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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식 경영
스에마쓰 지히로 지음, 우경봉 옮김 / 아라크네 / 2008년 9월
평점 :
1990년 일본의 불황기 시절에도 남다르게 발견한 기업들이 있었고, 저자는 이들을 연구하여 교토식 경영이라 이름 붙였다. 공교롭게도 현대와 과거와 공존하는 교토에 이 기업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들 기업의 특징을 몇 가지로 이야기하는데, 우선 지가만의 것을 고집하는 개성과 오기가 있다. 둘째, 철저하게 무차입 경영을 지향한다. 셋째, 일본식 경영과는 달리 수평적 분업구조를 갖고 있다. 넷째, 네트워크 외부성의 활용을 전제로 한 오픈전략을 구사한다. 다섯째, 세계적 상장기업들이 이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이들의 특징 중 많은 관심을 나타냈던 부분은 이들 기업의 경영자 대부분이 기술 분야 전문가이면서도, 동시에 미국사회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일단 합리적인 사고,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해 주었고, 자신의 기술을 믿고 세계시장에 겁 없이 뛰어드는 행동력을 낳게 했다. 특히 기존 일본식 경영에 대해 반기를 든 것처럼 보이는 게 있었는데, 바로 수직계열 방식의 거부다. 여기서 수직계열 방식이란 일본재벌들이 계열사를 통해 갖춘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완벽한 사업라인과 대기업에 속한 다양한 중소기업들 간의 하청구조를 의미한다.
일본식 경영이란 몇 가지 사고관념을 갖고 있다. 일단 큰 기업이 좋은 기업이며,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 책 <교토식 경영>에서 언급한 기업들은 모두 경영자의 혼자 힘으로 자수성가한 기업이며, 사업 초기에 일본보다는 세계, 특히 미국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기업들이다. 이들 경영진 중의 한 명은 자신은 미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지만, 사업을 한다면 미국에서 하고 싶다고 한다. 이유는 그들은 최소한 사업 측면에서는 공정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기업은 큰 기업이 더 좋고, 믿음직하다는 일본의 사고방식과는 달리, 기업과 상품의 우수성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사례를 갖고 논리를 풀어가지만,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이 책에서 내 관심을 끈 것은 ‘모듈과 인터페이스’ 방식에 대한 내용이다. 물론 이런 방식은 구지 책을 보지 않아도 이미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하나만 봐도 기본적인 CPU라는 플랫폼 하에 수많은 기계들이 붙어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한대를 만든다. 여기서 CPU는 바로 컴퓨터의 다양한 장치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며, 사운드카드, 메모리, 영상카드 등은 모두 모듈이다.
그리고 직장의 구조도 기업이라는 하나의 조직 내에 각기 다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생산부, 영업부, 인사부 등의 업무구조를 갖고 있다. 이때 기업은 바로 플랫폼이며, 각 부서는 해당 기능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모듈이다.
그러나 이 내용이 마음에 와 닿은 이유는 ‘모듈과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과 모듈화 시키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과정이었다. 우리는 습관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모듈화시켜 모든 것을 관리하기 평하도록 만들었지만, 그것을 통해 사업을 성공시키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모듈방식이 성공하려면 이들은 각기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주변의 모든 것과 경쟁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작게 자신의 모듈을 만들어가야 하며, 이를 통해 대량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자독식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개개인이, 우리 주변의 조직이 거대한 사회 플랫폼에서 남보다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모듈이라는 의식이 없다보니 그것을 키우고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세상은 고객중심적인 구조로 변해간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수많은 욕구를 들어줘야 한다. 그러나 한 기업으로서, 일개 개인으로서 개인 각각의 욕구를 들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게 해서는 수익도 남지 않고, 비용만 더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하나의 모듈로 보고, 그 기능을 확장시키는데, 범용성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즉 피터 드러커가 말한 블록의 세상에서 어느 것과도 연결될 수 있는 범용성 높은 블록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그 내용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