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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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한낮의 연애'로 많이 알려진 김금희 님의 신작. 난 어느새 그녀를 지켜보게 되었고, 그녀의 성장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적정한 온도의 따뜻함과 적당한 밀도의 무게감, 그리고 섬세함이 있었다. 이번 신작은 예전처럼 단편의 묶음이었지만, 습작생들도 손쉽게 쓸 수 있는 사랑 얘기나 보통의 현실 이야기를 너머  이제 소설가로서의 위치와 무게를 잡아나가는 듯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너무 한낮의 연애'를 내 목소리로 녹음해서 블로그 이웃님께 들려드린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원래의 취향과 다르게 이번에 내 마음을 끈 이야기는, 다소 정돈되지 않은 문체로 읽기가 어려웠던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전하고 싶었던 따스함이 그대로 전달됐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기분이 조금 오묘했다. 나도 그녀도 조금씩 성장하며 변하고 있는 거겠지. 아마 그래서 그럴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그녀의 성장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응원할 것이다.

 

 

‘행복했을까, 며칠에 한 번씩 웃었을까, 혹은 울었을까, 누구를 그리워했을까, 혹시 나를.‘

... 비가 와서 차창이 돋아난 물방울로 가득 찬 날에 나는 영건이에게 앞으로 어떤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아? 하고 물었다. 누군가에게 불쑥 사랑에 대해 묻는 건 누구나 아는 교본대로 일정한 탐색 용이었고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영건이는 불쑥 나는 아무래도 어딘가 상한 사람들만 사랑하게 될 것 같아, 라고 대답했다. 나는 ‘상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가리키는 어려움이나 고난의 상태가 의외라서 뭐라고? 되물었다.
"마음이나 몸에 큰 상처가 있는 그런 사람."
"왜?"
"그냥 그런 느낌이야, 그럴 것 같은."
"하기는 현대인은 다 실존의 불안 같은 게 있으니까, 다들 아픈 거나 마찬가지지."
나는 어떻게든 영건이의 그 말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무거움을 덜어내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지만 영건이는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말 말 그대로 상해 있기도 해. 그래서 이런 노래가 필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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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3-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한주의 첫 월요일 아침이네요.
맛있는 커피가 아닌 밍밍한 커피로 시작한 아침이지만, 나쁘지 않네요.
소설은.. 때로 그저 삶의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여서 지루하고 익숙해 아무런 느낌도 없다가,
바로 그 삶의 이야기여서 깊게 다가오고 공감이 커지나 봅니다.
삶에 직설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그 것.
요즘 오디오 북이 인기라던데.. 이미 오래전 저는 최고의 오디오북을 읽었습니다ㅎ
삶에 어떤 식이로든 공유 점이 생긴 사람들.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준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milibbong 2019-03-14 23:13   좋아요 0 | URL
커피맛은 언제쯤 나아질까요... 내일은 조금 괜찮아졌으면 하네요 ^^ 내일은 금요일이니까요.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작가 : 서유미

    출판사 : 창비

    출판년도 : 2018. 7. 20

 

 

 

 

 

 

 

  벌써 서유미 작가의 책을 들은지 세 번째다. 한 편의 책을 출간했다면, 젊은 작가에게 그 이후의 길은 그다지 잘 보장되지 않을 터. 그녀는 그 멀고 거친 길을 꾿꾿이 걸어온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책에서는 정말 전작과는 다른 느낌의 깊은 감동도 느꼈던 것 같다. 훌륭한 작가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오셨고, 그 결과물이 좋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너무 행복해졌었다.

  나는 슬프고 소시민적인 절망에 공감하며,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김애란 작가도 좋아하고, 그런 통찰력을 가진 작가들을 사랑한다. 서유미 작가님도 이번 작품에선, 마치 김애란 님이 그랬던 것처럼, 묵직하면서도 무심하게 사람을 툭 건드리는 감동을 전달해주셨다. 너무 좋았다. 


  이야기를 집중해서 읽지 못하고 읽고 나서도 바로 잊어버리는 나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란 작가는 처음으로 작품의 느낌을 이미지로 전달해준 사람이었다. 책을 덮은 이후에도 꾸준히 책의 이미지와 느낌이 생각나는 것. 강렬함을 선사한다는 것이 훌륭한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구나, 를 그때 깨달았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도 (비록 단편이지만) 읽고 바로 흘러나가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하나하나 다 기억에 남고 느낌이 남는 이야기들이었다. 

  달콤한 향과 기분좋은 느낌이 전달될 것 같지만 쇼윈도에서 바라만 보는 케익, 혹은 사자마자 바로 떨어뜨려 망가져버린 케익같은 삶을 이야기해주는 '에트르', 생존을 위해 개가 된 것 같은, 담배불로 짓이겨져도 다시 음식을 눈앞에서 흔드는 사람에게 달려갈 수 밖에 없는 삶이 그려진 '개의 나날', 너무 일상적이어서 일상적인지 일상적이지 않은건지 구별도 어려운, 은근한 균열이 조금씩 벌어지는 그 일상을 그려낸 '휴가', 삶의 갑작스런 추락, 변화, 삶이 내던지는 뒷모습을 갑자기 맞닥들이게 된 당혹감이 그대로 실려있는 '뒷모습의 발견', 일부러 상상할 필요 없었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행복과 평화와는 다른 모습의 삶, 그리고 그런 삶이 일상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지나감을 그려낸 '이후의 삶',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딸에서, 엄마로, 딸이자 엄마로 그 간극 속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그려진 '변해가네'


  어느 한 작품 하나 버릴 만한 것이 없었다. 참 재밌게 읽었고, 우울하고 어두웠던 삶의 한 편에서 짧게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모두 이렇게 살아, 이런 모습들도 있어, 그렇지만 모두 무너지는 건 아니야, 다시 일어설 수 있어, 마치 그런 얘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읽으면서 내내 고마웠다. 좋았다.         

 


  책을 읽는 동안에만 잘못 살아왔고 잘못 살고 있다는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책 속의 인물만이 현실의 나를 소리 없이 다독거렸다.

  여기 너와 같은 사람이 있어. 이게 나의 실패고 진짜 얼굴이야.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게 내가 책을 읽는 이유였다.
                                                                   - 「변해가네」

 


그러나 밤의 결심은 아침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낮의 후회만을 몰고 왔다. 밤의 나는 아침의 나를 증오했고 낮의 나를 겨우 견뎠고 밤을 두려워했다. 시간은 의미 없이 흘러가 해는 금세 저물었고 쉽게 밤이 되었다.

"돈이 뭔지 모르겠어요."
나는 돈이 많아 넓은 집에서 편하게 살 수 있는 남자가 부러웠다.
"많은 걸 편하게 만들지요. 사람을 외롭게 만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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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3-1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뽕님 덕분에 찾아 읽게된 소설입니다.
서유미님의 다른 소설도 찾아서 읽어봤어요ㅎ. 워낙 소설을 잘 안읽기도 하고 저에게는 딱히 스탈이랄게 없지만.. 뽕님 덕분에 조금씩 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ㅎ

milibbong 2019-03-14 23:15   좋아요 0 | URL
너무 감사한 말씀이네요. ^^ 저도 좋아요...
 
B급 며느리 - 난 정말 이상한 여자와 결혼한 걸까?
선호빈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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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식을 들었을 때 내용도 모르고 제목도 이상하고 뭐가 이렇게 허접한 영화가 다 있나 생각했다.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아서 눈을 딴데로 돌렸는데, 알음알음 보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았다. 당연히 내가 소식을 받은 곳은 서점이었다. 대형서점 매대 위에 떡하니 B급 며느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흐음. 요새 '개인'의 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그런 시대의 고백들이 많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고, 당연한 행동이고, 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것인데, 왜 그동안은 이런 고백을 꿈조차 꿀 수 없었을까. 왜 며느리가 잘못했고, 왜 분수니 뭐니, 주제니 뭐니, 감히라는 말이 나오며 그렇게 대역죄인이 되었어야 했을까.
 사랑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듯이, 모든 것에는 다 적합한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도 모든 것이 딱딱 맞아서 다 아름답게 해결되는 시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그 시대를 열어가는, 그 시대의 흐름이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믿는다. 아름다운 변화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기를 소망해본다.
  영화는 이제 볼 생각이다. 영화가 어떤 모습일진 모르겠지만, 나름 준비 운동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멋졌다. 읽는 내내 깔깔대고, 슬퍼했으며, 어떡해... 하며 마음 아파했다. 세상 모든 며느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정말 그들 마음에 광풍이자 단비가 되었을 것 같다. 사적 다큐멘터리. 심각해지는 고부갈등 속에서 영화감독으로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는 표현을 보자마자 내 얼굴이 일그러졌던 걸 아직도 기억한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하며 어이가 없었다. 아무 상관없는 나조차도 그랬으니 이 다큐와 책이 나올 때까지 가족들, 특히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까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남편은 남편만의 방식으로, 그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력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멋졌다. 그들 부부를, 그리고 우리 시대의 부부들을 응원하는 바이다.

 

 

"싫어요."
이 말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사람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는 김진영의 방식이다. 어른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마음에 없는 말로 둘러대는 나와 달리, 진영이는 그들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김진영의 방식은 피곤하다. 대충 넘어갈 일도 난장판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나처럼 문제를 회피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서로에게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김진영의 ‘직설‘이었다.
"싫어요."
나는 이제 이 말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감독으로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구성했다. 하지만 ‘며느리‘라는 부조리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의 진폭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 여자, 며느리, 아내,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잔인한 것인 줄은 몰랐다.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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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책 삼인 시집선 1
유진목 지음 / 삼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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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깊은 감성의 시가 꾹꾹 눌러 담겨있다. 오래전 우연히 '잠복'이란 시를 처음 만났을 때, 몇 번을 곱씹으며 되뇌었던 것 같다. 그때 함께 새겨진 유진목 시인의 이름. 시를 읽는데 눈물이 고이는 건, 비단 나의 일만은 아니겠지. 그녀가 담아낸 사랑의 무게가 무거우면서도 기껍다. 참 감사하다.

 

 

불행한 사람에게 어떻게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엄중히 처벌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같은 것 말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런 말을 공연히 내뱉은 겁니다 사회가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한 것도 수많은 죽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음에 빚을 지고 살고 있습니다
- ‘밝은 미래‘ 중 발췌

비가 온다 여보

당신도 이제 늙을 텐데 아직도 이렇게나 등이 아름답네요

검고 습한 두 개의 겨드랑이

이건 당신의 뼈

그리고 이건 당신의 고환

기록할 것이 많았던 연필처럼
여기는 매끄럽고 뭉툭한 끝

어떻게 적을까요

이불 한 채
방 한 칸

갓 지은 창문에 김이 서리도록 사랑하는 일을

- ‘잠복‘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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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3-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사랑할 수도 .. 그런 사랑을 상상해 보지도 못할 수도 있겠죠..
뭐가 되었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또 그만큼의 아픔이 주어진다해도 행복할까요..

milibbong 2019-03-14 23:14   좋아요 0 | URL
아마 아프더라도 다른 이름의 아픔이 아닐까 싶네요. 감수하고 싶은 아픔.. 그래도 행복한 아픔...
 
쉘 위 카마수트라 1 - 지금 하고 싶어… 너랑!
김민조(민조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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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말은 왜 그렇게 자극적일까. 책 우측 상단에 빨갛게 표시된 마크는 내가 금지된 책을 읽고 있다는 묘한 희열을 주는 것 같다. 근데 실제로 책을 열어보면 기대만큼(?) 크게 자극적이지는 않다. 19세 미만의 서적을 보며 가슴 떨려하기엔 나이를 너무 많이 (한 두배쯤?;) 먹어서 그런건가 하며 기분이 씁쓸했다.
 이 책은 민조킹이라는 작가가 저스툰이라는 만화 플랫폼에 연재하는 성인만화를 출판한 것이다. 제목에서처럼 유명한 카마수트라라는 경전을 작가 버전 및 한국 스타일로 바꾼 것이고, 그녀가 겪은 일화들을 말하며 여러가지 체위 소개도 해주고 있다.
 사야할 책들이 여러권 있었는데 그것들은 미뤄두고 왜 이 책을 먼저 샀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궁금했었는데 (혹시 모르던 꿀팁이라도?) 웹툰처럼 가볍게 휙 읽을 수 있었고, 연인에게 선물하면 좋은 책이라고 나오긴 하는데 이제 시작하는 어린 연인들에겐 왠지 신선한 자극이 될 것 같긴 했다. 나에게는 그닥...ㅋ

 


‘사랑의 기교란 남성 혼자만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여성 또한 감각적인 쾌락이 주는 최대한의 환희를 경험해야 하며, 오히려 남성이 자신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더 앞서 있어야 한다.‘ - 카마수트라 -

‘그는 넉넉한 크기와 길이의 것을 지녀야 한다. 그의 성기는 여성의 협곡 끝까지 도달하여 구석구석 꽉 채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남성이 여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얻을 것이다.‘ - 카마수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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