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의 축 - 포스트 아메리칸 월드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윤종석 옮김 / 베가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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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소개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오바마가 바쁜 선거일정에서도 옆에 끼고 다닌 책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미국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참고할 만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저자 개인의 생각이 아닌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서 말이다.

사실 미국의 입장은 예전과 같지 않다. 테러와의 전쟁, 달러가치의 변동, 게다가 최근의 부동산문제와 금융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해온 슈퍼파워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세계인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부상, 한 나라는 세계 공장으로, 또 한 나라는 세계의 기술개발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과 이들 간의 관계 역시 세계인의 관심거리중 하나다.

이 책을 읽는 우리나라 독자는 물론이고, 최근 월가의 대형투자은행들이 힘없이 몰락하는 것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 역시 이런 의문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토록 거대하던 맘모스와 같은 기업들이 줄도산을 할 정도라면, 세계의 경제주체로서 호령하던 미국의 심장이 이토록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갔다면, 이제는 ‘미국’도 서서히 내려가야만 하는 건가? 하는 질문이다. 마치 대영제국의 깃발을 날리며 전 세계를 호령하던 해가 지지 않는다고 장담했던 어떤 나라처럼 말이다.

이 책은 읽지가 쉽지는 않다. 수많은 통계자료와 증거수치, 그리고 정치, 경제, 역사를 망라한 저자의 지식까지 합세하여 독자를 주눅 들게 한다. 뭐 하나 틀렸다고 지적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한 근거배경에 기반을 둔 논리를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점이 책을 읽다보면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 분명한 것은 오랜 세월동안 최고의 번영과 성장을 구사했던 미국의 슈퍼파워는 더 이상 오래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책에 나온 대로 중국, 러시아, 인도를 위시한 신흥국가들의 부상으로 인해 어떤 특정국가가 세계정치와 경제를 이끌고 가기에는 너무나도 힘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다보면 이제는 슈퍼파워가 아닌 각국의 자생력, 거기에 따라 발생하는 미시적인 발전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의 슈퍼파워를 넘겨받을 자는 누구인가? 어쩌면 누가 이 힘을 이어받을지가 궁금하기보다 하나의 힘이 세계를 이끌어 왔던 지난날을 그리워하며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특정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최소한 누구를 봐야 하며, 어디를 향해 가야하는지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분산된 힘보다 안정감을 준다.

저자는 이런 의미를 강하게 전달한다. “미국의 주도권은 신흥국들의 부상으로 분산되고, 경제가 정치의 세력을 이어받아 다음 세대의 글로벌 질서를 주도하고, 국가는 시민사회에게 그 영향력을 넘겨주며, 정부 역시 NGO 등 비정부기관에게 힘을 나누어 주게 된다.” 결국 미국이라는, 또 특정 국가의 힘이 아닌,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의 연합체가 스스로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국가를 대신하는 무정부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시 나는 한국인이기에 이 점이 가장 궁금하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이미 미국이란 우산 속에서 살아온 대한민국의 중년세대가 저자가 말한 분산된 세계관을 얼마나 신속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는 475세대가 이와 같은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다른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나에게 해답을 주기보다 많은 문제를 안겨준 듯한 느낌이다. 세계의 흐름은 알겠는데,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바로 이 책 덕분에 생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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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세계 - 사회적 기업가들과 새로운 사상의 힘
데이비드 본스타인 지음, 나경수 외 옮김 / 지식공작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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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이란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이 4년 전쯤인 것 같다. 사회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자선사업가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도, 자체 수익을 만들어 자생하는 기업체. 우리들은 자선이나 봉사와 같은 개념의 활동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누구에겐가 기부를 받거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꾸려나가는 단체, 즉 NGO나 NPO 같은 단체,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들은 조금 달랐다.

사회적 기업의 특징은 누군가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영원히 그 지원에 목을 매달고 살아가는 단체는 아니다. 말 그대로 기업체이기에 자체 수익을 내면서 그 돈으로 자생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사실 내가 처음 이런 기업을 알게 되었을 때 이게 가장 존재 가능한 것인지 무척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책을 몇 권 읽는 동안 내가 평소 가졌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사회적 기업의 수익구조가 의심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었던 기업체라는 인식에 사회적 기업을 그대로 대입함으로써 생긴 오류였다는 점이다.

실제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기업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남들은 다 포기한 저소득층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자리를 잡아 성장하는 기업도 있다. 특히 아라빈드 아이케어시스템 같은 인도회사는 선진국에서 몇 백만원하는 백내장수술을 몇 십만 원에 시술하면서, 게다가 환자의 60%가 무료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수입을 내며 병원을 확장시키고 있다. 누가 이런 기업 형태를 생각이나 해 봤겠는가. 이는 우리가 평소 갖고 있는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선입관일 뿐이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들을 일반 기업가와는 달리 표현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사업구조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내면의 문제를 직접 몸으로 부딪쳐 나가며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는 기업가의 모습에 자선사업가의 모습을 더하고, 자신의 사명을 깨달은 선지자와 같은 모습이다.

인도의 그라민 은행. 남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소액신용대출로써 일반은행에서는 돈을 구할 수없는 빈민층 사람들에게 돈을 대출해 줌으로써 그들의 자활을 도와주는 금융기관이다. 이 은행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기부하지도 않고, 그들로 하여금 돈을 꿀 수 있도록 일자를 마련해 주지도 않는다. 그들은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도, 물고기 잡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닌, 그들이 배고플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자체를 바꾸는 사람들이다.

그라민 은행 역시 빈민층을 구제하고자 설립한 은행은 분명하지만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선을 베풀지도 않는다. 그들이 한 일은 빈민층이 당당하게 돈을 빌리고, 그 돈을 정당하게 갚을 수 있는 여건을 새로이 만들어 낸 것뿐이다.

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처음 봤을 때 이게 바로 내가 앞으로 공부해야 할 분야가 아닌가 생각했다. 기존 사회구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그럴듯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내가 약간 보수주의이면서도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사회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낮 설다. 자신들이 해결할 것도 아니면서 기존의 사회, 경제, 정치만을 틀렸다고 외치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모습은 더더욱 싫다. 그렇게 가슴 아프고 속상하면 직접 나서서 해결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문제가 생기면 정부 탓, 일이 제대로 안되면 극우파의 문제, 돈이 안돌면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라고 외치며 자기 스스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들이 답답했다.

그러나 나는 사회적 기업이란 사업의 형태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정부라는 제 1섹터가 해결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기업체 역시 손도 못 대는, 게다가 세상이 다 틀렸다고 떠들며 문제를 파헤치고 나선 제 3섹터인 NGO외 NPO들도 남의 힘없이는 해결할 수없는 문제들을 이들은 보기 좋게 해결해 내니 이 아니 통쾌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이런 사회적 기업을 내면과 외면에서 그들이 발전해 온 성장의 역사와 앞으로 발전해 나갈 길을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작성해 놨다. 책의 부피가 조금 많은 것이 조금 흠이긴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독할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아마 그 동안 사회적 기업에 대해 책을 쓴 국내 저자들이 참고한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의 원본은 훨씬 이전에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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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의 시대가 온다
스콧 매케인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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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가 쓴 <새로운 미래가 온다>을 몇 년 전에 읽고 감탄한 적이 있었다. 세상이 변하는 모습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이제 일반적인 작업은 컴퓨터나 정보통신으로 인해 표준화가 되었고, 따라서 이런 일은 인건비가 저렴한 BRIC's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제외한 선진국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형 기반을 갖춘 나라이기에 다니엘 핑크의 이야기를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바로 기본 자료가 아닌 여러 가지 요인들 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 잠재된 새로운 컨셉트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한다. 결국 그가 주장한 내용은 ‘하이컨셉트’ ‘하이터치’다.

이 책은 다니엘 핑크가 주장한 내용 중 ‘하이컨셉트’에 대한 내용을 저자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통해 정리한 책으로, 자신의 이론을 기업에 실제 도입한 사례들을 일반화시켜 정리했다. 그는 책에서 미국 선생님들의 불만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문제는 교육이 ‘세서미 스트리트(Sesami Street)화되어 간다는 점이다. 왜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이 문제가 되는가? 저자는 그 프로그램이 너무나도 재미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지루한 학교 수업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률을 머리에 두고 고민해서 만들어 내는 교육프로그램과 교사 개인이 이끌고 있는 수업시간이 동일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인데, 그들은 이미 재미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지루한 수업을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요즘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남다른 기업으로 보이려면 무엇인가 남다른 것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가? 저자는 질문의 답으로 ‘하이컨셉트’를 주장한다. 간단한 자기표현, 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스토리,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고객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이를 다시 한번 설명하면,

첫 번째, 하이컨셉트를 개발하라는 말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가치 있게 정의하는 짧고, 강력한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강력한 이야기를 하라는 말로, 하이컨셉트에 기반을 둔 호소력 있는 이야기를 개발하고 고객 및 동료들과 감성적인 유대감을 쌓은 것이다.

세 번째, 결정적인 고객경험(Ultimata Customer Experience)을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호소력 있는 모든 것을 예로 듦으로써 고객들을 위해 결정적인 경험을 하게 만들고, 자신의 비즈니스에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위해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단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사업을 남다르게 보여줄 수 있고, 동시에 고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으며, 적합한 고객체험과 고객관리를 통해 충성고객을 늘려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는 과거처럼 단순한 기계성능, 수명이 낀 상품, 튼튼한 재질 같은 상품 자체의 질적인 면만 가지고는 시장에서 버틸 수 없다. 이유는 기술발달로 인해 좋고, 오래 쓴다는 특징인 이미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만에 망가지는 장난감을 구입하겠는가, 통화가 잘 안 되는 휴대폰을 사겠는가, 수시로 고장하는 자동차를 사겠는가? 아마 그 물건 값이 아무리 싸다해도 기본적인 기능과 구조가 부실하다면 구입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사 봐야 쓰레기만 생기니까 말이다.

시장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싸거나, 튼튼하거나 맛 좋거나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제 고객들은 ‘or(이것 아니면 저것)’ 가 아니라 ‘and'를 원한다. 즉 싸면서도 좋고, 예쁘기도 하면서 튼튼한 것을 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시장에 나오는 상품들은 모두 상품 자체가 지녀야할 기본적인 성능과 품질 수준을 다 갖추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팔리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내 것을 남다르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저자는 이것을 바로 ‘하이컨셉트’라고 한다.

물론 ‘하이컨셉트’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좋은 컨셉트라 해도 이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는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함께 ‘하이터치’도 함께 고려해야겠지만, 그래서 책 내용에 조금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두 가지 명제 중 하나만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 책이라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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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메릴 호
한가을 지음 / 엔블록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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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같은 책을 읽어본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 준비한답시고 맨 날 영어, 수학책만 붙잡고 있었고, 대학에서는 놀기 바빴고, 직장 들어가서는 업무에 필요한 책만 열심히 봤다. 그럼 지금은? 지금도 역시 강의하고 글 쓰는 데 필요한 책만 골라보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보물선 메릴호>는 나에게 무척 생소한 분야의 책이다. 그런 만큼 참신하게 와 닿기는 했지만. 머리를 복잡하게 굴리며 ‘이게 무슨 의미를 전달하자는 거지?’ 하는 등의 계산 없이 그저 읽으면 되었으니까 말이다. 특히 하루 일과를 마치고 책상에 발을 올려놓고 커피 한잔 마시며 읽으면 딱 좋다.

하지만 책 내용이 어린이 책처럼 그냥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용이야 당연히 예전에 봤던 보물섬이나 톰소여의 모험 같은 류의 분위기이고, 어린 아이가 고생을 하면서 성장한다는 성장소설과 같은 흐름을 갖고 있지만, 책을 읽어보면 뭔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생각할 것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주인공 모이의 생각이나 그 앞에 놓여 진 선택지들, 주변 사람의 인물묘사부분에서다.

내용의 시작은 갑자기 집을 떠난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아버지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그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들이 아빠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아버지가 간직하고 있는 엄마에 대한 기억을 빼앗아간다는 부분이다.

한 인간에 대한 기억을 빼앗긴다! 언뜻 듣기에는 좋은 기억은 간직하고 나쁜 기억은 없앨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은가 생각할지 몰라도, 모이의 아버지도 이런 점에서 순간 솔깃했다. 그 기억은 바로 자기 인생의 일부이고, 그 기억이 없어지는 순간 인생의 일부분도 함께 없어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어쨌든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모이 앞에 이상한 별나라, 알모타 제국의 말괄량이 공주가 나타나 자신을 알모타까지 데려다주면 엄마도 만나고 보물도 얻게 해 준다고 유혹한다. 그리고 이 책의 핵심 내용인 모험이야기가 시작된다.

나 같이 이론서만 보던 사람으로서는 조금 적응하기 어려운 스토리의 전개. 하지만 그래도 15세기에서 18세기의 해적에 대한 역사적인 자료와 저자의 배에 대한 해박한 지식, 기타 물리학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이론, 평행우주, 양자이론, 블랙우주론 등,이 책 읽기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무리 모험이야기라도 일단 실제같이 느낄 수 있어야 하는 데 이런 부분이 나를 책 내용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책을 보며 느낀 것은 물질, 물건에 대한 가치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그것의 가치는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즐겨먹는 커피만 해도 이것이 이토록 돈 되는 작물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시커먼 열매에 씁쓰레한 맛이 있는 열매가 돈이 된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보물이 된 것이다. 전쟁까지 불사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다이아몬드. 이것은 또 어떤가? 다른 광석보다 단단한 성질을 가진 것을 빼고 다이아몬드가 그 정도 가치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린아이들에게 다이아몬드와 예쁜 구슬 중에 무엇을 고르겠냐고 물으면 아마도 그들은 예쁜 구슬을 원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에게는 더 가치가 있으니까 말이다.

또 하나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이었다. 이는 구지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중요한 말이지만, 우스운 것은 이런 진리와 같은 말이 평소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와 닿기 때문이다. 당연히 함께 있어야 하는 가족, 자신이 무엇인가 실수를 해도 넘어가 줄 수 있는 가족의 가치는 그것이 없어졌을 때만이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주인공 모이는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와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의 가치를 여행을 통해 느꼈고, 그 마음을 독자들에게 선사했다.

몇 십 년 만에 처음 본 모험소설,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삶에 대한 새로운 면을 느낄 수 있었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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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래보 경제학 - 새로운 부와 네트워크를 창출하는 콜래보레이션 성공전략
데본 리 지음 / 흐름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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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을 보면 ‘블록’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시장이 너무나도 복잡하다보니 이제 혼자의 힘으로는 시장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블록을 짜 맞추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조합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무언인가 새로 창조하기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짜 맞춰 고객을 만족시키라는 말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제 고객은 ‘or’가 아닌 ‘and’를 원하기에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예전처럼 값만 싸고, 질만 좋은 수준이  아니라 값도 싸고 질도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헤서는, 아니 고객에게 지속적인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그들의 수준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한 기업이 가진 자원은 한계가 있고, 그것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면 서비스가 빈약해지거나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감으로써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다른 자원을 가진 사람끼리 손을 잡는 것이다. 내가 가진 상품과 네가 가진 서비스를 합치고, 내가 가진 배송능력과 상대가 가진 질 좋은 상품을 합쳐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 책 <콜레보경제학>은 바로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춰 쓴 책이다. 평소 생각지도 못한 상대를 찾아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나이스하게 제공하는 것만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고객을 창출해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실제 요즘 세상을 보면 이런 케이스가 무척 많다. 저자는 눈에 띄는 상품만을 찾아내 설명하고 있지만 눈을 조금 돌려 시니어마켓을 보거나 저소득층 시장에 진입하는 기업들을 바라보면 이와 같은 콜레보레이션은 이미 정설로 자리 잡은 내용이다. 다만 그것을 콜래보경제학이라고 정의하기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어떤 현상이든 그것이 사람들 눈에 띄려면 누군가 정의를 해야 하고,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알려줘야 하니 그런 점에 이 책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LG 프라다폰의 설명은 무척 박진감이 넘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성 애니콜과 LG 사이언은 시장에서 비교대상이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처음 라디오를 공급했던 LG였지만, 언제부터인지 이등기업으로 밀린 LG는 휴대폰 시장에서도 삼성의 애니콜에 비해 저가의 상품으로 낙인 찍인 채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LG의 프라다폰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 순간 터치폰은 LG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LG의 프라다폰은 고가의 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삼성 애니콜과는 전혀 다른 시장을 차지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와 같은 프라다폰의 시장전략을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LG는 터치폰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상품에서 그들의 신 마케팅기법을 사용했다. 따라서 고객은 기존의 시장구도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프라다폰을 바라보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LG와 프라다의 콜래보레이션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단지 디자인을 외주준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서로 관계없는 업체끼리 자신의 이미지와 고객을 통합해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낼 때만이 콜레보레이션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제휴라고 하면 유사한 업체들이 유사한 상품군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통합하여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하고자 한다. 즉 자신의 사업군에서 상대를 찾아 그의 백기사적인 힘을 얻거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경우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진정한 콜래보레이션이 되려면, 또 그와 같은 결합이 힘을 받으려면 완전히 다른 시장의, 다른 고객을 가진 기업끼리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통합은 기존 고객의 숫자를 급격하게 증가시켜 서로에게 큰 수익을 갖다 주기 때문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통합, 협력 등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책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분석이었다.

다만, 콜레보레이션의 수준이 제휴나 협력과 어떻게 다른지, 성공적인 콜래보 효과를 얻으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부족해 책을 읽으면 머리는 끄덕거리지만 손과 발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일단 콜래보경제학이란 단어를 통해 제휴나 통섭의 새로운 면을 봤고, 현재 이 논리에서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 확실할 수 있었기에 멀지않은 시간에 이를 더욱 보완해 보다 실용적인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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