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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행복’. 요즘 따라 자주 듣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고 행복할 권리가 있기에 반드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행복하기 위한 조건과 방법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하는 말,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면 그저 행복하고 말지 그것을 남에게 이야기하겠다고, 그것도 돈까지 받아가면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당신 같으면 자신이 행복한 순간에 남에게 돈 받고 그 이야기를 전달해 주고 싶은가.
어쨌든 어떤 한 사림이 있는데, 마음껏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부러운 사람이다, 그는 행복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여러 나라를 다닌다. 특정한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행복할 수 있겠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 중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을 방문하여 그곳에서 행복의 원리를 찾고자 한다. 평화, 안정, 날씨, 태도, 가치관, 돈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행복조건을 보며 이들이 행복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나 결론은 본질적으로 행복에 가득찬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는 곳마다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시각이 다르고,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보면 저자 역시, 아무리 행복한 나라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남는 나라가 하나 있는 것 같다. 바로 시간개념과 소유욕, 문명과는 거리가 먼 부탄이다. 그는 마지막 글에서 부탄의 이야기를 몇 번 되풀이한다. 문명과는 거리가 먼 나라의 모습을 그리며 거기에 만난 사람 이야기, 그곳의 자유스러움, 문명에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린다. 저자는 그곳이 행복과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이 책을 보면서, 만약 나에게 책에 나온 나라들 중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가 물으면 부탄을 이야기할 것 같다. 물론 전제조건은 어떤 나라를 선택하든지간에 먹고 사는 것은 어느 정도 해결된 상황에서 말이다.
저자는 행복이란 돈이나 명예, 과학 기술 같은 것이 아니고, 또 일정한 규격과 형태가 있는 명사나 움직임을 말하는 동사가 아니라고 한다. 도리어 행복이란 관계 속에서만이 느낄 수 있기에 ‘접속사’라고 한다. 나와 너와의 관계,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동질의식을 느끼게 하는, 자신보다 초월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종교인이 비종교인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저자는 고향이 가장 편안하다고 한다. 친근한 곳이며 가장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는 고향이란 개념이 희박하다. 여러 곳을 이사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직장 때문에, 어떤 때는 집을 사다보니 이곳저곳을 다니게 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행복을 찾아 이사를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습관적으로 태어난 곳을 말할 뿐이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이 어디인지 알아보려면 ‘어디서 죽고 싶은가’ 물어보라고 한다. 바로 그곳이 진정한 고향이라는 것이다.
내 고향은 어디일까? 즉 내가 죽고 싶은 곳이 어딘지 물어봤다. 하지만 나에게는 특정 장소는 아닌 것 같다. 만약 나에게 죽을 곳을 선택하라면 내 아내와 자식이 있는 곳, 그들의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할 것 같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 나는 새로운 것을 하나 배웠다. 본질적으로 행복에 충만한 곳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돈이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젓,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에서 나온다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