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며느리 - 난 정말 이상한 여자와 결혼한 걸까?
선호빈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영화 소식을 들었을 때 내용도 모르고 제목도 이상하고 뭐가 이렇게 허접한 영화가 다 있나 생각했다. 취향에 안 맞을 것 같아서 눈을 딴데로 돌렸는데, 알음알음 보는 사람이 생긴 것 같았다. 당연히 내가 소식을 받은 곳은 서점이었다. 대형서점 매대 위에 떡하니 B급 며느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흐음. 요새 '개인'의 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많아졌고, 그런 시대의 고백들이 많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고, 당연한 행동이고, 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것인데, 왜 그동안은 이런 고백을 꿈조차 꿀 수 없었을까. 왜 며느리가 잘못했고, 왜 분수니 뭐니, 주제니 뭐니, 감히라는 말이 나오며 그렇게 대역죄인이 되었어야 했을까.
 사랑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듯이, 모든 것에는 다 적합한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도 모든 것이 딱딱 맞아서 다 아름답게 해결되는 시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그 시대를 열어가는, 그 시대의 흐름이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믿는다. 아름다운 변화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기를 소망해본다.
  영화는 이제 볼 생각이다. 영화가 어떤 모습일진 모르겠지만, 나름 준비 운동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멋졌다. 읽는 내내 깔깔대고, 슬퍼했으며, 어떡해... 하며 마음 아파했다. 세상 모든 며느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정말 그들 마음에 광풍이자 단비가 되었을 것 같다. 사적 다큐멘터리. 심각해지는 고부갈등 속에서 영화감독으로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는 표현을 보자마자 내 얼굴이 일그러졌던 걸 아직도 기억한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하며 어이가 없었다. 아무 상관없는 나조차도 그랬으니 이 다큐와 책이 나올 때까지 가족들, 특히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까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남편은 남편만의 방식으로, 그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력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멋졌다. 그들 부부를, 그리고 우리 시대의 부부들을 응원하는 바이다.

 

 

"싫어요."
이 말은 건방져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사람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는 김진영의 방식이다. 어른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마음에 없는 말로 둘러대는 나와 달리, 진영이는 그들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김진영의 방식은 피곤하다. 대충 넘어갈 일도 난장판이 되고 만다. 하지만 나처럼 문제를 회피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서로에게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김진영의 ‘직설‘이었다.
"싫어요."
나는 이제 이 말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감독으로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구성했다. 하지만 ‘며느리‘라는 부조리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의 진폭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 여자, 며느리, 아내,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잔인한 것인 줄은 몰랐다.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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