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
애덤 필립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매일경제신문을 보다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색에 빠진 충무로...개봉영화들 선정성 경쟁’이라는 타이틀이다. 신문 내용은 이번 초겨울에 사극에선 권문세도가 며느리와 스님이 사찰에서 정사를 벌이는 ‘미인도’가, 왕과 왕후, 호위무사가 삼각관계를 보이는 ‘쌍화점’이 상영되고, 현대극에서는 아내가 두 남편과 잠자리를 하는 ‘아내가 결혼했다’, 그리고 한 남자가 가장 절친한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는 ‘나의 친구, 나의 아내’란 영화가 동시에 개봉한다는 기사다. 불황기에 장사가 잘 안 되니 자극적인 섹스영화로 시장을 달구겠다는 것이 아닌가 라고 결론을 맺는 기사다.

평소 같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갈 기사였지만 오늘따라 눈에 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조금 독특한 책인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를 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멀쩡함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침 튀기며 이야기를 하고 있고, 광기와 멀쩡함의 차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책을 보면 저자는 멀쩡함이란 것이 무척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의 자체가 어렵고 이에 대한 자료 자체도 거의 없어 자신이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성문제와 멀쩡함 부분에서는,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꼈는지 몰라도 내가 볼 때는 무척 강조점을 많이 찍은 것 같다. 특히 같은 동물이면서도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성’문제를 광기와 연결시키고 있는 인간이란 무리가 무척 독특하다고 한다. 동물은 길거리에서 성관계를 맺어도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성관계에서 대해서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것이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실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에 말 한마디 못할 사람은 없다. 특히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더더욱 성문제에 대해서는 한창 예민할 때이니까 말이다. 저자는 성문제 이야기의 시발점을 동물과 달리 본능에 의존하지 않는 인간만의 특이한 체질에서 시작한다. 그는 인간 역사의 많은 부분은 바로 성문제에서 야기되었고, 특히 종교가 세상을 지배할 당시에는 ‘성’은 곧 죄악이며, 광기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성은 인간이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본능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종교를 생각할 때 성문제는 거의 반대편에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천주교는 과거중세 시절의 마녀사냥 때 성문제를 가장 먼저 끄집어냈고, 그 이후에도 섹스와는 담을 쌓고 산다. 아직도 신부나 수녀는 결혼하지 않고 살지 않는가. 물론 그 이유를 들라면 여러 가지 복잡한 교리 이야기를 하겠지만. 불교는 또 어떤가? 그들은 아예 인간 자체를 자연의 하나로 보자고 하니 성문제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런 성문제가 가장 예민할 때가 언제일까? 저자는 사춘기라고 한다. 평소 부모에 의존하던 아이가 이제 자신이 무엇인가를 직접 할 수 있게 된 나이, 비록 사회적으로는 제한을 받지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분신을 낳을 수도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나이가 바로 사춘기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이들은 자위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또 실제 하게 된다. 하지만 자위라는 것 자체를 섹스와 거의 같은 것으로 보니 이 또한 죄스러운 것이 된다.

그렇다면 멀쩡한 사람은 섹스와는 관계없는 사람인가? 그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성관계에 대해 눈 감고 사는가? 그런데 이게 멀쩡한 사람인가? 남들은 다 생각하는 것을 자기 혼자 외면하고 살아가는 사람 말이다.

저자는 멀쩡함이란 것을 정의하려 무척 고심한 것 같다. 멀쩡함이란 단어 자체를 깊이 생각한 사람도 많지 않다보니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다보면 위에서 말한 질문 같은 것이 가끔 떠오른다. 분명히 멀쩡함을 건강하고 행복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 정의하는 것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일반사람들과 다른 사람처럼 이야기한다는 것을 가끔 느끼기 때문이다. 일반사람과는 다른 사람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은 모두 광기 있는 사람이란 의미 아닌가.

사실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광기라는 것이 꼭 나쁜 것 같다. 이런 광기 없이 베토벤이나 슈베르트 같은 대음악가가 존재할 수 있는지, 또 수많은 영웅, 정치가와 군인, 예술가들 마음속에서 광기를 빼 버리면 남는 것은 무엇인지? 광기 없이 징기스칸이, 알렉산더대왕이, 세종대황이 존재할 수 있을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광기란 열정과 같은 의미의 내용이다.

어쨌든 이 책을 덮으며 머릿속에 남는 것은 말이 조금 어렵다. 구어체를 쓴다. 그래서 교수가 쓴 책 같다. 저자가 멀쩡함이란 단어를 정의하려 무척 고생한 것 같다. 이게 다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 이 책의 핵심인 멀쩡함과 광기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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