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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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만 듣고 실제로 읽지 못했던 좀머씨 이야기. 내가 sns에 올린 어떤 글에 한 친구분이 좀머씨 같다고 했었나, 좀머씨처럼요? 라고 했었나, 그런 비슷한 댓글을 달았었다. 하지만 나는 좀머씨 이야기를 읽지 않았었고 -읽었다 해도 분명 기억하지 못했을 거라 확신한다- 얼렁뚱땅 답을 피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좀머씨 이야기는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올라갔고, 오늘 드디어 읽게 되었다.
   처음엔 너무 쉽게 읽혀서 내가 애들용 책을 가져왔나 싶었는데, 다 읽은 뒤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생각할 때마다 무게가 더욱 실리는 듯 하다. 과연 저 말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또 삶을 죽음으로써 감당해내야 했을 마음의 무게는 또 어땠을지...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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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풍서풍
펄 벅 지음, 박혜선 옮김 / 길산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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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S. 벅의 처녀작. 그녀는 미국인이면서도 평생을 중국에 살았다 한다. 물론 이런 배경을 알고 읽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 시대에 작가가 직접 느꼈을 동양과 서양의 차이라든가 푸른 눈을 가지고 동양에서 살게 되었을 때부터 받아온 시선이나 대접, 그로 인해 받았던 생각 같은 것들이 작품 속에 모두 녹아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책 표지에 적힌 '신이 동서양 사이를 바다로 갈라 놓았기 때문에 서양인들과 섞이는 것은 온당치 못하며, 이는 신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라는 입장, 즉 그 말을 작가가 했던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이 근대화되기 이전에는 그런 사고가 지배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작품 내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서양 며느리를 보게 될 때 반대하시면서 이런 사고방식을 담은 말을 꺼내기도 했었다.
  긴 줄거리 요약 없이 딱 이런 내용이야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전체적 내용 파악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읽을만 하고 재밌어서 읽은 적은 별로 없는데, 이 책은 읽기도 쉽고 재밌었다. :) 신선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나약한 인간의 마음이 흘러가는 사랑의 물줄기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사랑은 그 안으로 돌진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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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소멸 - 비인간적인 세계에서 산다는 것
박민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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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만'의 소멸이라는 제목 탓에 사람들이 읽기도 전에 자기 생각대로 책에 대해 해석을 하고 읽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작가는 현대사회에서의 '낭만'의 소멸에 대해 조명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사실은 낭만이 소멸될 수 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숲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사실상 숲의 전체를 조망하긴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우리보다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실을 그려냈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머리 복잡한 것이 싫기도 하고, 아직 깜냥이 덜 되었다고 생각해서 정치, 사회적인 책 읽기를 능동적으로 하지 않았었다. 우리 사회의 정치나 경제 문화에 한 마디 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도 부족했다. 그런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비교적 읽을 만하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것 같다. 반성을 하게 된 부분도 있어서, 그 부분은 고쳐갈 수 있는 계획을 잡기도 했다.
  이 책에도 물론 작가의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사상이 녹아있을 것이다. 비판이 있을 수 있고 책을 읽은 사람마다 평가가 나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권씩 꾸준히 읽어나가며 나의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머리가 나쁜 나로서는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강신주의 책이나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대책이 있기는 한 문제야?'라는 당혹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안고 가야 할 숙제인 것 같고, 나라도 무지하게 휩쓸려가지 않도록 깨어있는 의식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여행이 최고의 낭만 중 하나로 꼽힌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이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미지의 공간을 여행해야만 낭만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첨단 통신 매체들은 흔히 생각하듯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끼어드는 통신 매체가 많아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멀어진다. 통신 매체들은 contact의 수단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intercept의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SNS를 통해 연락하면서 사람들은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자위하지만, 밀려오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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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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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테판 츠바이크의 장편 소설. 인간의 내면 심리, 특히 '연민'이라는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통해 이 작품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 나는 연민이 남의 불행을 먹고 자라는 안 좋은 감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 그렇다면 '연민에서부터 시작된 사랑'이란 말도 어이없는 결론이 나는 걸까.
  사랑, 질투, 분노, 두려움 등의 감정은 확실히 알겠는데, 연민은 조금 애매모호했다. 내가 진짜 누군가에게 연민을 느꼈던 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건 진정한 연민이었는지 아니면 남보다 나은 상태라는 것에 안도하는 나약한 연민이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소설 안에선 상대의 고통에 기꺼이 참여하고 책임지려는 마음 없는 나약한 연민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하며, ...`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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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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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책의 내용과 본문을 수록해서 마치 한밤중에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소곤히 그의 생각을 들려주는 글이다. 그가 쓴 글이 긴 편은 아니지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적당히 부드러운 느낌을 전달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글이 조금 더 길었으면 했고, 연민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감정이라는 그의 글에서 -물론 그의 의도는 알겠지만- 아주 조금 혼란스러웠다. 다음에는 책이 아니라, 영화와 관련된 그의 책을 읽어보려 한다.

 

 

 

"모든 한정은 부정이다." - 스피노자 -

사랑하기 위한 조건을 줄줄이 내걸고 나서야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생활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알고 있는 자에게 하는 충고는 낭비요,
알지 못하는 자에게 하는 충고는 부적절하다." - 세네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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