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영화에 대한 평을 자신의 느낌과 경험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간 줄 알았기 때문이다. 마침 영화에 대한 글을 써 볼까 생각하던 나에게는 무척 좋은 소재의 글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영화에 대한 내용은 이야기를 이끌기 위한 하나의 끈일 뿐 그것이 주제가 되지는 않았다. 단지 저자의 생각을 풀어가기 위한 조그마한 도구라고 할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들 간의 인연을 연결시키기 위한 단초였다. 제목이 나를 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이끌어 간 것이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나온 ‘태양은 가득히’를 읽으면서 한참을 찾았다. 이 내용의 주된 메시지가 ‘태양은 가득히’라는 제목과 무척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영화가 이 내용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찾은 것은 중간에 주인공이 영화를 보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 물론 비평가가 이런 책을 봤다면 무척 오매한 표현으로, 마치 그 영화가 저자의 머리속에서 무언가를 자극해서 그 인생의 어떤 면을 끄집어냈다는 등의 고상한 표현을 썼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영화를 본 것뿐이다. 저자는 영화라는 소재를 사람간의 대화를 이어가는데,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는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 같다. 하긴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도 이 중의 하나니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기대한 영화에 대한 평이 아니라고 해서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아주 단순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쓰면서도 이렇게 재미난 스토리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단 책에 나온 모든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순간순간 위트처럼 표현된 문장이 무척 많은 재미를 주었다. 대부분의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순간의 반전 부분이다. 그리고 더욱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대화와 대화를 연결하는 인물들의 행동 묘사인데, 무척 간결하면서도 그들의 심정과 당시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도록 묘사했다.

내용의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많아야 삼십대 초반 정도다. 물론 군데군데 나이든 사람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이미 거쳐 온 삶의 일부분으로, 자신이 이해한 시대의 인물들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이 글을 읽을 때는 책의 주인공이 저자인줄만 알았다. 그가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영화를 봤던 내용인 줄 알았다는 말이다. 그만큼 책 내용이 현실처럼 와 닿았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까. 책을 덮으면서도 무척 고민스러웠던 부분이다. 저자 스스로가 무엇을 느끼라고 강요한 것도, 특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아주 조용하게, 그렇지만 흔들림 없이 하나의 인간을 쫓아가는 기자처럼 쓰여 진 책 내용을 보며 그냥 재미있고, 읽기 편하다는 느낌 그 이상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다만, 몇 가지 마음에 와 닿은 게 있다면, 아마도 내 자신이 저자의 나이를 넘어 그가 겪은 삶을 이미 지나왔기 때문이겠지만, 스토리 자체보다는 저자의 문장이나 표현방식이 더욱 눈에 와 닿았다. 내용 자체는 이미 주변에서 많이 봐 왔던, 젊은이들이 흔히 느끼는 감정과 행동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일상적인 내용을 정말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글을 잘 썼기 때문이다. 이 느낌은 ‘아! 소설이란 게 반드시 머리 아픈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느낌이었다.

하나의 소재를, 그것도 SF영화처럼 상상력을 동원한 것도 아닌 일상적인 내용을 이처럼 재미있게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단순한 영화라는 매개체 하나를 갖고 한 인간의 의식과 삶의 모습을 표현하려면 어떤 능력이 있어야 할까?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잊혀지지 않는 질문이다. 역시 글쓰는 것은 타고난 재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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