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
복거일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 일단 나는 작가가 어떤 인물인지는 배제하고 글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이다. 작자가 극중 이립이 되었고, 그의 이야기와 생각을 옮겨 적은 글이다.  
   제목에서의 '한가로운' 걱정들은 정말 한가로운 걱정이라기 보다 우리가 항상 하며 살아가야 할 걱정인데, 우리가 바빠서 외면하는 것들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죽을 일 밖에 남지 않은, 모든 것을 무효화 하는 죽음 앞에서 오히려 삶의 여유 시간이 많아진 그가 대신 하는 것만 같았다.
   삶을 온전히 즐기지도 못하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죽음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어둡게 볼 일만도 아니고, 피할 일만도 아니다. 피하고 싶은 삶의 끝을 온전히 응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으려 했다. (작가도 암에 걸려 죽음의 선고를 받게 되었지만) 나는 인간이 모든 것을 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며 살 수 있는데, 그 중에 인력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암도, 죽음도 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직 닥친 내 일이 아니라서 너무 멋대로 말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늘 생각해왔다. 내가 항상 바라왔던 모습은 병들고, 늙어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어쨌든 작가가 암 치료를 포기하고 글을 써서 자신의 글 생활을 마무리하려고 이 책을 출간한 건 알겠다. 의도도 의지도 대단하다고 하고 싶었는데, 책을 읽으면서는 인간의 추한 본성들도 엿보여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삶을 마무리 해야 할 때가 오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새삼스레 느끼지 못했던 (씁쓸함과 함께) 소소한 행복감, 아쉬움을 느끼게 되니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 끝이 보일 때 놓친 것들을 두고 그리워하기 전에, 조금 더 삶을 사랑할 수 있어야겠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행복이야 욕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어서, 바라는 것이 적으면, 남들이 동정하거나 경멸할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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