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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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문화나 일본어의 운율 등 일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이 문장이 빼어나다는 것을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매섭게 추워지는 계절에 이 문장들을 마주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연적으로 글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다.
   글을 읽을 때 스토리를 찾는데 익숙해져서, 책을 읽는 동안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중요한 부분들이 생략된 느낌도 들고, 번역의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의심도 들었는데, 그 정도로 이 책은 아무 것도 의도하지 않은 설국의 풍경만 남겨준 작품인 것 같다. 언젠가 일본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 책이 생각나게 될까. 글의 풍성한 느낌을 오롯이 담지 못한 내 작은 그릇이 조금 안타깝긴 하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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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
신경림 엮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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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바람에 마음까지 버석거리는 때에는, 조용히 시를 한 구절 읽을 일이다. 시에 한 폭의 그림까지 덧대어 있다면, 바라봄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해질 일이다. 그대에겐 어떤 시를 건네야 할까. 시린 손 그대 품에 파묻고 그대의 곁을 탐하고 싶다.

 

 

`그대여 내 상처는 아무래도 덧나야겠네
덧나서 물큰하게 흐르는 향기,
아직 그리워할 것이 남아 있음을 증거해야겠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를 무릅써야겠네
아주 오래도록 그대와, 살고 싶은 뜻밖의 봄날 흡혈하듯
그대의 색을 탐해야겠네`

- 김선우, <도화 아래 잠들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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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들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몰라서 손해 보는 당신의 잘못된 보험가입
조재길 지음 / 참돌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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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에 관한 긴 사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다. 책으로 출판되는 정보이니만큼 안정적이고 변함없는 기본 지식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실제 보험 가입할 때의 요령이라던가 최신 정보를 구하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주식 처음 시작하기 전에 이론서를 읽는 것처럼, 이 책도 보험을 가입해야 할 시점에 미리 읽어두면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보험에 가입한 뒤 읽은 거라 많은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관심 없고 어렵다고 무관심한 상태로 방치한 것을 후회한 계기도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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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그리움 청어시인선 77
이선명 지음 / 청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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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기대 없이 좋은 시 한 편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선택한 책인데,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우수도서 표시가 붙어있었다. 시인의 전문성이나 시의 깊이는 내가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생소한 시들이 그득한 책보단 오히려 사람 냄새도 나고 풋풋하면서 좋았다.

 

 

 

슬픔이 오지 않는 섬처럼 출렁이려 했다
오랜 밤의 못다 한 이야기들
방전되어버린 시선과 / 한 컵의 물처럼 쏟아진 이름
아침을 잊은 달의 수다처럼 / 차갑고 쓸쓸한 하얀 그리움
누군가 울어야 했던 밤
미명처럼 밝아오던 선명한 한 사람의 얼굴
비가 내리지 않는 하늘처럼 푸르고 싶었다
다시 흥건한 그리움의 문을 닫고
쏟았던 물처럼 닦아내는 한 사람의 이름

- `그리움에 문을 열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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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모양을 한 행복
고데마리 루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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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노트북을 보는 사람, 창밖을 보는 사람, 서로 껴안고 키스하는 남녀는 있었지만, 점심 시간 이후의 북적거리는 티 타임의 카페에서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햇빛 내리쬐는 창가에 기대 눈을 감고 그르렁거리는 고양이가 눈 앞에 그려지면서, 어느 순간 내 옆에도 고양이 모양을 한 행복이 와 있을 것 같은 소설이었는데, 마지막 10페이지 즈음엔 책을 잘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아직도 찌잉.

 

 

`다가올 이별을, 우리는 예감하고 있었을까?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흔적이 남기를 바란 걸까?
깊고 날카롭게 파이고 상처가 나길 바란 걸까?
여기에 더, 여기에도 더, 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 사람을 한시도 잊지 않기 위해서.
잊고 싶어도, 한시도 잊을 수 없는......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것은 사랑을 받고, 사랑을 했다는 각인이고, 사랑하고 있다,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아픔을 동반한 감미로운 상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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