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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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빠르게 읽은 책이다. 이번 책도 역시 단편집인데 얼마 전 읽은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있다. 전작은 완전 마이너, 불행의 이야기를 덤덤한 톤으로 읊조려 그에 대한 오묘한 느낌이 있었고 현실을 응시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이번작은 보통의 일상, 평범한 삶 가운데 서서히 파고드는 균열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깨끗한 접시가 어느 순간 금이 가게 되는 순간을, 물끄러미 바라보지 않으면 쉽게 인식하지 못할 그런 균열의 순간들을 그려냈다. 나는 두 작품 다 다른 의미로 매력적이었다.
 이 작품은 비교적 쉽게 읽히는 반면 작품마다 다소 급하게 마무리를 한 느낌이 들어 아리송할 때가 있었다. 그 알 수 없는 마무리와 열린 결말이 단편의 묘미일 수도 있지만,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 더 급한 느낌이었달까.  처음 나온 '구두'라는 단편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진행되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었고,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던 작품은 '파란 책'이었다. :-) 도서관 책 중에 예약 마감이 되있던 책이 흔하진 않은데 사람들도 이 작가의 책을 많이 기대했나보다.

 

 

`벼랑 앞에 서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성실하게 생활을 꾸려가고 순간의 쾌락 대신 인내를 추구한 이들조차 이토록 고단하고 외로운 미래를 맞아야 한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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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김엄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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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미가 없는 게 의미일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책이다. 무의미하게 흘러가고 반복되는 세속의 시간. 아주 덤덤하게 읊조리는 마이너 톤의 글이다. 신경숙 작가 말처럼 스토리도 캐릭터도 개연성도 없어 보이는, 정말 무의미의 끝을 달리는 소설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는 것. 오히려 우리들이 사는 세계와 가장 가까운 모습을 그려내지 않았나 싶다. 소장하고 싶은 책을 찾기 위해 한참 책 검색을  한 후에 산 책인데, 배송 받고 읽기 직전에 비밀독서단에서 방송하는 걸 봤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ㅎ 어쨌든 난 아주 흥미롭게 술술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기도와 식도'라는 제목의 단편이 좋았다. 아주 덤덤하게 묘사되는 끔찍한 비극. 내 취향도 참 이상스럽다. ㅎㅎ

 

 

`그는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을 때마다 괜찮다고 대답할 정도로 괜찮았다. 그는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할 만큼 괜찮았다. ... 그는 바다에 가기로 결심했다. 바다에만 다녀오면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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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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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의 출간 전 홍보 자료를 봤을 때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른다. 당장 사서 읽고 싶었다. 그런데 실제로 책을 접해보니 기대치보다는 실망한 부분이 있었다. 일단 글 자체 흐름이 조금 울퉁불퉁하고 (딱 기자의 글 같긴 하다.) 생소한 사람이 나왔을 때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을 줄일 방법이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 딱 덮으니 탐독이라는 책 제목이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다. 썩 맘에 들진 않지만 이렇게가 아니면 달리 어떻게 잘 옮기겠어, 싶기도 해서 작가의 심정을 이해하기도 했다.
 그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설가 정유정 님의 부분이었다. 그녀가 고른 책은 잘 몰라도 그녀의 이야기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많이 알고 친숙한 느낌을 받은 건 소설가 김영하 님 부분이었지만, 정유정 님은 그동안 잘 알지 못해서 더 새로웠던 것 같다.
 내 인생의 책에 대해 누가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책을 통해 내가 조금씩 유연해지며 변하는 것 같다고 느끼기엔 독서량이 현저히 적은 것 같아서 앞으로 더 열심히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

 

 

`감정을 객관화해서 받아들일 것.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격하게 반응하지 않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시선을 만들어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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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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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비밀은 쓸데없는 것과 농담에 있다'는 말이 책에 크게 적혀있다. 이런 김중혁 작가의 가치관과 비슷한 말을 분명 예전에 엄청난 대문호가 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어쨌건 예전 같았으면 이런 작가의 인생관이 참 이상하다고 여겼을 텐데, 지금은 조금 맞는 말 같기도 하고 그렇다.
 산문집의 제목처럼, 참 가볍고 의미 없는 글들이었다. 쓰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뭐라도 나오겠지, 마치 이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난 이런 스타일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긴 한데, 이젠 그만의 '될대로 되라' 방식을 인정하고 싶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이렇다면 조금 곤란하겠지만, 김중혁 작가는 가벼우면서도 은근한 꾸준함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조금 멋있게 보이기도 한다. 풀풀 날리는 듯한 글들도 은근히 정제되어있어 읽기가 쉽다. 이런 글쓰기는 쉽게 보여도 보이는 것만큼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편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책이되, 읽고 나면 뭐가 바뀌었는지도 모를 만큼 바뀌게 되는 게 그가 생각하는 좋은 글, 좋은 책이라고 했다. 작가는 자신의 방식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나도 왠지 그에게 당한 것 같다. 이 제멋대로의 작가 글이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왠지 싫지 않다. 희한한 일이다.
 아, 소설가 김연수 님의 추천사가 마음에 든다. 김중혁은 빈 수레의 삶을 지향한다. 공수래공수거.. 이런 게 아니고 항상 요란하니까. ㅋ 그렇게 쓰고 맨 마지막엔, '뭐라도 건지겠지.'라고 쓰셨는데 그게 참 웃겼다. ㅎㅎ 그래, 뭐라도 건지겠지. 뭐라도 되겠지. :-)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길로 가는 게 어때서. 그래, 그럴 수 있지. 좋은 경험을 했으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 스턴트맨 일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 수도 있지. 왜냐하면 젊음이란 건 조금은 낭비되어도 상관없을 만큼 넘치고 넘치는 것이니까. 길을 잘못 들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도 `어랏, 아직도 시간이 남았네`라고 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 우리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은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실패는 아주 작은 실패일 뿐이다. 스무 살 때 그걸 알았더라면 좀 더 많은 실패를 해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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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제12회 '천상병 시상' 수상작 창비시선 310
송경동 지음 / 창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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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책을 뒤로 하고 시읽기에 몰두하였다. 세 권을 한꺼번에 빌려오지만, 그 무게는 절대 가벼울 리가 없으니 나는 다시금 시에 빠져 허우적댄다. 마음이 무거워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시는 새로웠다. 아픈 시를 읽을 땐 나도 아팠다. 그래도 마음이 따뜻했다. 사회의 아픈 부분을 보고 먼저 아파하고 그 무게를 짊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해질녘 영등포역 앞/ 무슨 판촉행사 줄인가 싶어 기웃거린 텐트 안/ 시루 속 콩나물처럼 선 채로/ 국밥 한 그릇 뚝딱 말아먹는 노숙인들 긴 행렬 속에/ 끝내 내가 서보지 못한 직립의 시가 있다// 고등어 있어요 싼 고등어 있어요/ 저물녘 "떨이 떨이"를 외치는/ 재래시장 골목 간절한 외침 속에/ 내가 아직 질러보지 못한 절규의 시가 있다/ 그 길바닥의 시들이 사랑이다` - 송경동, `가두의 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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