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을 리뷰해주세요.
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 - 비밀스러운 종교의 역사
에두아르 쉬레 지음, 진형준 옮김 / 사문난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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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갖고 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종교 있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70~80%가 손을 드는 것을 보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 이상의 종교를 갖고 있는 게 틀림없다. 물론 이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종교를 선택한 사람도 있고,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뜻에 의해 종교인이 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어쩔 수 없이 종교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천주교 신자이지만 내가 선택했다기보다 부모님 모두 천주교 신자이기에 태어나자마자 영세를 받은 경우다.

하지만 종교를 가진 것과 종교의 교리를 믿는 것, 또 이 책에서 말하는 종교의 본질인 신비주의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하나의 예식으로, 또 습관적으로 일주일에 또는 일 년에 한  두 번 교회, 성당, 절에 가는 사람과 죽음이후의 세계를 믿고 종교의 교리를 인정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아, 자신의 가치관과 달라, 친한 사람이 믿는 종교란 이유로 쉽게 종교를 바꿔버리기도 한다. 마치 운전자격증이나 영어테스트 성적표를 받듯이 말이다.

하지만 어떤 종교이든지 공통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신비적인 요소로 삶과 죽음에 대한 시각, 인간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정신, 영혼, 육체)다. 이것은 인간의 모습을 정의할 때, 그리고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가치를 설명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기준이자 종교로서 위치를 얻기 위한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렇다면 종교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이 내용을 인정하는가? 우리가 신비주의라고 하는 것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없는, 육체적인 감각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기에 잘 모르겠다고 고백하는 무엇이다. 따라서 이해할 수 없고, 사고할 수 없는, 일상적으로 생길 수 없는 무엇인가를 설명할 때 신비주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종교의 핵심이 신비주의라면, 그리고 그것을 이해해야만 종교를 이해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믿는 종교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믿는 대로 이뤄진다는 교리를 알지만 인정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말을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 천상과 지옥이 있다는 교리에 대해 문제 삼지는 않지만 그것은 단지 교리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것. 이런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신비주의라는 단어를 바라볼 때 생기는 관념적인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나는 종교를 가진 것이지 미신을 믿는 게 아니라는 시각 말이다.

이 책에는 종교가 갖고 있는 ‘신비주의’라는 개념을 세계 종교의 흐름 속에서 찾아보고 있다. 고대종교에서 가장 최근에, 물론 최근이라고 해봐야 일천년 정도 이전의 이야기지만, 생긴 기독교까지 그 안에 내재된 신비주의의 내용을 정리했다. 결론은 인간은 ‘정신과 영혼, 육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혼은 신의 모습이자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연결하는 중재자이고, 이를 통해서만이 신비주의의 핵심인 무엇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종교가 이 내용을 담고 있고, 또한 동의하지만 시대에 따라, 종교 자체의 특성에 따라 어떤 종교는 영혼을 강조함으로써 현세와의 관계를 차단했고, 또 어떤 종교는 육체를 강조함으로써 신비주의적인 요소를 반감시킨 것이 다를 뿐이라고 한다.

저자는, 기독교적인 사고를 갖고 책을 써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독교 정신 아니 특정종교로서의 기독교가 아니라 예수의 행적과 표현이 담긴 종교로서의 기독교 교리를 통해 신비주의가 완성되었다는 표현을 쓴다. 즉 정신과 육체를 인정하며, 동시에 이들을 연결시키는 영혼의 존재도 함께 인정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밖에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나도 천주교, 넓은 의미로 말하면 기독교, 신자이지만 기독교 정신만이 모든 종교 중에서 최상의 가치를 지닌 종교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종교라는 것 자체가 우리가 모르는 어떤 절대자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자기 나름대로의 필요에 의해 만들었고, 그 과정 속에서 조직이란, 제도라는, 형식이라는 틀을 통해 신비주의의 순수성을 일정 부분 제거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는 분명히 깨달았다.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신비주의를 인정한다는 것, 인간은 영혼과 정신과 육체로 구성되어 있고, 영혼은 내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무엇인가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비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갈 때 필요한 일정의 자격증 같은 것은 하나 더 장만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필요에 의해 바꿀 수 있는.

역사책처럼 정리되어 있어 오랜 시간의 신비주의 변화상을 손쉽게 볼 수 있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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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09-08-0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많은 분량인데 벌서 읽으셨나 보네요. 전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개신교를 믿는 저도 개인적으로 흥미가 가는 책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학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시대에 종교의 신비주의가 비종교인에게 어떻게 이해될지 궁금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일열 2009-08-1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종교는 과학의 문제가 아닌 믿음의 문제니까 비종교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그들의 문제겠죠 ^^ 이건 가치의 문제니까요. 저는 비종교인들보다 도리어 종교인들이 자신의 가치를 상대방에게 강요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