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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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받아들고 제일 처음 받은 느낌은 '망했다' 였다. 얼핏 아련한 여자의 뒷모습처럼 보이는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 선택했는데 실제 책의 두께가 너무 두꺼웠다. 나는 도저히 못 읽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반전이었다. 처음 책장을 펼친 이후로 때로는 낄낄 웃기도 하며 따뜻한 이야기들에 너무 소중한 느낌이 들어서 책을 감싸안고 읽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남의 이야기에 큰 흥미가 없는 편이다. 그게 고민거리가 되기도 했을 만큼 말이다. 일간 이슬아도 이슬아가 이슬아 본인과 이슬아의 주변 사람에 대해서 쓴 글이다. 마치 일기처럼 일간으로 매일 발행하며 독자들에게 쓴 글이었고 그걸 몇 달치를 모아 출판한 책이었다. 그러니 내가 책에 관심이 생기지 않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실제론 거의 한 달을 넘게 책을 붙잡고 아주 천천히 읽어냈다.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이 책이, 이 작가가, 이 작가의 친구와 애인과 가족들이 꽤 감동적이었다. 내가 이 책을 잘 읽어냈다는 사실보다 조금 더 큰 찡함이 있었다. 꾸준함, 소박함, 행복, 단란함, 단단함, 열정, 나눔, 노력, 가치, 깊이, 용기... 어떤 말을 붙여야 할까. 이 책이 하나의 감동이 된 건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이 참 바르고 사랑스럽다는데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이야기를 이렇게 열심히 다듬어서 기록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얘기다.
 매일의 일상은 늘 우리곁에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상의 일들을 읽을 가치가 있는 글로 적어내는 건 무척 어려운 일. 책을 읽으면서부터 느꼈지만, 난 이 작가가 정말 많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녀에게 멋진 응원을 보내고 싶다. 진심으로! :D 

 

 

‘말실수하지 않게 해주세요. 모르는 것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부주의하게 판단하지 않게 해주세요. 빈말을 줄이게 해주세요. 안 웃긴데 일부러 웃지 않게 도와주세요. 안 좋은데 좋다고 말하지 않게 해주세요. 제 어리석음으로부터 저를 지켜주세요.‘ - 화살기도

‘어떤 혐오도 없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을까. 무해한 말들로 이루어진 좋은 이야기, 그러면서도 무지 재밌거나 슬프거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해본다.‘ - 견딜 수 없는 대사들

‘돈이 없어서, 혹은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서, 혹은 돈도 시간도 없어서, 혹은 돈도 시간도 있는데 마음이 없어서, 혹은 마음이 있긴 있는데 엇갈려서, 우리는 행복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에 자주 실패해. 내 맘이 당신 맘과 다르고, 자꾸 눈을 피하고, 우린 서로 모르고, 그게 제일 그렇지 뭐. 그 밖에 수많은 이유들로 쉽게 언해피아워를 보내. 행복이라는 희귀한 순간이 얼마나 우리 손에 잘 안 붙잡히는지 붙잡았다가도 어느새 달아나 있고 의도치 않은 순간에 습격해서 놀래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해피같은 말에 딱히 집중하지 않게 된 지 오래야. 이제는 그저 아워를 생각해. 섣부른 기대와 실망 없이 의젓하게 시간을 맞이하고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까. 평생 못 될 것 같지만 말이야.‘ - 해피아워

‘하지만 산다는 건 아주 외로운 일이란다. 오늘처럼 네가 와주는 날은 이렇게 좋지만, 네가 다시 떠나고 나 혼자 집에 남으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외로워.
그 앞에서 하마는 말을 잃게 된다고 한다.
나는 하마 옆에 누워 하마의 미래를 생각해본다. 노인이 된 하마의 모습은 열심히 상상해보아도 아직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하마 역시 산다는 건 아주 외로운 일이라고 언젠가 말하게 될까.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외롭다는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까.‘ - 도란도란

‘우리는 타인을 만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나. 우리 일상에 남이 앉을 자리라는 것은 얼마큼인가. 만나서 마주 앉아 이야기해도 진짜로는 안 만나지는 만남도 많은 것 같았다. 누구의 마음에나 용량의 제한이 있고 체력의 한계도 있고 관계 말고도 애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 어떤 드라이브

‘하마랑은 온갖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만 우리는 가끔 아무 말도 안 한다. 말 없이 딴짓을 할 때도 있고 말 없이 서로를 볼 때도 있다. 불안하지 않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자연스레 드나들기까지 그간 많은 언어가 필요했다. 언어가 잘 만나졌던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말을 하지 않을 용기를. 어느 순간 아무 말 안 하고도 우리는 너무 괜찮을 수 있다. 가끔 사랑은 그런 침묵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기도 한다.‘ - 고요의 에너지

‘우리는 가족이어도 서로의 마음 속에 어떤 지옥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다. 잘 지내는지, 아프거나 슬프지는 않은지 궁금해하면서도 다 물어보거나 다 말해보지 못했다. 오랜만에 만나 긴 이야기를 하면 새삼 놀랄 뿐이었다. 그랬구나, 세상에, 그런 일이 너에게 있었구나, 하고 몇 발짝 늦게 알아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마음을 다해 듣는대도 대부분의 문제들은 철저히 각자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 축하와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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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11-19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뽕님^^
이번에는 뽕님의 길었던 글의 행간때문에 아니라, 저 때문에 더 반가워요.
10월말부터 머언 .. 곳으로 출장을 와서 지내고 있어요. ( 잠깐 일주일 한국에 다녀오긴 했지만 )
태평양을 건너.. 계절이 지나는 하늘을 . 그 하늘을 날아서.. 왠지 시차가 바뀌듯.. 가을의 시간을 뒤에 두고 겨울로 날아온 것 같은 나날들 입니다.
다음주에는 돌아가는데, 저의 잃어버린 가을은 이제 어디서 찾죠?ㅎㅎ
단순히 뽑아낸 조각 글들을 봐도, 뽕님의 감성들이 뭍어나서 좋아요. 맴돌았지만 꺼내지 못했던 단어와 말들.. 아.. 하면서 공진하고 와 닿고.
뽕님의 그 즈음 하늘은 어떠셨나요.. 많은 말이 없고 안부를 다 묻지 못해도.. 늘 그런 저런 그래도 잘 지내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마음을 담아.. 감기조심하세요 뽕님.

milibbong 2019-11-23 21:32   좋아요 0 | URL
두부님! 어머... 타국에 나가 계시는군요... ;)
와... 타국에서도 어마어마하게 바쁘게 지내고 계실것 같아요.
따로 편찮으시거나 불편하신 곳 없이 잘 지내고 계신거죠?
챙겨서 들여다봐주시고 잊지 않고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가을과 겨울 사이의 한달을 꼬박 나가계시겠네요 ㅎ
음... 타국에서의 두부님의 일상과 소소한 발견들이 더 궁금해지네요~
저의 다음 글은 또 언제가 될런지... ㅠㅠ 하하 ㅎ
그래도 내일은 오랜만에 서점 나가보려고 챙겨봐야 할 책 목록을 정리하고 있었네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이 비우기로 작정한 일요일이지만 그래도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느낌으로~ ㅎㅎ 전 채우려 노력할테니 두부님은 바쁜 와중에 한걸음 멈춰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보내시길 바랄게요 ㅎ 마무리 일정까지 몸조심히 잘 챙기시고... 들어오셔서 반가운 소식 전해주시어요 ^^* 감기조심하시구요~ 제 선물은 안 챙겨오셔도 되요 ^^*// (꺄핫)

artcode 2019-11-25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걱정 덕분에 잘 다녀왔어요ㅎ 금욜에 들어왔는데.. 그 한달이.. 진짜 가을을 두고 갔다 온 것 같아요ㅠ 뽕님은 감기 조심히 잘 지내구 계신거죠? 블로그는 쓰시는지ㅎㅎ 저도 한번도 안들어가봐서 시간되면 함 들가볼까 생각중이랍니다. 갈수록 일은 치이고. 하고픈것들은 아직 저기 어디쯤 있고.. 또 한 해가 저가는데 어쩌죠?>< 뽕님의 따뜻한 차한잔. 여유와 생각들 채우고 여기루 좀 공유해 주세요ㅎ 또 한 주 좋은 시작이시길 바랍니다 :)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송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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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단편소설이었다. 송지현 작가의 이름으로 이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단편소설들이 쌓여서 책이 되기까지의 이 지난한 여정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무명일테고, 여전히 이마트 시식코너나 카페 같은 곳에서 생계를 위한 일들을 하겠지. 소설의 이야기보다 이 현실의 이야기가 마음에 조금 더 남는 건 왜일까.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닌데. 들을 때마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나는 이렇게 그들의 열심을 읽고 있는데...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 
 그래도 그녀가 내게 선물해준 이야기들은 신선했다. 작가로서의 무게가 잡혀가기 전 여러 이야기들을 시도할 때의 느낌, 창의성 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리 밝지 않은 현실을 소박하고 털털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랄까.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바삭) 
 난 다른 작가들이 그녀의 책에 써준 추천사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녀는 여러모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리 소소한 삶의 모습을 잘 담아주는 작가로 오래 남아주며 성장해나가길 응원해본다.

 

 

"어쩌면 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바삭하고 건조해지는 것 말이야."

사실 불행해지는 것도 행복해지는 것만큼 어려운 거거든.

어쩌면 불행하다거나 죽는다는 것 자체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 누구나 죽으니까. 음, 그러니까......
그다음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머릿속을 빙빙 도는 그 문장을 잡느라 나는 한참 말도 없이 눈만 굴려야 했다.
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어떤 존재감이 중요했던 거 아닐까.

잘 산다는 건 어쩌면 더 완벽히 지겨워지기 위한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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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9-05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아침저녁 다른 계절을 살짝 만나고 오는 듯한 날들입니다. 이 작가분 글도 (당연히) 읽어보지 못했지만 뽕님의 느낌이 글을 타고 공감됩니다. 밥 버는 일이 사는 것이라면 극소수의 행운을 갖지않은 대부분의 우리는 생계와 꿈 어디쯤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소중하다 말하면.. 너무 티나는 위로 일까요. 가을색은 많이 느끼시구 감기는 멀리하세요^^..

milibbong 2019-09-05 21:56   좋아요 0 | URL
^^ 가을 장마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이네요. 전 시원하고 기분 좋던데 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두부님은 어떠실까요. 비가 좋지 않다면 이런 날엔 괜히 기분이 쳐지기 마련인데,,, 두부님은 왠지 좋아하실 것 같기도 하고 ㅎ 벌써 9월이 훌쩍 넘어 이제 곧 추석이네요. 그러고보니 전 두부님에 대해서 참 무심하게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네요. 지하철 옆사람만큼도 못한것 같은 ㅠ.ㅠ ㅎㅎ 그래도 이런 거리와 관계가 이토록 따스하게 위로로 다가온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인 것 같아요. 다 두부님 덕분이죠. ^^ 정말정말정말~요. ㅎ 너무 감사드려요. 높고 맑은 하늘의 가을만큼, 짧게 찾아오고 짧게 지나가는 가을만큼, 요새는 좋은 마음으로 지내보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두부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늘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일상 보내시길 바랄게요 ^^

milibbong 2019-09-05 21:57   좋아요 0 | URL
참! 요즘은 책을 잘 안 읽고 덮어두고 있어서 다음 업뎃은 조금 늦어질 것만 같아요 >_< 끄앙

artcode 2019-09-0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두 뽕님께 늘 감사해요.. 전 글도 못 올리는데.. 이렇게 안부글만 써도 좋아요. 진짜 블로그 일년에 한번은 써야는데ㅋ 태풍 바람이 거센 주말일것 같다는데 외출 조심하시구요. 한잔하는 커피와 함께 그 마저도 생각의 길이되는 주말 보내세요~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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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연관된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인 줄 알고 책을 읽게 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따뜻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밝게 미소 짓고 좋은 말을 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처럼, 책을 읽는 사람도 따스한 느낌을 받게 해주는 책이었다. 
 나이가 젊으면 젊을수록 죽음이나 장례식, 혹 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없었을 수 있다. 그래도 한번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면 어둡거나 슬픈 생각 대신에 자연스레 '잘 살아야겠다'고 밝은 쪽으로 마음이 기울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소망, 희망적인 기대와 바람, 그런 삶을 향한 열정과 의지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에 더하여 모두를 위한 다독임과 위로까지. 
 힐링이 소비되는 시대. 이런 류의 책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조금은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듯해서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먼저, 혼자, 많이 사랑하기도 쉽지 않아진 요즘. 주는 것과 받는 것도 계산하면서, 적당히, 너무 아프거나 손해보지 않게, 가 일상적인 시대에 무언가를 많이 사랑해보자 다짐하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의 삶이, 그의 마음이, 눈부시다고 느껴졌다.

 

 

‘단 한순간도 삶을 사랑해보지 못한 사람은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삶을, 일을,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했으면 싶습니다. 그래서 결국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의 말 중

‘어쩔 수 없음‘이라는 건, 인간관계에서 더 와닿게 되니까.

실패라는 건 그랬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가 된 느낌이었다.

기회는 내가 잡기 마련이고, 사람은 언제든지 떠난다. 마음, 어디에도 멈추지 못하는 말은 건네는 게 좋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최고의 마음가짐은 ‘모든 걸 좋은 경험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다. 분명 찾아오는 힘든 순간에서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마음가짐이라면 어떤 상황이 다가오더라도, 어떤 시련을 맞이하더라도 견뎌낼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모든 것들 역시 언젠간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니까.

삶과 상대방에게 생각할 여지와 여유를 두어 전전긍긍하거나 아등바등하지 않는 것.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은 결국 내 감정과 내 시간의 손해임을 깨닫는 것. 미운 것들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는 것. 사랑스러운 것들을 더욱 사랑하는 것. 적당한 거리감을 두며, 뜨거운 마음을 가진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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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8-26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뽕님 댁 근처 하늘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ㅎ 요즘은 정말 어딜 대충 둘러봐도 하늘이 너무 멋져서 한 참 멍할때가 많아요^^.. 산자들. 틈틈히 읽고있는데 나중에 젤 인상깊은 글 말씀드릴께요. 제가 좋아하는 픽션과 소설의 사이를 소설로 묶어 저는 개인적으로 읽기 편한 느낌이 듭니다. 이번 소개해주신 책의 글처럼 삶을. 동료를. 이웃을. 사랑할 자신은 솔직히 없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스프의 재료는 그런 것이겠죠?ㅎ 나중에 뽕님이 따뜻히 지어놓으신 글로 마음을 덥혀보겠습니다ㅎ 환절기 건강 조심히 알죠??

milibbong 2019-09-01 17:08   좋아요 0 | URL
^^
 
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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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을 펼쳐 읽을 때부터 감탄의 연속이었다. 서점에서 우연히 보게 되어 읽어볼 결심을 하게 된 책. 김연수 님의 말씀처럼 이처럼 다정한 별사라니, 이런 그리움과 애정의 글이라니. 이 책이 강가에서 떠내려올 때 대바구니로 건질 수 있어서(책 속의 내용 인용),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책을 읽으며 이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 쓰인 책 앞쪽을 펼쳐보게 되었다. 역시 철학을 했구나, 이런 낭만적인 깊이는 아무에게나 나오는 것이 아닌데 역시 그랬구나, 하다가 조금 놀랐다. 김진영 (1952 ~ 2018). 고전이 아니고서야 작가의 년도가 닫힌 경우를 처음 본 것 같았다. 그것도 작년... 갑자기 이 그리움과 이별의 말들이 다정이 아니라 조금 슬프게 느껴지는 듯 했다.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사랑도 실재적이라면 실재적이고 철학적이라면 철학적이다. 하지만 철학에 충분한 깊이를 담지 않으면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쉽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언어들로 꼬고 비틀어서 아무것도 아닌 걸 뭔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걸도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난 그런 부재를, 공허를 사랑한다. 작가가 철학자들의 말을 빌어, 혹은 고전의 여러 글귀들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는 것들도 좋았다.
 오랫동안 깊이 이별하며 사랑해왔을 그. 끊임없이 사랑하고 이별하며 그는 행복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는 건 그런 거니까... 이제는 조금 편안히 쉬실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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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8-1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심상찮다. 아니 그보다 뽕님의 말씀처럼 잘못하면 철학을 겉두른 가벼움으로 보여질법한데.. 뽕님 글을 보면 그보단 체화되어 글과 말이 된 느낌이군요. 다정한 이별. 자의였을땐 공허한 변명으로 보일 수 있고, 타의였을땐 호소로 비칠 수 있지만 저도 뽕님처럼 생각이 듭니다. 다정한 이별이 괜찮을 만큼 서로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것. 아니 그러기 어렵기에 그러고 싶은 건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여름을 다정하게 보내려구 생각중입니다ㅎ , 뽕님 글 읽고 장강명님의 책으론 첨으로 산자들‘을 보고 있어요ㅎ 바쁠때. 자기전에. 오다가다.. 매일 이별하는 오늘에게도 우리 다정해봐요^^

milibbong 2019-08-25 20:50   좋아요 0 | URL
^^ 이토록 다정한 두부님... 단편 소설들이 바쁠 때 짧게 짧게 끊어 읽기도 좋고, 내용 크게 놓칠 걱정도 없고 해서 좋은 거 같아요 ㅎㅎ 나중에 어떤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았는지 여쭤보고 싶네요. ㅎㅎ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이제 일교차가 커질 것 같아요~ 하늘은 날로날로 높아지는 느낌, 요즘엔 구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달까요 ㅎㅎ 언제 한번 저희 집 주변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ㅎㅎ 시골풍경 ㅎㅎㅎ 고층 건물 속에서 바쁘게 뛰어다니실 두부님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겠지만, 그래도 우리 둘에게 모두 가을이 찾아오고 있답니다 ㅎ 8월의 마지막! 잘 마무리하시길 바랄게요 ~~^^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문지 에크리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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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책 제목이 그녀의 마음을, 그녀가 하고 싶은 말들을 잘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책 제목에서 그녀의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하겠다면, 그런 분이야 말로 꼭 책을 읽는 게 좋다고 추천하고 싶다. 
 사랑에 대한 산문을 쓰겠다고 했을 때 그녀의 친구들이 놀랐던 것처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은 뻔하고 흔하게 차고 넘쳐서 사실 나도 큰 기대는 없었다. 가볍게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가진 생각들과 그녀의 생각들을 지지해주는 타 작가들의 글들을 읽는 건 꽤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사랑을 글로 배우거나 오답노트를 적을 만한 마음의 여력은 못 되어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나 예시는 빠르게 읽었다. 아무래도 제일 좋았던 부분은 그녀가 내가 사랑하는 분을 읽어주는 부분, 이병률 작가에 대한 글을 쓴 부분이었다. 글로도 충분히 전해지는 그의 느낌. 보지 않았지만 본 것 같고 이미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병률 님에 대한 글과 최승자 시인과 페르난도 페소아의 글에 대해서 쓴 마지막 부분이 개인적으론 제일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 내 안에서의 답과 그녀 안에서의 답이 완전히 일치함을 발견해 책을 읽은 기쁨이 생긴 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녀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쓰여있었다. 이로써 나는 그녀의 글을 앞으로 더욱 더 신뢰하며 애정 가득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는 겉모습만 어른이 아닌, 사랑을 돌보고 돌보는 사람으로 그녀도 나도 더욱 깊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주 친밀한 사람에게 ‘가족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특별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실재하는 가족은 특별함을 일찌감치 지나쳐 온갖 문제가 산적한 집합체가 되어 있다. 우리들 내면에 간직된 상처의 가장 깊숙하고 거대한 상처는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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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ode 2019-08-1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핵심이 빠진 핵심. 어렵고도 친숙한 주제고 사랑은 또 그런 모순에 잘 어울리는 주제군요. 이병률 시인의 어떤 고백들이 실렸는지. 작가와 뽕님의 싱크로율까지 궁금해지는 서평입니다ㅎ 뭐가 어찌됐든 좋아하는 책이 있는 여름밤이면 족할듯 합니다. 휴가는 어언 십수년 가본적이 없습니다^^ 뽕님따라 아이스커피 한잔과 책 한권의 휴가 즐겨봐야겠습니다~

milibbong 2019-08-15 22:44   좋아요 0 | URL
여름 휴가라고 하면 사람 많은 해변에서 즐기는 수영도 좋지만, 시원한 아아와 늦은 오후 서재에서 갖는 잠깐의 여유 , 책, 음악, 바람, 석양, 뭐 그런 것들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죠 ^^ 오늘은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많이 불더라구요. 비도 소나기처럼 와락 내리다말다 했고요. 아직 여름이 가진 않았지만 성큼 가을이 올 것 같단 소리처럼 들려서, 윤종신의 9월이란 노래를 들었네요. 들어보셨나요? 이제 곧 9월이에요. 노래 들으시면서 바쁘고 지쳤던 하루를 조금 내려놓으실 수 있길 ^^ 편안한 주말 보내시구요 ㅎㅎ
▶ https://youtu.be/o53LXqSsg6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