는 죽음 앞에서 오히려 삶의 여유 시간이 많아진 그가 대신 하는 것만 같았다.
   삶을 온전히 즐기지도 못하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죽음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어둡게 볼 일만도 아니고, 피할 일만도 아니다. 피하고 싶은 삶의 끝을 온전히 응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려 했다. (작가도 암에 걸려 죽음의 선고를 받게 되었지만) 나는 인간이 모든 것을 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며 살 수 있는데, 그 중에 인력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암도, 죽음도 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직 닥친 내 일이 아니라서 너무 멋대로 말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늘 생각해왔다. 내가 항상 바라왔던 모습은 병들고, 늙어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어쨌든 작가가 암 치료를 포기하고 글을 써서 자신의 글 생활을 마무리하려고 이 책을 출간한 건 알겠다. 의도도 의지도 대단하다고 하고 싶었는데, 책을 읽으면서는 인간의 추한 본성들도 엿보여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삶을 마무리 해야 할 때가 오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새삼스레 느끼지 못했던 (씁쓸함과 함께) 소소한 행복감, 아쉬움을 느끼게 되니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끝이 보일 때 놓친 것들을 두고 그리워하기 전에, 조금 더 삶을 사랑할 수 있어야겠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행복이야 욕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어서, 바라는 것이 적으면, 남들이 동정하거나 경멸할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 나보다 타인이 더 신경 쓰이는 사람들 심리학 3부작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은 심리학 도서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책인 것 같다. 두루뭉술하게 대충 이야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실생활과 동떨어진 주제를 삼지도 않았다. 누구라도 관심 가질 만한 주제와 여러가지 실험들과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가지고 글을 전개시켰다.
  특히 '눈치 보는'이란 말에 솔깃한 사람이라면 꽤 공감을 갖고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자기가 눈치를 자주 보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나도 내가 남 눈치를 많이 본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어느날 내가 남을 배려하려고 조심스럽게 주저하는 몸짓을 보더니 누군가가 왜 눈치를 보냐고 말을 건네서 충격을 받았었다.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서, 외로워서 그렇다는 말에 눈물이 또르르~ ;)
  내 삶에서 점점 부족해져가고 있는 사람, 사랑, 웃음. 어쩌면 오늘 힘들었더라도 다시 힘차게 살아갈 이유들을 잃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에 더 힘을 못 내었던 건 아닐까. 게다가 나는 그 세 가지를 모두 너무 좋아하는 아이인데 말이다. 이 책을 읽은 요즘 특히 더 소외되었고, 더 눈치를 봤고, 마음이 더 불안하고 힘들었었는데, 이 책이 적잖이 도움이 많이 되었고 그래서 더 읽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관중을 파악하기 위해 지나치게 관찰자 시점으로 살다가 정작 자신의 삶을 진득하게 경험할 기회들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창녀, 마리아의 이야기. 파울로 코엘료가 통찰했던 '11분'에 관한 철학은 이미 많이 유명하다. '동정녀'로 태어났던 마리아가 '창녀'가 되기까지, 그녀가 원하고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리아 앞에 붙은 '동정녀', '창녀'라는 수식어에 초점을 맞추기 쉬운 우리에게 그녀가 들려준 <이시스 찬가>의 무게가 엄청나다.  
 
'나는 경배받는 여자이자 멸시받는 여자이니
나는 창녀이자 성녀니
...
나는 내 아버지의 어머니이니
나는 내 남편의 누이이니
그리고 그는 버려진 내 자식이니
언제나 날 존중하라
나는 추문을 일으키는 여자이고 더없이 멋진 여자이니' 
 
홀로 떠나는 여행길엔 책을 동행으로 삼곤 하는데 이번에도 부산에서, 마리아는 내게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 나는 섹스가 지긋지긋했다. 섹스,라는 단어를 말하며 온갖 망상과 자기만의 쾌락을 떠올리는 남자도 지긋지긋했다. 나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배려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 슬픔에 그들의 쾌락이 더해져 내게 섹스는 아주 끔찍한 어떤 것이 되었다.  
 
'섹스에서 당신은 타자라는 매개를 통해 결과적으로 당신 자신과 관계를 맺게 될 뿐입니다. 타자는 당신이 쾌락의 실재를 발견하는 데 이용될 뿐이라는 것이지요. 반대로 사랑 속의 타자라는 매개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 알랭 바디우, 「사랑 예찬」 중 
 
하지만 내가 그것을 끔찍해 하면서도, 아예 관심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내가 사랑을 갈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남자가 왜 여자를 사는지 알 것 같다.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사랑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 당장은 내가 살아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음 정리를 위해 떠난 여정이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깨닫게 된 건 내가 많이 외로운 상태라는 것,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결코 합일점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와 여자의 관계와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입시키며 외면하던 성에 대해서 조금은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랑은 타인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속에 있다. 그것을 일깨우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하지만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우리는 타인을 필요로 한다. 우리 옆에 우리의 감정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을 때에야 우주는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나는 그와 합류했다. 그것은 11분이 아니라 영원이었다." 
 
'우리는 또다시 포옹했다. 우리는 어떻게 단 11분이 한 남자와 한 여자를 그 모든 것으로 이끌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한참 동안을 그러고 있었다.'

 

 

 

"하룻밤? 마리아, 과장을 해도 정도껏 해야지. 그건 사십오 분 정도에 불과해. 아니, 옷 벗고, 예의상 애정 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한 대화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옷 입는 시간을 빼면, 섹스를 하는 시간은 고작 십일 분밖에 안 되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 욕망을 말하다 - 내 몸이 원하는 소외된 욕망의 재발견
키머러 라모스 지음, 홍선영 옮김 / 생각의날개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는 책 제목에서 유추하는 것보다 5-10% 정도 더 알게된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문장 자체가 해독 불가능한 것이 많고 글도 별로고 내용도... 딱 몇 줄이면 될 것인데 주장하기 힘든 부분을 주장하려니 말이 핵심도 없고 중언부언 된 느낌이다. ;( 안타깝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또 요구하지 못하면, 더군다나 그것을 지금의 관계를 굳건히 다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결국 자신 안에, 관계 안에 침묵의 꾸러미를 쟁여놓게 되는 것이다. 죽은 공간. 관계는 뒷걸음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