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셔널의 4가지 조건 - 세계적인 비즈니스 구루 오마에 겐이치가 말하는 조직을 이끄는 프로의 조건
오마에 겐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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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에 겐이치하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보이지 않는 대륙’에 대한 그의 입장이다. 그는 오래 전 이제 시장은 급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시장 자체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의 제조업과 유통, 서비스 업종처럼 내가 무엇을 갖고 사업을 하는지, 경쟁자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위협이 될지 보이지 않으니 이 아니 두려운가 하는 말이었다. 시장이 급변한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앞장에서도 ‘보이지 않는 대륙’의 상황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책을 덮은 후에도 기억에 남은 사례라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무척 충격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소풍이나 여행을 생각해 보자, 어딘가 놀러간다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카메라다. 그리고 카메라를 가져갈 때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필름이다. 사실 요즘 나이 40대 전후면 예전에 놀러가서 필름이 떨어져 찍고 싶은 것을 못 찍은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카메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몇 명이나 봤는가. 전문카메라맨이나, 신문기자가 아닌 다음에는 구지 카메라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고? 휴대폰에 이미 디지털카메라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고전적인 카메라가 디지털로 대체될 때만 해도 ‘아 이제 카메라도 디지털시대이구나’ 하는 정도였다. 구형카메라보다 찍기도 편하고, 흔들림도 적고, 게다가 필름을 살 필요가 없으니 이 아니 좋은가.

하지만 이런 상황은 순간적이었다. 곧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부착되었고, 얼마 안 있어 휴대폰에 부착된 카메라의 화소 경쟁이 시작된다. 저자 말로는 인간의 눈으로 화면을 구분할 수 있는 화소 수는 300만 화소가 최고치라고 한다. 즉 그 이상의 화소는 인간의 눈으로 식별 불가능하기에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휴대폰 가게에 들어가 보라. 현재 휴대폰에 붙어있는 카메라의 화소가 어느 정도인지. 아마 150만화소의 카메라는 기본이고, 조금 비싼 카메라를 보면 300만화소의 카메라가 붙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제 카메라는 디지털화 되면서 독립적인 시장을 갖고 있다기보다 컴퓨터의 확장도구가 되어버렸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메일로 보내는 것은 당연하고, 큰 맘 먹고 프린트 좋은 것 하나사면 집에서도 출력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카메라 업계는 무엇을 했는가 이다. 결과를 놓고 보면 무척 한심해 보이지만 그들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왜일까? 바로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력의 부족 때문이다. 그들은 카메라가 지속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서 시장을 바라보며 방안을 만들었으니 이와 같은 시장을 어떻게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이 책의 주제는 바로 보이지 않는 대륙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진정한 프로페셔널로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몇 가지 소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것, 즉 앞에서 말한 스페셜니스트와 프로페셔널이 무엇이 다른 것인지, 어떤 점에서 큰 차이가 나는지, 스페셜니스트가 보이지 않는 대륙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프로페셔널의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저자는 프로페셔널의 가치를 ‘고객 지향성’에서 찾는다. 우리가 쉽게 연결시키지 못하는 시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바로 프로페셔널이 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그는 4 가지의 조건을 제시하는데 ‘선견력’ ‘구상력’ ‘토론력’ 그리고 ‘적응력’이다.

프로페셔널은 이제 사회가 원하는 재원이고, 프로페셔널적인 자질과 역량을 갖춘 자만이 남다른 삶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점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을 한 번 일독하라고 권한다. 평소 느껴보지 못한 오마에 겐이치의 날카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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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식 경영
스에마쓰 지히로 지음, 우경봉 옮김 / 아라크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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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일본의 불황기 시절에도 남다르게 발견한 기업들이 있었고, 저자는 이들을 연구하여 교토식 경영이라 이름 붙였다. 공교롭게도 현대와 과거와 공존하는 교토에 이 기업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들 기업의 특징을 몇 가지로 이야기하는데, 우선 지가만의 것을 고집하는 개성과 오기가 있다. 둘째, 철저하게 무차입 경영을 지향한다. 셋째, 일본식 경영과는 달리 수평적 분업구조를 갖고 있다. 넷째, 네트워크 외부성의 활용을 전제로 한 오픈전략을 구사한다. 다섯째, 세계적 상장기업들이 이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이들의 특징 중 많은 관심을 나타냈던 부분은 이들 기업의 경영자 대부분이 기술 분야 전문가이면서도, 동시에 미국사회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일단 합리적인 사고,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해 주었고, 자신의 기술을 믿고 세계시장에 겁 없이 뛰어드는 행동력을 낳게 했다. 특히 기존 일본식 경영에 대해 반기를 든 것처럼 보이는 게 있었는데, 바로 수직계열 방식의 거부다. 여기서 수직계열 방식이란 일본재벌들이 계열사를 통해 갖춘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완벽한 사업라인과 대기업에 속한 다양한 중소기업들 간의 하청구조를 의미한다.
일본식 경영이란 몇 가지 사고관념을 갖고 있다. 일단 큰 기업이 좋은 기업이며,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 책 <교토식 경영>에서 언급한 기업들은 모두 경영자의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이며, 사업 초기에 일본보다는 세계, 특히 미국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기업들이다. 이들 경영진 중의 한 명은 자신은 미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지만, 사업을 한다면 미국에서 하고 싶다고 한다. 이유는 그들은 최소한 사업 측면에서는 공정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기업은 큰 기업이 더 좋고, 믿음직하다는 일본의 사고방식과는 달리, 기업과 상품의 우수성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사례를 갖고 논리를 풀어가지만,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이 책에서 내 관심을 끈 것은 ‘모듈과 인터페이스’ 방식에 대한 내용이다. 물론 이런 방식은 구지 책을 보지 않아도 이미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하나만 봐도 기본적인 CPU라는 플랫폼 하에 수많은 기계들이 붙어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한대를 만든다. 여기서 CPU는 바로 컴퓨터의 다양한 장치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며, 사운드카드, 메모리, 영상카드 등은 모두 모듈이다.

그리고 직장의 구조도 기업이라는 하나의 조직 내에 각기 다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생산부, 영업부, 인사부 등의 업무구조를 갖고 있다. 이때 기업은 바로 플랫폼이며, 각 부서는 해당 기능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모듈이다.

그러나 이 내용이 마음에 와 닿은 이유는 ‘모듈과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과 모듈화 시키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과정이었다. 우리는 습관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모듈화시켜 모든 것을 관리하기 평하도록 만들었지만, 그것을 통해 사업을 성공시키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모듈방식이 성공하려면 이들은 각기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주변의 모든 것과 경쟁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작게 자신의 모듈을 만들어가야 하며, 이를 통해 대량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자독식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개개인이, 우리 주변의 조직이 거대한 사회 플랫폼에서 남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모듈이라는 의식이 없다보니 그것을 키우고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세상은 고객중심적인 구조로 변해간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수많은 욕구를 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한 기업으로서, 일개 개인으로서 개인 각각의 욕구를 들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게 해서는 수익도 남지 않고, 비용만 더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하나의 모듈로 보고, 그 기능을 확장시키는데, 범용성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즉 피터 드러커가 말한 블록의 세상에서 어느 것과도 연결될 수 있는 범용성 높은 블록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그 내용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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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다락방 2 - 실천편 - 부의 격차보다 무서운 꿈의 격차
이지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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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리뷰 쓰기가 무척 망설여지는 책이다. 좋다고 쓰자니 할 말이 별로 없고, 나쁘다고 쓰자니 책 한 권 쓰는 게 쉬운 일도 아닌데, 무작정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도 거북하고. 하지만 뭔가 쓰긴 써야 하니까 책 내용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을 쓰도록 하겠다.

우선, 이 책 내용을 보면 전편에 나온 내용들을 많이 부정하는 것 같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그 책이 나온 후 많은 사람들의 메일을 통해 저자 스스로가 너무 극단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 책을 통해 보완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자세 자체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혼란을 준다. R=VD라는 개념을 분명히 정의한다는 시도자체가 단순한 상식. ‘꿈을 꾸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된다’는 일반적인 말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온라인서점에 올라와 있는 서평처럼 심하게 말하면 ‘상식적인 내용을 몰라 우리가 돈 내고 책을 사야했나’ 하는 느낌이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또 이 책을 본 독자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친절함을 베풀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치 자신의 문제를 이리저리 피해가는 듯 한 느낌은 저자의 주장, 꿈을 가진 자는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개념 자체를 스스로가 부정하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저자의 표현방식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긍정심리학자이며, 꿈을 이루는 방식을 전달하는 전도사이자. 수많은 자기계발 전문가들보다 몇 발 앞서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누구는 뭐를 잘못했고, 누구는 뭐를 잘못 이해했고, 누구는 시야가 좁고, 누구는 하며 나오는 문장들은 독자로 하여금 얼굴을 찡그리게 한다. 게다가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에 나오는 문장을 짜 맞춰 자신의 주장에 억지로 연결시키는 부분은 무척 눈에 거슬린다. 저자 스스로가 말한대로 자서전에 나온 말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달에 몇 만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다른 저자들은 문제가 있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건, 바다위에 조그마한 돌멩이 하나를 던져놓고, 그것이 폭풍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후, 그것을 독자가 평가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이다. 내가 남보다 낫고, 내가 그들보다 더 많이 알고, 내가 어쩌고 하면서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하면 독자는 도리어 ‘그래 너 잘났다.’ 하고는 도망간다.

세 번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한 평가다. 저자는 책에서 전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이라고 한다. 물론 이 말은 독자에게 꿈을 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겠지만 그 글을 잘못 이해하면 수많은 독자들이 저자의 마술에 걸려 책을 사게 됐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이 책에 대한 서평 중에 그런 글을 올린 독자도 있다. 우리는 책이 좋아 그 책을 샀다. 책 내용에서 얻을 것이 있기에 돈을 주고 샀고, 실제로 책을 보며 느낀 점이 있어 주위사람들에게 권한 것이다. 절대로 저자가 꿈을 꾸었기에 그것을 산 것은 아니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 내면에는 저자가 책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고민했던 노력의 대가라는 것이다. 독자는 바로 그것을 인정한 것이다. 저자 스스로가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말하면서 스스로가 마술사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네 번째는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저자가 생각났다. 일 년에 책을 서너 권 써내면서 국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칭하던 사람이다. 그는 오래 전에 책 한 권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문작가로 등극했고, 그 후 그의 지명도에 따라 이어 나오는 많은 책들도 일정 수 이상 팔리는 작가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 가장 비싼 작가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후 그 작가는 조용히 사라졌다. 인간이 없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그가 저술을 책을 독자들이 안 산다는 뜻이다. 왜?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에다가 자신에 대한 광고성멘트가 책 내용에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하라는 데로만 하면 성공해. 당신이 실패한 이유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서야.’라고 말하는 듯이.

이 책의 저자는 아직 젊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은 세월동안 글을 쓸 수 있다. 그리고 그 글을 보며 독자들은 즐거워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자세와 표현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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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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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보면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영화에 대한 평을 자신의 느낌과 경험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간 줄 알았기 때문이다. 마침 영화에 대한 글을 써 볼까 생각하던 나에게는 무척 좋은 소재의 글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영화에 대한 내용은 이야기를 이끌기 위한 하나의 끈일 뿐 그것이 주제가 되지는 않았다. 단지 저자의 생각을 풀어가기 위한 조그마한 도구라고 할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들 간의 인연을 연결시키기 위한 단초였다. 제목이 나를 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이끌어 간 것이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나온 ‘태양은 가득히’를 읽으면서 한참을 찾았다. 이 내용의 주된 메시지가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과 무척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영화가 이 내용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찾은 것은 중간에 주인공이 영화를 보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물론 비평가가 이런 책을 봤다면 무척 오매한 표현으로, 마치 그 영화가 저자의 머리속에서 무언가를 자극해서 그 인생의 어떤 면을 끄집어냈다는 등의 고상한 표현을 썼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영화를 본 것뿐이다. 저자는 영화라는 소재를 사람간의 대화를 이어가는데,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는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 같다. 하긴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도 이 중의 하나니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기대한 영화에 대한 평이 아니라고 해서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아주 단순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쓰면서도 이렇게 재미난 스토리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단 책에 나온 모든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순간순간 위트처럼 표현된 문장이 무척 많은 재미를 주었다. 대부분의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순간의 반전 부분이다. 그리고 더욱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대화와 대화를 연결하는 인물들의 행동 묘사인데, 무척 간결하면서도 그들의 심정과 당시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도록 묘사했다.

내용의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많아야 삼십대 초반 정도다. 물론 군데군데 나이든 사람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이미 거쳐 온 삶의 일부분으로, 자신이 이해한 시대의 인물들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이 글을 읽을 때는 책의 주인공이 저자인줄만 알았다. 그가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영화를 봤던 내용인 줄 알았다는 말이다. 그만큼 책 내용이 현실처럼 와 닿았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까. 책을 덮으면서도 무척 고민스러웠던 부분이다. 저자 스스로가 무엇을 느끼라고 강요한 것도, 특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아주 조용하게, 그렇지만 흔들림 없이 하나의 인간을 쫓아가는 기자처럼 쓰여 진 책 내용을 보며 그냥 재미있고, 읽기 편하다는 느낌 그 이상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다만, 몇 가지 마음에 와 닿은 게 있다면, 아마도 내 자신이 저자의 나이를 넘어 그가 겪은 삶을 이미 지나왔기 때문이겠지만, 스토리 자체보다는 저자의 문장이나 표현방식이 더욱 눈에 와 닿았다. 내용 자체는 이미 주변에서 많이 봐 왔던, 젊은이들이 흔히 느끼는 감정과 행동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일상적인 내용을 정말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글을 잘 썼기 때문이다. 이 느낌은 ‘아! 소설이란 게 반드시 머리 아픈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느낌이었다.

하나의 소재를, 그것도 SF영화처럼 상상력을 동원한 것도 아닌 일상적인 내용을 이처럼 재미있게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단순한 영화라는 매개체 하나를 갖고 한 인간의 의식과 삶의 모습을 표현하려면 어떤 능력이 있어야 할까?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잊혀지지 않는 질문이다. 역시 글쓰는 것은 타고난 재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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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집약형 기업 - 직원 1인당 수익을 최대로 올리는
로엘 브라이언 외 지음, 김명철 외 옮김 / 세계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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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이 개방되자 이제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세계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은 자신의 규모를 확장하고, 세계화에 발맞추지 위해 조직을 세분화하고, 각국에 맞는 지역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다국적기업이 세상경제를 흔드는 상황이 되었다. 현재 미국의 A.I.G와 같은 보험회사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업의 확대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바로 기업내부가 점점 더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이제 직원 수는 100~200명이 아니라 십만 단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혁명 전만 해도 한 기업의 최대 숫자는 십 명 단위였다. 그 정도 숫자를 경영자가 직접 일대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에도 거대한 기계가 상품생산과정을 단일화함으로써 직원 숫자가 좀 더 증가했지만 그래봐야 백 명 정도 수준이었다. <티핑포인트>에서는 부족들 간의 분리가 생기는 기준을 150명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 기업은 직원 숫자에 개의치 않는다. 그 직원을 먹여 살릴 수만 있는 시장이 있다면 클수록 좋은 것 아니겠는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직원 줄이기가 회사의 절대 절명의 과제처럼 되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자신이 한 곳에서 성공한 모델을 갖고 지역별로, 고객별로, 상품별로 나눠 기존의 조직 구조를 그대로 복사하면 된다.

이제 기업에서는 전체 매출도 중요하지만 직원 일인당 수익률도 자주 따진다. 나도 회사 다닐 때 팀 매출과 직원 수와의 관계를 정리한 자료를 자주 봤고, 그 일로 인해 쪼임을 당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근거를 갖고 직원들을 관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사람 수가 많으면 일인당 매출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생각이 아닐까.

그러나 이 책을 보면 반드시 직원 수가 많다고 해서 일인당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 굴지의 30대 기업을 보면 이들은 직원 수 증가와 함께 직원 일인당 매출이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숫자가 많아질수록 기업 매출을 급격히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고. 왜 그럴까?

이 책의 주제는 바로 기업매출은 노동집약적 직원이 아닌, 사고 집약형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숫자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생각을 하고, 이러한 생각을 수익과 연결시키는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노동집약형 기업과는 달리 매출 상승폭을 급격히 높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표현을 쓴다. 기업은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시장의 변화를 고민하기보다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내부조직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하는 말이다. 즉 시장을 바다로 치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파도를 관리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런 파도에도 침몰하지 않는 배를 만들 수는 있지 않은가 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배가 바로 기업의 조직이다. 이 말은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이 찾던 블루오션의 시각을 시장에서 기업내부로 돌아야 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현재 기업의 조직을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하나는 기업이 존재하면서부터 운영되어 온 ‘계층제’ 구조다. 즉 위계질서를 갖고 직원 개개인의 임무와 역할, 업무의 범위, 결정권, 보고체계가 일정한 규칙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 구조다. 또 하나는 ‘상호작용, 협력구조’다. 이는 계층제 구조처럼 상하의 조직구조를 갖지 않은 의사소통의 관계를 중시하는 조직구조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다양한 욕구가 존재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명령 이행 구조보다 개인의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이런 구조가 더 좋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의 변화가, 즉 시장이 원하는 모습에 적응하려는 시도가 도리어 기업의 내부조직에 더 많은 문제를 야기 시켰다고 한다. 즉 계층제의 구조도 아니고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되는 구조도 아닌 이상한 구조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트릭스 구조’와 같은 형태다. 이 구조의 특성은 계층제와 상호작용 구조를 교묘하게 통합한 것으로, 언뜻 보기에는 무척 편리한 형태 같지만 그 구조 하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즉 두 세 명의 상관, 중복되는 일정, 소속된 팀 간의 이해관계, 그리고 업무결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부재다.

저자는 이를 위해 몇 가지 조직구성 방법을 제안한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구조는 백본라인. 저자가 가장 주장하는 구조로 현재의 실행조직과 지원조직 구조를 약간 변형시킨 구조다. 그리고 상층부의 파트너십 구조로 영화에서 가끔 보는 이사제 구조 같은 것이다. 실무직원 수보다 실행을 책임진 COO가 더 많은 구조다. 기타 역동적 관리 공식 네트워크 구조, 인재시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구조, 지식시장을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 조직원들이 경제적 태도를 유발시킬 수 있는 구조, 명확한 업무분장과 이에 따른 성과측정 방식을 중요시하는 구조, 그리고 조직설계가 단순한 인사가 아닌 전략이라는 시각으로 조직을 바라보는 구조다.

이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는 정설이 없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직이 수행해야 하는 최고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들이 대하는 고객이 누구인지에 따라 다르다. 나는 저자의 말 중에서 ‘외부환경보다 내부조직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블루오션이다’라는 의미의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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