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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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을 옮겨놓고 보니 뭔가 두 가지 내용이 모순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그 두 가지 내용이 내가 가장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던 문장이었다. 역시 사람은 상처받지 않을 만큼 강하고도 싶고, 모든 걸 다 내던질 수 있을 만큼 열정적이고도 싶은가보다. 적어도 나는 그런가보다.
 글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익숙했던 건 동명의 영화를 아주 오래전에 봤었기 때문일 것 같다. 자극적인 것들이 마냥 신기했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때였던 것 같다. 흐릿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받아들이긴 다소 난해했던 느낌만 기억난다.
 책은 쉽게 읽었다. 짤막한 글. 내가 너무 어른이 되버린 걸까. 스무살 연상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만 듣고 느껴졌던 거북함이, 신기하게 책을 읽으면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않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걸까. 그게 섹스든 사랑이든 말이다. 갑자기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사랑이 아니라 집착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타오르는 불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태우지 말고 그저 조용히 잘 지낼 수는 없을까, 하고 바래본다. 그러나 심장이 불타오르고 있지 않다면 살아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정이라고도 사랑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 없는, 유리에 대한 애틋함이 나를 몰아붙였다. 이유도 모른 채 열정적이었다.‘

‘할 수 있는 배려를 하면서도 강한, 갑자기 혼자가 되더라도 아무렇지 않을, 강한 마음을 지닌 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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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진짜 재무제표 보이는 책 - 구구절절 설명 없이 꼭 필요한 핵심만 전달
유흥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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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에서 몇몇 큰 출판사 소식을 받아보고 있다. 그럼 내가 직접 좋아요를 누른 출판사 소식이 아니더라도 알음알음 꽤 많은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 위즈덤하우스의 이 책도 그렇게 알게 되었다. 물론 독서용 책은 아니지만, 이렇게 깔끔한 설명으로 쉬운 책은 처음이라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사실은 대충 훑어보면 굳이 살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로 그림 반 큰글씨 반 여백 반으로 구성된 책인데,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쉽게 설명이 되어있다. 이런 방면으로 이해도가 떨어지고 지식이 1도 없는 내겐 너무 좋은 책이었다. ㅠ 책 내부를 간단히 사진으로 보여주며 책을 소개했었는데, 그렇게 조금만 봐도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찾아볼 정도였다. 그리고 당연하게 좋은 평점도 받고 있었다. 유흥관 회계사님과 위즈덤하우스 덕분에 쉽게 재무제표를 이해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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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어나더커버 특별판)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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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좌측 상단에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적힌 글을 자주 쳐다보게 된다. 분명 이 책을 읽는다고 하면 그 여섯 글자 혹은 '페미니즘'이라는 네 글자를 보고 이상한 시선을 던지는 사람도 꽤 많을 거라 생각된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이렇게 어려운 이름을 걸고, 마음의 큰 준비를 하고 사람들 앞에 내놓아야 하는가. 그것이 제일 마음이 아팠다.
 익숙하고 재미있는 류의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왠지 아는 이야기 같고, 내 이야기 같았고, 어쩌다 들어본 친구 이야기 같았던 현남오빠에게부터 시작해서, 잘 이해가 안되는 낯선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래도 발문으로 적힌 이민경 님의 글처럼, 이런 이야기들이 점점 더 힘을 받고 강해지고 익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자로 사는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 별일 아니라고,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자주 의심합니다. 저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믿지 않지만 또 절대 불가능한 결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조남주, ‘현남오빠에게‘ 작가노트 중

‘그러므로 이어 쓰고
거꾸로 쓰고
새로 쓰고
다시 쓴다면
아직은 낯선 글들이 쌓이고 다져져 새로운 땅을 만들어줄 것이다.‘
- 이민경, ‘여성의 이야기에 오래 머무른다는 것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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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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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런 글을 쓸까...... 참 좋다. 감탄스러우면서도 그녀가 그려낸 모습들이 이내 마음이 아프고, 그로 인해 슬프기도 하면서 위로도 받게 된다. 어마어마하다.

 

 

‘저는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이사를 하고, 열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두어 명의 남자를 만났어요. 다만 그랬을 뿐인데. 정말 그게 다인데. 이렇게 청춘이 가버린 거 같아 당황하고 있어요. 그동안 나는 뭐가 변했을까. 그저 좀 씀씀이가 커지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물건 보는 눈만 높아진, 시시한 어른이 돼버린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이십대에는 내가 뭘 하든 그게 다 과정인 것 같았는데, 이제는 모든 게 결과일 따름인 듯해 초조하네요. 언니는 나보다 다섯살이나 많으니까 제가 겪은 모든 일을 거쳐갔겠죠? 어떤 건 극복도 했을까요? 때로는 추억이 되는 것도 있을까요?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는데. 다른 친구들은 무언가 됐거나 되고 있는 중인 거 같은데. 저 혼자만 이도 저도 아닌 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져요. 아니, 어쩌면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요.‘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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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박연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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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이 대단한 작품. 너무 읽고 싶어서 오래 고심하다 구입했던 책이지만, 그 깊은 농도에 빠져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 이름만 듣고 남자인 줄 알았는데, 글을 읽으면서 계속 알쏭달쏭하다가 여자인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지금 알았지만) 장석주 시인의 아내라고 한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옮긴 두 번째 단락의 문장은 내 카카오스토리 배경화면에 담긴 글귀이다. 처음 이 부분을 읽게 되고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아직도 여전히 좋다. 그녀의 감성은 내가 감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가끔은 책을 계속 이어서 읽기 힘들 만큼, 깊고 또 좋다.

 

 

‘사랑했던 것 같아. 달리 할 말은 없어.‘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사람을 일컬어 "한밤중에 펼쳐진 책"이라고 했다는데, 나도 당신도 서로의 밤에 침입해 어느 페이지부터랄 것도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열렬히 서로를 읽어나간 거겠죠. 내게는 사랑에 대한 첫 독서가 당신이란 책이었고, 행복했고 열렬했어요. 어느 페이지는 다 외워버렸고, 어느 페이지는 찢어 없앴고, 어느 페이지는 슬퍼서 두 번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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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3-1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작품을 그리 오래 품고 기억하고 추억하는것.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