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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내가 뭘 읽은 거지? - 자기계발서, 되도 않는 훈수 걷어차기 ㅣ 알지만 어쩔 수 없다? 2
송민수 지음 / 들녘 / 2018년 3월
평점 :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서에서 추구하는 성공이 지나치게 물질적, 경제적 측면에 매몰되어 있고,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부족으로만 여기게끔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능력이나 노력부족이 실패의 한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사회의 불공정한 제도와 부패한 정치권력이 개인의 불평등과 빈곤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언급 없이 나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그 환상 속에서 개인을 번 아웃시킨다.
이런 내 생각과 100% 일치하는 책을 만났다. 그게 바로 이 책이다. 부제는 '자기계발서, 되도 않는 훈수 걷어차기'. 이 부제를 본 순간 소주 한 잔 들이킨 것처럼 '캬~'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책에선 시중의 자기계발서를 크게 6가지로 구분한다.
1. 계몽적 자기계발서 : 마시멜로 이야기,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등
2. 초월적 자기계발서 :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 등
3. 성공담 자기계발서 : 10미터만 더 뛰어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등
4. 관리형 자기계발서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카네기 인간관계론 등
5. 위로형 자기계발서 :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 등
6. 이기적 자기계발서 : 미움받을 용기, 자존감수업 등
저자는 이후 각 장마다 구체적인 책 제목을 거론하며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나간다. 표현이 다소 과격하여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작가도 이 점이 우려됐던지 자신의 글이 '정치적 색안경'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평면적 시각을 입체적으로 바꾸어주는 입체적 색안경'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적어놓았다. 또한 자신이 사용한 불편한 표현을 통해서 '전혀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자기계발서들의 정치적인 색채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적기도 하였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늘 제자리인 것 같은 사람들, 읽는 책의 대부분이 자기계발서인 사람들이 다른 시각으로 나와 세상을 보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인 듯 하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지 않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의미있는 책이다. 일상생활에서 연대의 의미를 곱씹으며 실천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은 이런 상황에서 소홀하게 여겨지는 우리, 연대, 공정, 정의와 같은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내가 감명깊게 읽고 실천하고 있는 책을 폄훼한다고,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으니 이 책도 필요없다고 외면하지 말고 저자의 의도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