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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세계 - 사회적 기업가들과 새로운 사상의 힘
데이비드 본스타인 지음, 나경수 외 옮김 / 지식공작소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적 기업이란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이 4년 전쯤인 것 같다. 사회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자선사업가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도, 자체 수익을 만들어 자생하는 기업체. 우리들은 자선이나 봉사와 같은 개념의 활동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누구에겐가 기부를 받거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꾸려나가는 단체, 즉 NGO나 NPO 같은 단체,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들은 조금 달랐다.
사회적 기업의 특징은 누군가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영원히 그 지원에 목을 매달고 살아가는 단체는 아니다. 말 그대로 기업체이기에 자체 수익을 내면서 그 돈으로 자생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사실 내가 처음 이런 기업을 알게 되었을 때 이게 가장 존재 가능한 것인지 무척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책을 몇 권 읽는 동안 내가 평소 가졌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사회적 기업의 수익구조가 의심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었던 기업체라는 인식에 사회적 기업을 그대로 대입함으로써 생긴 오류였다는 점이다.
실제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여러 가지 기업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남들은 다 포기한 저소득층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자리를 잡아 성장하는 기업도 있다. 특히 아라빈드 아이케어시스템 같은 인도회사는 선진국에서 몇 백만원하는 백내장수술을 몇 십만 원에 시술하면서, 게다가 환자의 60%가 무료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수입을 내며 병원을 확장시키고 있다. 누가 이런 기업 형태를 생각이나 해 봤겠는가. 이는 우리가 평소 갖고 있는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선입관일 뿐이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들을 일반 기업가와는 달리 표현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사업구조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내면의 문제를 직접 몸으로 부딪쳐 나가며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는 기업가의 모습에 자선사업가의 모습을 더하고, 자신의 사명을 깨달은 선지자와 같은 모습이다.
인도의 그라민 은행. 남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소액신용대출로써 일반은행에서는 돈을 구할 수없는 빈민층 사람들에게 돈을 대출해 줌으로써 그들의 자활을 도와주는 금융기관이다. 이 은행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기부하지도 않고, 그들로 하여금 돈을 꿀 수 있도록 일자를 마련해 주지도 않는다. 그들은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도, 물고기 잡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닌, 그들이 배고플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자체를 바꾸는 사람들이다.
그라민 은행 역시 빈민층을 구제하고자 설립한 은행은 분명하지만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선을 베풀지도 않는다. 그들이 한 일은 빈민층이 당당하게 돈을 빌리고, 그 돈을 정당하게 갚을 수 있는 여건을 새로이 만들어 낸 것뿐이다.
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처음 봤을 때 이게 바로 내가 앞으로 공부해야 할 분야가 아닌가 생각했다. 기존 사회구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아주 그럴듯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내가 약간 보수주의이면서도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사회 구조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낮 설다. 자신들이 해결할 것도 아니면서 기존의 사회, 경제, 정치만을 틀렸다고 외치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모습은 더더욱 싫다. 그렇게 가슴 아프고 속상하면 직접 나서서 해결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문제가 생기면 정부 탓, 일이 제대로 안되면 극우파의 문제, 돈이 안돌면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이라고 외치며 자기 스스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들이 답답했다.
그러나 나는 사회적 기업이란 사업의 형태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정부라는 제 1섹터가 해결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기업체 역시 손도 못 대는, 게다가 세상이 다 틀렸다고 떠들며 문제를 파헤치고 나선 제 3섹터인 NGO외 NPO들도 남의 힘없이는 해결할 수없는 문제들을 이들은 보기 좋게 해결해 내니 이 아니 통쾌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이런 사회적 기업을 내면과 외면에서 그들이 발전해 온 성장의 역사와 앞으로 발전해 나갈 길을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작성해 놨다. 책의 부피가 조금 많은 것이 조금 흠이긴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독할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아마 그 동안 사회적 기업에 대해 책을 쓴 국내 저자들이 참고한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의 원본은 훨씬 이전에 나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