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동물원에서 살아남기
리처드 스케이스 지음, 이수옥 옮김 / 황금비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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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그리고 왜 변했을까? 십 년 전만 해도 직장인과 사업가가 확연히 구분되었던 세상이 이제는 누구나 창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인가? 게다가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왜 항상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가? 내가 그 동안 궁금했던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궁금증들이 이 책을 보며 많이 해소됐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세상의 변화를 하나의 방향성 속에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술혁명으로 인한 세계화, 정보화, 고령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양비론적인 시각을 갖고 흐름을 설명한다. 우선 기업을 보자. 기업은 이제 신속하게 변하는 고객의 욕구를 쫓아가야 한다. 기업의 목적은 수익을 얻는 것이기에 이를 제공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알아 이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결정권을 하위단위로 보낼 수밖에 없었고, 그 결정을 받는 사람이 바로 우리 식으로 말하면 팀장이다. 즉 하나의 프로젝트를 책임진, 무소불능의 권한을 가진 소 사장인 것이다.

이와 같은 팀장, 프로젝트팀 시스템은 속도 면에서, 효율성면에서 과거의 중앙집권적인 관리방식은 도저히 쫓아올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다. 적으면 5~6명, 많아야 20여명 내외의 직원들 데리고 업무의 시작에서 끝까지 모든 것을 즉각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운영구조 자체가 한계를 갖고 있다. 즉 과거처럼 기업의 전체적인 관리, 평가시스템을 약화시키고, 팀장의 권한을 강화시킴으로써 자칫 잘못하면 개인 사조직처럼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개인의 평가 자체가 팀장에게 일임되다 보니 직원들은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팀장의 의사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팀장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창의력을 키우고, 시장의 변화속도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자는 시스템이 도리어 직원들의 입을 막고 팀장의 개인능력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된 것이다. 물론 그만큼 팀장의 역할이 중요하게 되었지만, 팀장이란 직책 자체가 리더십 능력이나 팀원이 선발한 것이 아니라 바로 팀원으로서 이룬 성과에 근거한 승진이다 보니 이들에게 고도의 리더십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일은 더욱 늘어난다. 팀장에 대한 기업의 제재수단은 프로젝트 시작할 당시의 사업계획이다. 바로 기간과 인력, 자금, 지원시스템, 그리고 이를 통한 결과물을 명시한 보고서다. 팀장은 이런 내용을 상부에 보고하고 승인받은 후, 이것을 약속대로 이행한다는 조건 하에 결과만을 보고할 뿐 크게 제재를 받지 않는다. 바로 과거 직장 생활할 때의 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면 항상 뭔가 부족하게 된다. 시간이, 돈이, 지원시스템이 말이다. 그 때 팀장과 팀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단 하나. 일을 더 하는 것이다. 결국 개인의 자율성과 속도, 그리고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조직구조가 개인들로 하여금 일을 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다. 창의력이란 자유로움과 여우 속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창의성은 저 멀리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런 조직 속에서 개인의 심정은 어떨까?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평가자체를 쥐고 있는 한두 명의 상관에게 모든 것을 맞춰야 하는 상황, 썩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다보니 직원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세 가지뿐이다. 하나는 동조하고 시키는 대로 따른다. 또 하나는 불만스럽지만 참고 견딘다. 마지막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갖고 더 좋은 곳으로 간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어쩔 수없이 기업에 대한 조직원의 충성심을 잃어버리고, 평가에 대한 불만을 듣게 된다. 쉽게 말하면 공정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조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 몰입하지 못하고 일에 대한 보상만을 갖고 직장생활을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미국, 영국식 기업 모델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며 이와 같은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많이 알게 되었다. 예전까지는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의 능력, 기업 경영자의 가치관 부재 등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기업구조 안에 내재된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해보겠다고 한 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보고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을 만들 것이 바로 직장인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뒤로 갈수록 내용은 점점 더 진지해 지고, 마지막에 나오는 공공기관과 기업과의 본질적인 차이 문제를 읽을 때는 정말 맞다고 무릎을 쳤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기업운영 시스템만이 최고의 모델이라고 공 기관을 모두 사기업처럼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를 걱정하게 되었다. 저자 말대로 공공기관과 사기업은 목적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공공기관은 효율성이 아닌 효과성을 먼저 중시해야 한다.

기업의 생리를, 시장의 변화를, 사회의 흐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자 하는 사람이 보면 무척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책 제목과 내용이 조금 다른 것은 이해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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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지 못한 비즈니스 명저 8
시부이 마호 지음, 황혜숙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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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8권의 도서는 제목만 봐도 왠만한 사람은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책들이다. 그것도 대단히 유명한 책이고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저자 말대로 책 내용이 어려워서인지,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인지 이 책들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전문적인 분야의, 전문가적인 시각을 담은 전문적인 책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겨진 책들을 한 번 보자. 미래사회를 예상해 보는 <Next Society>, 기업 경영의 성공 바이블같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경쟁을 탈피해 독자적인 시장을 창출하라는 <블루오션>, 제약을 넘는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는 <The Goal>, 인간의 행동은 경제학적이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는 <행동경제학>, 웹2.0의 위력과 이에 따른 시장변화를 설명한 <웹 진화론>, 시장은 부자들만의 곳이 아니라는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 그리고 부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부의 미래>다. 여기 나온 책 중에서 <웹 진화론>과 <저소득층 시장을 공략하라>를 제외한 나머지 책을 읽어봤는데, 저자가 비즈니스명저라고 소개한 것에 대해 일말의 거부감도 없는 책들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명저8>를 읽으면서 내가 이곳에 소개된 책들을 읽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대부분의 책이 빡빡한 글자로 300페이지 이상 되는 것들인데 이토록 간단명료하게, 그것도 3페이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내 기억을 더듬어 원본책의 내용과 이곳에 정리된 내용을 비교해 보니 책 전체의 흐름을 더 분명하게 정리했으면 했지 중요한 내용이 생략되었거나 빠진 내용은 없었다. 그만큼 쉽게 간단하지만 책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여 누가 봐도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놨다.

<블루오션>의 예를 들어보자. 원본 책을 펼치면 서커스단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다음부터 레드오션의 한계와 블루오션의 필요성, 그리고 가치혁신에 대한 이야기가 순서대로 나온다. 그리고 내가 처음 블루오션 책을 봤을 때는 이 책의 후반부내용, 즉 프레임워크와 분석 툴, 그리고 비 고객을 대상으로 시작하라는 말이 앞에서 말한 가치혁신 내용과 하나의 개념 속에서 움직이는 것 인줄은 몰랐다. 그저 “와. 대단하네. 어떻게 이런 내용을 구성할 수 있지”하는 감탄사 속에서 서로 분리된 내용들만을 이해했을 뿐이다.

그러나 <비즈니스명저8>을 읽어보면 이 모든 것이 따로 움직이는 논리가 아니라 하나의 개념, 즉 가치혁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관된 도구들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본 책의 순서와 상관없이 저자 스스로가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이해한대로, 아주 자연스럽게 설명해 놨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 정리는 기존의 책 요약본과는 분명히 다르다. 요약본을 잘 보진 않지만 그것은 원래 책에 나온 내용을 순서대로 정리한 것이라 본 책을 이해할 수 없으면 요약본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책을 쓴 저자 역시 책에 나오는 개념을 자기가 아는 대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책의 순서자체가 어떤 때는 독자로 하여금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요약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함이 없이 책 내용 자체에 충실하다보니 원본이 가진 문제를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만다. 

나는 이 책을 보며 최소한 독서경영이나 경영, 마케팅에 대한 강의를 한다면 이 책의 저자처럼 책 한권을 여러 번 읽고, 그것을 이해하고, 다시 재해석해서 강의를 듣는 사람이 단 몇 페이지의 분량으로 내용 전체의 흐름과 주요용어, 그리고 이슈를 찾아내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단순하고 쉬운 표현이라고 해서 모두 쉬운 것은 아니다. 도리어 어려운 것을 쉽게,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능력이다. 마치 우리가 TV를 사용할 때 그 안에 있는 복잡한 회로는 모르더라도 몇 개 안되는 스윗치로 간단히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앞으로, 책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책에 대한 강의를 하거나, 저술하고자 할 때 이 책을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단 몇 페이지의 분량으로 300~400페이지의 내용을 수강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와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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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사과를 팔아라 - 성공한 사람들이 비밀리에 실천하는 '성공하는 삶의 법칙'
하코다 타다아키 지음, 정은주 옮김 / 미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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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장이 간단하면서도 저자가 할 말은 다한 듯한 책이다. 간결한 문장, 짤막한 예, 저자의 강한 어조. 하지만 그 안에는 단 한자도 뺄 수 없는 저자만의 생생한 경험이 살아있다. 그래서 쉽게 읽기면서도 강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그 동안 읽었던 책, 책을 보며 느꼈던 감동, 책 속에서 얻었던 지혜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시간관리, 계획세우기, 하고 싶은 일 찾기,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까지 잠시 잊고 있었던 여러 가지 내용들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지속적으로 읽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 한권에서 느낀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책을 볼 때는 ‘아!’하며 느끼지만 책을 덮고 일주일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 책처럼 짧지만 강한 어투의 책을 읽다보면 과거에 봤던 책 내용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면서 자기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책 내용은 목차처럼 간단하다. 우리는 왜 성공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런 생각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는지를 단계별로 설명한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 책에서 본 이야기 등을 골고루 섞어 저자의 주장이 신빙성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 전달한다.

책을 덮은 후 기억나는 예가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독수리 이야기다. 어린 독수리를 닭장에 넣고 키웠다. 독수리가 어느 정도 성장하자 주인은 독수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려고 닭장에서 꺼내 날렸더니 닭처럼 몇 번 푸덕거리더니 땅으로 떨어졌다. 독수리는 자신을 닭이라 생각했기에 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문제는 자신이 독수리인자 아닌지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가 독수리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마음속에는 독수리가 살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창공을 날며 하늘의 왕과 같은 근엄하고 강인한 태도는 스스로가 독수리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닭이 독수리처럼 살 것인지, 아니면 독수리가 닭처럼 살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자신이 독수리임을 알려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물론 본능적으로, 또 우연히 자신의 능력과 존재가치를 깨달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자신이 독수리임을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런 사람을 마인드 마스터라고 한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결정구’에 대한 이야기다. 1969년 미네소타 트윈즈에 짐 카터라는 투수가 있었다. 그는 해마다 5,6승 정도의 기록밖에 없어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투수였다. 그러나 새로운 피칭코치인 조니 세인과의 만남을 통해 그는 대성할 수 있었다.

춘기 캠프가 시작되자 코치는 선수들에게 자유롭게 연습하라고만 지시했다. 그리고 코치는 벤치에 앉아 무엇인가를 적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선수들을 집으로 초대해 개인면접을 했다. 짐 카터의 순서가 되어 코치와 마주 앉은 카터에게 코치는 그의 구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카터는 자신의 주특기는 직구이지만 여러 가지 구종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코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주문을 했다. 즉 다양한 구종을 연습하지 말고 오로지 단 하나, 카터가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인 직구만을 연습하라는 주문이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연습해도 잘 늘지 않는 슬라이더나 체인지 업 연습에 시간을 쏟느니 가장 자신있는 직구를 세계최강으로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짐,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은 이제부터 연습하지 않아도 좋네. 훈련기간 일주일 동안 자네를 보고 있었네만, 자네의 직구는 정말 굉장하더구만. 그렇게 멋진 직구를 던질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라네. 자네는 이제부터 철저하게 직구만을 연습하게, 자네가 자신 있어 하고 좋아하는 직구에만 승부를 걸게. 어떤 시합에서도 80~90%이상은 직구가 최적이지. 4월부터 시작되는 시즌에서 이 직구로 어떤 타자라도 삼진아웃을 시키겠다는 각오로 연습하게.”

그는 다음 시즌에서 직구와 커브 두 가지만을 적절히 사용하여 26승을 올렸고, 이로 인해 미국 최우수 투수로 선정되었다.

20대중반의 신입사원이라면 가능하면 많은 것을 경험해 봐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강점과 주특기를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30대의 나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안다면 이제부터는 그것을 키워야 한다. 세상은 이제 더 이상 남과 같은, 평범한 결과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직구는 무엇인가? 이제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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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아 - 참 나를 찾는 진정한 용기
파올라 마스트로콜라 지음, 윤수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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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오리가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아주 어릴 때 슬리퍼 옆에 떨어짐으로써 자신을 슬리퍼라고 알게 되었다. 물론 그것도 옆에 있던 비버가 알려줘서 알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는 비버를 따라 비버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자신을 비버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을 한다. 비버의 날카로운 발톱과 힘센 팔도 없는 상태에서 비버와 똑같은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비버라고 생각한 그녀는 그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저 일을 조금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엄마라고 생각한 슬리퍼가 없어지고, 그녀는 그 때부터 엄마를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박쥐마을을 거쳐, 학의 마을로, 다시 오리마을에 도착한 그녀는 그 때 비로소 자신이 오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청년오리와의 사랑에 빠진다. 갑부이자 명망 높은 집안의 자식인 청년오리는 그녀의 순수함에 반해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기에 누구나 행복할 수만은 없는 법인가보다. 청년오리는 다른 예쁜 오리와 이중데이트를 하게 되었고, 그녀는 사랑에 배신당한 아픈 마음을 움켜쥔 채 마을을 떠난다. 그러다 두더지를 만나고, 우연히 해변 가에 도착한 오리는 그 곳에서 여행 중에 잠깐 만났던 늑대와 재회한다. 그리고 늑대가 자신의 사랑임을 알고 결국 결혼한다. 자신이 오리가 아니기에 늑대와의 결혼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내용을 보고, 또 책 소개를 보고는 이 책의 주제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알 필요는 없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저자가 과연 그런 의미로 이 글을 썼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 구절을 한번 보자.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녀는 평화로움과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며 날개를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땅에서 1미터정도 떠올랐고, 드디어 공중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그래서 자신이 오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기 시작했다. 문득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면, 날개를 가진 것도 몰랐을 거라고, 그리고 날개를 가진 걸 깨닫지 못했다면 바다도 절대 만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날개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게 자신을 버림으로써 알았다는 의미는 또 무엇일까? 이는 아마도 자신이 가진 남다른 재능을 알았다는 것이고, 자신을 버렸다는 의미는 ‘Who am I?'라는 질문 자체를 버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강제된 인식 패턴에서 벗어났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나는 사람들이 ‘당신은 누구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대답하는 방식이 세 가지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자신이 어디서 태어났으며, 부모는 누구이고, 어떤 인종의 사람인지와 같은 생태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에 대한 대답이다. 또 하나는 지위에 관련되어 말을 할 수도 있다. 요즘은 주로 이런 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 학교를 나왔으며, 다니는 회사는 어디고, 현재 직위는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이다. 그러나 새로운 답변방식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자신의 강점이자 재능이고, 자신만이 가진 독특함에 대한 대답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남들과는 다른 성격이나 태도는 어떤 것인지 대답하는 것이다. 아마 이런 식의 대답은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제출하는 이력서를 쓸 때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자신의 능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나는 위에서 인용한 내용이 바로 세 번째에 대한 대답인 것 같다. 박쥐, 두더지, 늑대와는 다른 오리만이 가진 강점이자 재능에 대한 것이다. 먼 거리를 나를 수 있는 날개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이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된다.’고 말하는 책 같지는 않다. 도리어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 측면에서 사회적 지위나 인종과 같은 외적인 변수는 이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의 본성과 내면의 말이 참 인생을 살 수있게 해 주는 올바른 자아발견법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허세와 속임수, 자아 도취된 세상의 공식을 따르지 말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찾아가라. 세상에서 요구하는 공식적인 삶보다는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들어라. 많은 사람들이 끼고 있는 색안경을 거부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라.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이 당신에게 부과한 틀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처럼 들렸다.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된다는 말. 언뜻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과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무엇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은 ‘내가 왜?’라는 의문에 답을 찾기 않고서는 단 일분도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 주인공, 늑대와 오리는 그저 한 세월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그것을 찾아갔다. 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았고, 그것이 저기 어딘가에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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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에센스 - 잭 웰치에서 톰 피터스까지 리더 본능을 깨우는 1분의 지혜
필 도라도 지음, 정성묵 옮김 / 해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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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리더십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것 같다. 세상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무엇이든 하나의 기준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순간적인 결정과 리더의 방향 설정이 조직의 승패를 좌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에는 회사 조직원을 대상으로 외부환경 요인 중 어떤 요인이 성과물의 정도를 결정하는지 측정한 내용이 나온다. 조사팀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효과측정을 했지만 어떤 것도 정확한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오로지 하나, 즉 우수한 리더가 있는 집단의 성과가 가장 좋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실상은 많은 사람들이 ‘리더’라는 개념을 혼돈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나도 그 중의 하나이고 말이다. 피터 센게는 리더십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조직을 리드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라는 직위와 동일시한다고 한다. 즉 리더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 자연스럽게 조직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직위가 리더의 임무를 부여하고 그 사람이 리더로써 조직을 이끈다는 것이다. 과장은 과의 리더고, 부장은 부의 리더이며, 임원은 사업부나 본부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이들이 과장이고 부장이 된 것은 리더로써 능력을 검증받았다기보다 그의 과거에 이룬 업적에 의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리더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리더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 저자는 어떤 특정의 이론을 대입해 리더의 특징과 성격을 분석하기보다 그 동안 언급되었던 다양한 리더의 모습을 간단명료하게 서술하고 있다. 한 절장 길어야 세 페이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의 말을 일률적으로 나열한 것은 아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무척 생소한 내용도 많고, ‘아! 그렇구나’ 하고 머리를 치게 되는 이야기도 자주 등장한다. 리더와 관련된 책뿐만 아니라. 저자 스스로가 리더라는 주제의 레이더를 갖고 수많은 저자들의 저서에서 관련 글을 끄집어 낸 다음 이를 저자 식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리더에 대한 관점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그는 지배하기 보다는 섬기는 리더를, 결정시간에 밀려 급박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최선의 결정을 위해 선택 자체를 미룰 줄 아는 리더를, 하나의 논리에 의해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이끌기보다는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아는 리더를, 해야 할 일보다는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분명히 아는 리더를, 관리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진정한 리더로서의 역할을,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 강제하기보다는 조직원 스스로가 변화의 깃발을 들게 하는 리더를, 통제와 보상보다는 각 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리더를, 복잡한 평가 수치를 갖고 까다롭게 직원을 평가하기보다는 핵심 이슈 한두 개의 기준으로 평가할 줄 아는 리더를, 그리고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알고, 두려움을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으며, 자신을 대신할 리더를 키워낼 수 있는 리더를 원한다.

이 내용을 보면 무척 까다롭고 어려운 것이 리더 같지만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을 하나씩 읽다보면 “맞아. 그런 리더가 필요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즉 관리자가 아닌, 직원들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 스스로가 변화의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그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에 꼭 기억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라’는 부분이다. 게리 해멀, 프라할라드, 마이클 포터, 르네 마보안, 첼 노오스트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강하게 주장했던 말로, 피터 드러커도 자신의 마지막 책에서 한 말이다. 즉 이제 세상은 경쟁이 의미가 없고, 오로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보다 분명하게 제공하는 사람(조직/기업)과 그렇지 않은 사람(조직/기업)만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 말을 언뜻 보기에는 리더십과는 별 관계가 없는 듯 하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리더십의 목표이자 핵심적인 방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리더가 지금도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한 자료를 분석하며 그들보다 낫기 위해 직원들을 열심히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목표를 완수하는 데 가장 핵심인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상대방보다 낫게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 말의 가치를 무척 소중하게 느낄 수 있었다.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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