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비오따쓰 -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가끔 서평을 쓰다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내용이 풍부하고 생각할 것이 많아 이를 몇 장의 종이에 요약하기 어려울 때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저자의 글 솜씨도 뛰어났지만 가비오따쓰라는 곳 자체가 낮 설게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놀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인간들에게 버려진 땅을 찾아 그것을 신천지로 만들어 가는 콜롬비아의 한 마을 이야기는 단 몇 글자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하나의 내용들이 새롭고 놀라운 것들이라 요약한다고 해도 그 느낌이 제대로 전달될 것 같지도 않고.
가비오따스를 만든 가비오따스인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버려진 땅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 것이고, 더 이상 지구를 파괴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한다.
콜롬비아는 1948년, 자유당과 보수당의 내전으로 인해 20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고, 이를 폭력의 시대(라 비올렌씨아)라 부른다, 1960년대 초반부터 결성된 좌익무장 군과 정부군간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어 매년 수천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 결국 전 국토(대한민국의 4배에 달하는)의 40%를 좌익반군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돈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부를 보호하기 위해, 돈 없는 사람은 이를 빼앗기 위해 서로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콜롬비아의 외지에 한 마을이 생겼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불모의 땅,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황량한 땅에 가비오따스인들은 자연을 되살리며 사람과 동물, 식물, 그 땅의 원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생태공동체를 구성한 것이다. 물론 이런 공동체가 단순히 사람만 옮겨 산다고 해서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땅 자체가 독성을 품고 있는 곳에서 생태계의 가장 기본축인 식물을 키운다는 게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곳에 일차적으로 소나무를 심음으로써 환경을 되살리기 시작했고, 현대문명의 이기 없는 자연 상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기계와 도구들을 만들어 냈다. 특히 환경을 황폐하게 만드는 연료나 프레온 가스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자연 동력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주로 관심을 가진 것은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대체에너지다. 물론 이들이 개발할 당시에는 기름 값이 얼마 안 비쌀 1970년 당시라 크게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를 개발한 것은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대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콜롬비아의 오지주민과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다. 오염된 물로 인해 고생 받는 원주민을 위한 정수장치,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지역을 위한 대체에너지 생성기구들이다.
물론 이런 개발은 가비오따쓰를 만들기 시작한 몇 명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는 콜롬비아의 유수대학과 손잡고 그들에게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가비오따쓰 자체가 자급자족을 주장하는 철저한 생태공동체였기에 한번 이 곳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비록 허름한 오지이지만 모든 사람이 공평한 대우를 받는 곳,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분위기,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완벽한 자연, 이것 모두가 사람들에게 주는 안정감과 평화로움이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우리가 파괴한 환경의 저주 속에서 고통 받으며, 현대의 이기 문명에 쫓기듯이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모든 편리함을 포기한 채 오래된 미래라는 개념의 삶을 찾아 되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나는 이 책을 보며 가비오따쓰에서 그 해답을 찾을 듯했다. 누구도 더 가지고자 하는 않는, 누구에게도 지시하거나 지시받지 않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함께 고민하며 더 나은 해답을 찾아가는, 그리고 그것을 통해 뭔가 세상에 이로움을 남기며 만족을 얻는 삶. 이런 삶이 가비오따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중간에는 무척 어려웠다. 세상을 돕겠다고 나선 많은 사람들이나 기관, 콜롬비아 정부나 UN 등, 들도 지속적인 지원보다는 주변정세에 의해 쉴 새없이 지원정책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들도 먹고 살아야했고 최소한의 소득이 필요했다. 이들은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우리도 남들처럼 상품을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가?
그러나 얼마 안 있어 그들이 키운, 정확히 표현하면 자연이 알아서 키워준 소나무가 그들에게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주기 시작했다. 바로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진이다. 그것도 팔기 위해 소나무의 자양분을 억지로 빼앗는 것이 아니라, 소나무 스스로가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살충제로서의 송진 말이다.
이들은 요즘 꿈에 부풀어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 자체가 수익을 보장해주는 모습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연을 무시하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어떤 나라도 스스로의 자연을 파괴하며 그것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연을 보호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삶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가비오따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