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 - 모욕당한 자들의 반격을 위한 언어를 찾아서
유민석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들어 일상생활이나 인터넷에서 혐오 표현들이 증가하고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사회 문제가 되고있는 혐오 표현의 유형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혐오 표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항 표현의 역할과 기능을 제시하고 있다. '철학의 응답'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철학책이라보다는 철학자의 발언을 근거로 삼는 '사회학' 관련 책이라 분류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선 최근 증가하고 있는 혐오 표현이 소수자를 겨냥한 낙인이자 언어로 하는 구타이며,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되는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더욱 공고히 하게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사회악으로 파악한다.

이 부분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말은 곧 권력'이라고 지적한 부분이었다. 사장은 사원에게 "자네, 옷차림이 왜 그래?, 근무 태도가 왜 이리 불성실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원이 사장에게 "사장님, 오늘 옷차림이 왜 그렇습니까?, 회사 운영 실적이 왜 이모양입니까?"라고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똑같은 내용의 말이라 해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결국 혐오 표현이 가해진다는 것은 혐오 표현을 하는 집단이 권력을 갖고, 권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며, 단순히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는 변명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혐오 표현을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능사일까? 저자는 혐오 표현일지라도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혐오 표현의 해악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대항 표현'을 제시한다

대항 표현은 쉽게 얘기하면 일종의 '말대꾸'로서 혐오 표현의 해악을 반감시키고, 혐오를 당하는 당사자의 정치, 사회적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표현이다.

개인은 힘이 약하지만, 사회적 약자라도 여러 명이 모여 대항 표현을 하게 되면 차별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사회적 힘을 갖고 있는 정부나 공적 기관이 혐오 표현에 대항하는 발언을 하게 되면 대항 표현의 효과가 더욱 커진다고 주장한다.

혐오 표현의 해악을 지적하고 이를 금지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주장하는 책은 여럿 봤지만, 대항 표현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은 처음이어서 무척 흥미있었다.

다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혐오 표현과 대항 표현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성별(한남, 한녀), 계층이나 세대(틀딱충, 맘충 등) 또는 이념(수구꼴통, 좌좀)간의 갈등을 촉발하거나 격화시키는 도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 초등학생을 위한 초등학생을 위한 100명의 위인들
장현주 지음, 마이신 그림 / 소담주니어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5학년 딸아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가사로 목차를 짜고 각 가사에 해당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별책부록으로 워크북과 체험학습 자료도 있어 활용도도 높다.

알라딘 책 분류엔 1~2학년용으로 되어있는데 굳이 학년 구분 없이 두루 읽을 수 있는 책인 듯 하다. 다만 시대 배경이나 인물의 전반적인 생애와 업적을 꼼꼼하게 다룬 책은 아니니 깊이있는 내용을 기대하는 건 금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에 무지한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큰 주제 없이 건축을 중심 소재로 놓고 사회, 역사,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들여다 보는 책이다.

사실 책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선 챕터 간의 연관성이 없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책의 구성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의 이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겹치는 내용이 다소 있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왜 굳이 '나' 대신 '필자'라는 지칭어를 사용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가리는 최강의 장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책이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소재는 인문학인데 풀어내는 방식은 소설같다고 할까? 다양한 사진, 그림과 함께 술술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두꺼운 책을 다 읽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역시 하버드 출신은 다르구나 싶은 저자의 박학다식한 이야기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나도 함께 똑똑해지는 것 같은 기분좋은 착각도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기력의 비밀 - 잠자는 거인, 무기력한 아이들을 깨우는 마음의 심폐소생술!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초등 4~5학년 밖에 안된 아이들 중에도 교실에 엎드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에선 무기력이 고질적인 문제가 된지 오래다.

이 책은 이런 아이들의 무기력에 대해 원인과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무기력은 현재의 상태가 아니라 오랜시간 동안 누적된 문제로 인한 결과임을 강조한다. 방임이나 학대에 의해서도 생기지만 부모의 과잉보호나 과도한 사교육, 성적을 평가하여 줄세우는 사회분위기의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또한 원인이 다양한 만큼 원인에 맞는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기력한 아이가 금방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긴 힘들다는 것을 강조한다.

무기력하게 보냈던 시간은 아이의 인생에서 죽어있던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뭔가를 해내지 못해도 하려고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그 자체로 성공과 성취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고,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이 책을 읽고 아이의 존재를 그 자체로 존중하고 환대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차별을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어떤 차별은 오히려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대한민국 국민과 외국인 노동자 또는 난민... 이들을 놓고 비교해보면 우리가 선량한 시민이라는 탈을 쓰고 일부의 사람들에게 '공정이라는 이름의 차별'을 공공연하게 자행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공공연하게, 또는 아무렇지 않게 무의식적으로 행사되는 차별의 장면을 콕 찝어 보여준다. 대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사실 대안은 우리 안의 차별을 자각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타인을 편견없이 바라본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특히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나 역시 스스로 평균 이상으로 공정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서 있는 기울어진 땅을 평평하다 여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옮겨적어 본다.

- 불평등에 대한 대화가 '나는 힘들고 너는 편하다'는 싸움이 되어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 '너와 나를 다르게 힘들게 만드는 이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공통의 주제로 이어져야 한다. (33~34쪽)

- 평등하기만 하면 모두의 삶이 쉬워질까? (중략)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요구하는 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하면서 나름의 삶을 헤쳐나가겠다는 의미다. (34쪽)

- 엄청난 악으로 여겨지는 부끄러운 인종분리의 역사는 어찌보면 사소한 '불쾌한 감정'에서 시작될 수 있다. (중략) 어떤 집단에 대한 혐오감을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마음가는대로 행동할 때 불평등은 더욱 깊어진다. (127쪽)

- 안타깝지만 법과 규범없이 개인들의 자발적 합의를 통해 평등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불평등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우리 감정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27쪽)

- 멜빈 러너는 사람들이 공정세계 가설을 품고 산다고 말한다. 세상은 공명정대하고 사람은 누구나 열심히 한 만큼 결실을 맺는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게 믿는 이유는 그래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공정학다고 믿어야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할 수 있다. (중략) 문제는 부정의한 상황을 보고도 이 가설을 수정하지 않으려 할 때 생긴다. 세상이 언제나 공명정대하다는 생각을 바꾸는 대신 '피해자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왜곡하여 이해하기 시작한다.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불행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가 안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기에 그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정한 세상에서 살고있다는 바로 그 믿음 때문에 오히려 세상을 공정하게 만들지 못하는 모순이 생긴다. (168~169쪽)

-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론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20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