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죽었다
셔먼 영 지음, 이정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은 죽었다’는 말은 더 이상 사람들이 책을 보려하지 않고, 출판사 역시 책다운 책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더 재미있고 간단하고 흥미진진한 다른 매체로 눈을 돌리고, 출판사는 문화적인 공헌이라는 고상한 목적보다는 수익에 초점을 두고 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은 자연스럽게 죽을 수밖에 없다.

요즘 뉴스나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을 보면 사람들의 독서량은 점점 줄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출간되는 책의 종류는 많아지는데 보는 사람은 줄고 있으니 이것도 문제다. 그럼 사람들은 왜 책을 안 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볼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런 대답을 했다고 해서 예전부터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중단했다는 뜻은 아니다. 도리어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 서핑에 사용하고,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보고, 하루 종일 뭔가를 극적 거리면서 보낸다. 다만 우리가 말하는 인쇄된 두꺼운 책을 보지 않을 뿐이다.

보통 책, 300페이지 정도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려면 하루가 걸리고, 짬짬이 시간을 내어 읽으려면 3~4일이 걸린다. 그것도 내용이 쉽고 생각할 것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고 만약 내용이 어렵거나 생각할 것이 많다면 시간은 그 이상이 소요된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꼭 봐야 할 책이 아니라면 이런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책을 볼 사람이 많지 않다. 더 빠르고 쉽게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주변에 널리 있다. 이제 책의 경쟁대상은 책이 아니라 영화, TV, 인터넷 물이라는 것이다.

물론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위에서 말한 이유로 책을 좋아한다. 언제든지 들고 다닐 수 있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으며 자신의 속도에 맞춰 독서할 수 있다는 점, 책을 보면서 생각하고 두꺼운 책의 무게감이 주는 만족감, 많은 시간을 들여 볼 수 있는 부피 등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책을 보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저자와 간간히 대화하며 생각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 간다.

게다가 책은 인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읽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떤 매체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만약 해리포터의 소설과 그것을 영화로 만든 것을 봤을 때 어떤 것이 더 재미있을까. 아마 책을 이미 읽은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며 실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유는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재미있지 않고 화려하지 않고 극적이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감독의 상상력과 영화제작 기법, 영화배우들의 행동이 독자의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책을 미리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일단 영화를 본 사람에게 책을 다시 보라고 하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단 두 시간동안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내용을 무엇 때문에 긴 시간을 투자하며 꼼꼼히 박힌 검은 글자를 읽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책은 영화나 동영상, 게임보다 재미없는 것을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책의 문제, 즉 인쇄된 책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책을 살릴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의 한계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위에서 이야기한 독자들에게 주는 재미의 부족이고 또 하나는 출판사 자체의 문제다. 이들은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책이란 것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게 되고, 이는 결국 잘 팔리는 책만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출판업계 자체를 편향되게 만들어 책을 더더욱 제한되게 만든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조금 아이러니칼하지만 책이 살려면 지금의 책은 죽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즉 현재와 같은 인쇄물로서의 책은 잊고 이를 다른 매체들과 같이 디지털화, 네트워크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책이란 그 안에 담겨진 사상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꼭 그것이 인쇄물로 존재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질문한다. 마치 오래전 음악팬들에게 각광받던 LP판이 어느새 CD로 대체되더니 지금은 네트워크를 통해 단일 곡을 각기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저자는 책도 인쇄물이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천국 같은 도서관’화가 되어야만 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든지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하고, 검색하고, 정리할 수 있는 모양으로 구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출판사도 인쇄비용과 재고 부담 없이 좋은 사상이 담긴 책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고,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을 통해 판매지역을 배송과 상관없이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봐도 말 되는 것 같다. 물론 책을 다운받아 보는 리더기의 개발문제와 기존 인쇄물인 책을 디지털화하는 장애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은 ‘책은 죽었다’이지만 내용을 보면 책은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 책이다. 다만 현재의 모습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아나로그가 아닌 디지털화, 예를 들어 아이팟과 아이튠즈가 만들어낸 음악세상,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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