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책 삼인 시집선 1
유진목 지음 / 삼인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사랑하는 깊은 감성의 시가 꾹꾹 눌러 담겨있다. 오래전 우연히 '잠복'이란 시를 처음 만났을 때, 몇 번을 곱씹으며 되뇌었던 것 같다. 그때 함께 새겨진 유진목 시인의 이름. 시를 읽는데 눈물이 고이는 건, 비단 나의 일만은 아니겠지. 그녀가 담아낸 사랑의 무게가 무거우면서도 기껍다. 참 감사하다.

 

 

불행한 사람에게 어떻게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엄중히 처벌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같은 것 말입니다 혼자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런 말을 공연히 내뱉은 겁니다 사회가 개인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자각을 하기 시작한 것도 수많은 죽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음에 빚을 지고 살고 있습니다
- ‘밝은 미래‘ 중 발췌

비가 온다 여보

당신도 이제 늙을 텐데 아직도 이렇게나 등이 아름답네요

검고 습한 두 개의 겨드랑이

이건 당신의 뼈

그리고 이건 당신의 고환

기록할 것이 많았던 연필처럼
여기는 매끄럽고 뭉툭한 끝

어떻게 적을까요

이불 한 채
방 한 칸

갓 지은 창문에 김이 서리도록 사랑하는 일을

- ‘잠복‘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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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3-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사랑할 수도 .. 그런 사랑을 상상해 보지도 못할 수도 있겠죠..
뭐가 되었든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또 그만큼의 아픔이 주어진다해도 행복할까요..

milibbong 2019-03-14 23:14   좋아요 0 | URL
아마 아프더라도 다른 이름의 아픔이 아닐까 싶네요. 감수하고 싶은 아픔.. 그래도 행복한 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