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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6월
평점 :
첫 장을 펼쳐 읽을 때부터 감탄의 연속이었다. 서점에서 우연히 보게 되어 읽어볼 결심을 하게 된 책. 김연수 님의 말씀처럼 이처럼 다정한 별사라니, 이런 그리움과 애정의 글이라니. 이 책이 강가에서 떠내려올 때 대바구니로 건질 수 있어서(책 속의 내용 인용),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책을 읽으며 이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 쓰인 책 앞쪽을 펼쳐보게 되었다. 역시 철학을 했구나, 이런 낭만적인 깊이는 아무에게나 나오는 것이 아닌데 역시 그랬구나, 하다가 조금 놀랐다. 김진영 (1952 ~ 2018). 고전이 아니고서야 작가의 년도가 닫힌 경우를 처음 본 것 같았다. 그것도 작년... 갑자기 이 그리움과 이별의 말들이 다정이 아니라 조금 슬프게 느껴지는 듯 했다.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사랑도 실재적이라면 실재적이고 철학적이라면 철학적이다. 하지만 철학에 충분한 깊이를 담지 않으면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쉽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언어들로 꼬고 비틀어서 아무것도 아닌 걸 뭔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걸도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난 그런 부재를, 공허를 사랑한다. 작가가 철학자들의 말을 빌어, 혹은 고전의 여러 글귀들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는 것들도 좋았다.
오랫동안 깊이 이별하며 사랑해왔을 그. 끊임없이 사랑하고 이별하며 그는 행복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는 건 그런 거니까... 이제는 조금 편안히 쉬실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